[특집] 무조건 복종하라는 권위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특집] 무조건 복종하라는 권위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 이승희
  • 승인 2004.12.18 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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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부평구지부 임태원(38. 환경위생과) 조합원

공무원의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강행한 3일 동안의 공무원노조 파업 이후 부평구는 23명을 직위해제하고 이들을 포함한 36명을 인천시에 징계 요구했다. 지난 19일 각 부서의 과장들은 이들 부하 직원에게 관련 서류를 전달했다. 직위해제자 중 환경위생과에서 근무하는 임태원(38)씨에게 현재의 심정과 공무원노조의 파업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임태원 조합원은 지난 1997년 기능직 공무원으로 상수도 관련 업무를 보다가 환경직 시험을 치러 2002년부터 구청에서 행정직으로 일하고 있으며, 지난달 8급(서기)으로 승진했다. 5세, 3세의 두 자녀와 공무원인 부인을 두고 있다.  <이승희 기자>


▒ 이번 파업과 관련 이틀 동안 무단 결근으로 직위해제를 당하고, 23일 시 인사위원회에서 중징계가 예상되고 있다. 지금 심정은 어떠한가?

▩ 파업에 임하면서 이번에 공무원을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최악을 생각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없다. 다만 무단결근이라는 이유로 종이 한 장으로 직위해제를 통보하는 현 공직사회 구조가 안타까울 뿐이다.

 

▒ 해임이나 파면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파면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복직될 때까지 싸울 것이다. 그냥 포기해버리면 그동안 한 행위의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복직될 때까지 먹고 살 길을 찾아야하지 않겠나.
부평구 7백명 조합원 중 징계대상자가 36명이다. 그 36명에 포함됐는데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라도 있었나?

주변에서 노조 임원도 아니고 대의원도 아닌데 거기까지 갔냐며 의외라고 놀라워한다. 계기라고 한다면 조합원 수련회 가서 이민형 지부장이 교육 중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옆에 있었던 것이다. 이민형 지부장은 같은 과 같은 팀 동료이다. 지부장을 응급차에 태우고 인천으로 올라오는데 지부장이 지고 있는 짐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 결심이 불을 당긴 셈이다.  
           
▒ 정부와 언론은 정부의 공무원노조특별법안도 공무원노동자들에게는 충분하다고 주장하는데.

▩ 공무원이 되기 전인 서른 살 이전에 지하상가에서 청소도 하고 배달 일도 했다. 그에 비하면 공무원은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임금수준도 괜찮은 편이다.
노동조합이니까 임금 등 근로조건문제도 있지만 공직사회의 권위주의적인 구조가 더 큰 문제이다. 무조건 복종하라고 하는 잘못된 질서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능직의 경우 연수구에 사는데 갑자기 강화로 출퇴근하라고 발령을 내도 안 갈 수 없는 게 지금 처지이다. 인사비리나 인천시장 굴비사건과 관련해 목소리도 내고 싶다. 이를 위해서 노동3권이 필요하다. 단체교섭에서 정책과 법령, 예산, 인사를 제외하면 모든 일이 연관돼 있는데 뭘 교섭할 수 있겠나. 또 단체행동권을 아예 주지 않고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하는데 어느 누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지 반문하고 싶다. 

 

▒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

▩ 공무원이 되고서 4년 정도 민원인을 상대했는데 주변에서 비리나 부패를 보지는 못했다. 관급공사 업체 계약을 할 때 위에서 어느 정도 부정부패가 있는 것 같지만 밑에 있는 공무원은 없다고 본다.
그동안 공무원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해왔고, 공직사회가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민원인들이 옛날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민원인과 전화 통화나 상담을 하다보면 한마디로 ‘공무원이 종인데 어디다 대고 말이 많으냐’는 식으로 대하거나, 아직도 많은 민원인들이 자기 일을 먼저 처리해주길 바라고 있다.

 

▒ 이번 파업과 관련해 언론의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한마디로 어이없다. 우리가 왜 파업을 하는지,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언론이 거의 없었다. ‘공복’이 ‘철밥통’이 경제가 어려운데 무슨 파업이니 하면서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해 우리를 죽일 놈들로 만들었다.
특히 조선일보는 조합원 교육 당시 주체사상을 교육했다며 구시대적인 색깔시비로 노조를 공격했다. 어이가 없어 기사 제목만 보고 내용은 보지 않았다. 신문을 팔아먹는데 효과가 크겠지만 공무원이나 국민을 우매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날이 곧 오지 않겠나.

 

▒ 이번 파업에 대해 평가한다면.

▩ 우리가 확실히 깨졌다. 조합원 의식이 아직 부족하다. 투쟁의식이 있는 자가 먼저 불구덩이에 뛰어 들어간 것 같다. 국민들에게 우리의 주장과 내용을 알리지 못했고, 특히 정부가 강하게 나오다 보니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가족이나 주변부터 충분히 이해시키고 설득시켰어야 했다.
공무원노조가 존재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된 것이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잘 해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