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골프장 건설, 어떻게 볼 것인가? ①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롯데건설의 계양산 다남동 일대 골프장과 근린공원 조성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후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등 행정절차가 남아있지만 첫 관문 통과의 후과가 만만치만은 않다.

도시계획위의 결정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줄곧 반대해 온 시민단체들은 안상수 시장 주민소환 청구 등을 통한 지속적인 반대운동을 더욱 강력하게 벌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찬반 논리와 그동안의 과정과 문제점 등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그 첫 번째로 골프장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 논란과 관련해 계양산이 인천에서 차지하는 역사·생태적 가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재·순·서


1. 계양산의 역사·생태적 가치와 현황

2. 롯데의 골프장 건설 추진 과정과 논란

3. 인천시 도시계획위 통과 배경과 문제점



1. 계양산의 역사·생태적 가치와 현황

역사와 자연이 살아 숨쉬는 인천시민의 자산



▲ 계양산에서 바라본 전경


롯데의 골프장 건설 시도는 1997년과 2000년, 2003년에 이어 이번이 무려 네 번째다. 하지만 계양산 골프장 건설은 그동안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반대에 번번이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골프장 건설로 인해 계양산의 생태와 자연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단체의 골프장 건설 저지 싸움이 대다수 시민들의 지지를 얻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골프장 건설 예정지가 이미 많이 훼손된 상태이며, 오히려 골프장과 근린공원 조성을 통해 정비하고 관리할 것을 주장했고, 이러한 논리는 2차 검토 때까지만 해도 동의하지 않던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조건부 동의를 이끌어냈다. 한강유역환경청이 ‘훼손지마저도 생태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던 입장을 바꿔 조건을 달긴 했지만 ‘훼손지 주변마저 개발하라’는 입장으로 돌아선 순간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강유역환경청은 “개발예정지에 훼손지가 많고 사업계획도 일부 축소했지만, 계양산은 인천의 유일한 산림녹지축의 중심부에 위치한 도시녹지의 거점이자 한남정맥 유역으로 개발보다 보전·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입장을 표하던 한강유역환경청이 다른 입장에 서고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롯데의  손을 들어주자 시민단체들은 계양산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적, 생태적 가치가 파헤쳐지고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 분명한데도 이를 허용한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통탄했다.

그렇다면 계양산의 환경과 생태적 현황은 과연 어떠한가? 롯데의 말처럼 친환경적인 골프장 건설이 이곳에서 가능한가? 골프장이 들어서도 그 가치가 보전될 수 있는 것인가?

계양산은 인천과 부평의 ‘진산(鎭山)’이다. 동국여지승람 등에 따르면 진산이란 각 고을 뒤에 있어 그 고을을 지키는 산으로 산신께 제사지내던 산을 말한다. 당시 계양산이 인천과 부평의 상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산 아래 인천도호부(관교동) 중심지역과 계양산 아래의 부평도호부(계산)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이 옛 인천의 중심생활권이었다.

또한 계양산은 계양산성·봉월사터·봉화대의 유적지와 고려시대 학자 이규보가 거처하던 자오당터와 초정지가 위치한 곳으로 역사와 유서가 깊은 곳이다.


◆ 인천 최대의 녹지축이자 ‘자연학습장’


계양산은 특히 인천 최대의 녹지축으로 하루에만도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찾는 인천 최대의 휴식공간이다.

인천녹색연합의 조사결과 계양산에는 총 108과 333속 540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이는 1999년 환경부의 자연환경조사 결과 77과 194속 281종에 비하면 무려 259종이 추가 조사된 것이다. 계양산에 현존하는 식생도 조사결과 95개 유형으로 분류됐으며 그중 14개 자생종 우점군락 중 북사면 계곡부 부근 경사지에 분포하고 있는 35~62년생의 ‘서어나무군락’과 북사면 저지대에서 분포하고 있는 ‘물박달나무군락’은 도시 내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생종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것이다.

