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역 안의 청소년 놀이터, 청소년 드롭인센터

인현동 화재참사로 56명의 청소년들이 불길에 목숨을 잃었던 것이 벌써 5년 전이다. 청소년들에게 쉴 만한 공간이 있었다면, 퀴퀴한 호프집이 아니라 고민 많은 청소년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그들이 주인인 공간이 있었다면 그런 참사는 없었으리라.


5년이 지난 지금 인천 상권이 부평으로 집중되면서 부평은 예전의 주안이나 동인천처럼 청소년들이 방과후에 모여드는 지역이 됐다. 그러나 문화의 거리나 부평역 지하상가 등 어느 곳을 보더라도 청소년들이 쉽게 들어가 쉴 만한 곳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여전히 청소년들은 갈 곳이 없다.

 

▲ 드롭인센터 이영복 상담실장(오른쪽)과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딸 황지은씨


이런 현실에서 눈에 띄게 반가운 공간이 생겼다. 비록 17.5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그곳에서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컴퓨터게임도 할 수 있고 만화책도 보고, 눈치보지 않고 수다도 떨 수 있다. 성격검사, 인성검사, 적성검사 등 진로에 고민 많은 청소년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만다라 미술치료로 지금껏 겉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분노와 답답함도 해소할 수 있다. 친절한 상담 자원교사에게 속앓이하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보고싶었던 영화도 비디오로 볼 수 있다.
이곳은 인천시 청소년정보센터, 일명 청소년 드롭인(drop-in)센터다. ‘드롭인’이란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 있는 ‘아지트’라는 뜻. 다시 말해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들르는 쉼터다. 지난 9월 21일 문을 열어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청소년들에게 문을 열어두고 있다. 이곳을 드나드는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60명 정도. 주말이면 1백명이 넘는 청소년이 이곳에 들른다.
처음에야 역 주변과 문화의 거리에서 홍보도 했지만, 이제는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청소년들이 알아서 찾아온다. 드롭인센터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찾아오고 싶은 ‘재미’와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와 더불어 위기 청소년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 위기 청소년뿐 아니라 평범한 청소년들도 부평역을 지나다 이곳에 들러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곤 한다.
드롭인센터의 살림과 청소년상담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이영복 상담실장은 “억지로 무언가를 가르친다고 해서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라며 “이곳의 여러