이처럼 30년 이상 자연적으로 형성, 보전상태가 아주 좋은 녹지지역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 계양산은 해발 394m의 비교적 낮은 산임에도 불구, 다양한 식물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어 살아있는 ‘자연학습장’이라 불린다.

특히 군데군데 분포된 ‘습지’에는 버들잎엉겅퀴·방울새란·부처꽃·갈대 등 다양한 습지식물이 있어 학술적으로나 자연적으로 매우 우수함을 보여주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신정은씨는 “도심지 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비교적 작은 산으로서 등산객의 간섭이 많이 있는 상태임에도 아직까지 다양한 희귀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특히 통발과 땅귀개·이삭귀개 등 식충식물의 분포는 수도권 도심지에서 거의 자생을 확인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계양산의 생태적 중요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보존가치 높은 생태 청정지역


▲ 계양산에 살고있는 도롱뇽

홍미영 국회의원은 조우 상지대 교수와 공동으로 지난 3월과 4월 두 달간 골프장 예정지 일대 계곡과 습지 등 65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30개 지점에서 도롱뇽 성체 40개체가 발견됐으며 42개 지점에서 도롱뇽 알 수만개(306묶음, 1묶음 당 60~100개 알)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계양산의 이러한 도롱뇽 서식은 수도권 최대 규모로, 도롱뇽과 함께 발견된 가재·옆새우 등 1급수를 대표하는 동물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계양산 계곡과 산림생태계가 건강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한다.

조사에 참가한 상지대 조우 교수도 “도롱뇽과 버들치 등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계양산이 생태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청정지역임이 확인됐다”며, 무엇보다 체계적인 서식처 조사와 지속적인 보전에 대한 시급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밖에 인천시 조사결과 계양산에 살고 있는 곤충류는 11목 73과 226종으로 이중 반딧불이의 서식이 확인돼 수도권에서 거의 멸종되고 있는 이들 곤충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노력이 필요함이 제기됐다. 또 고슴도치·두더쥐 등 16종의 포유류를 비롯 23종의 텃새와 11종의 여름철새, 겨울철새 등이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그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소쩍새도 발견됐다.

따라서 계양산 골프장 저지 인천시민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계양산이 인천의 핵심 녹지 생태축으로서의 기능과 더불어 인천대공원과 같이 인천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여가휴식공간으로의 조성이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인천시가 올해부터 수립하는 10년 단위의 공원녹지기본계획에 이미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계양산 남단지역 뿐 아니라 골프장 건설 예정지를 포함한 계양산 전체를 도시공원으로 확대 지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훼손지 복원인가, 생태계 파괴인가?


▲ 계양산 위성사진. 빨간선 안쪽이 골프장 부지로 예정된 구역.


반면 롯데건설은 산림훼손 등을 우려한 시민단체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애초 27홀로 세웠던 골프장 규모를 18홀로 축소하고 주변에 근린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또한 골프장 건설 찬성 측은 줄곧 골프장 예정지가 이미 임야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됐고, 목장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로 인한 하천 오염과 무분별한 등산로 개방으로 인해 몸살을 앓아왔다며, 보전할 것은 보전하고 훼손된 지역은 정비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골프장 건설 대상 부지는 90%이상이 산지관리법에 의해 공익보전산지로 지정돼 계양산에서 가장 숲이 잘 보전된 지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부지는 반딧불이 서식하는 등 인천내륙지역에서 자연생태계가 제일 우수한 지역으로 멸종위기 보호종인 맹꽁이와 소쩍새 등이 서식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특히 사업을 실시할 경우 대상지 중심부에 위치한 속칭 말등메이산(해발 162m)이 해발 110~80m로 파괴돼 사라지게 되므로 지형변화가 없다거나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골프장을 조성할 경우 잔디를 관리하기 위해 하루 1000톤 이상의 지하수를 퍼올려야 하고, 다량의 농약과 비료를 살포하는데 이는 계곡수 고갈과 습지생태계, 계양산 북사면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계양산에 골프장을 건설할 경우 결국 인천에서 가장 잘 보전되어 있는 생태계가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인천 전체 자연생태계의 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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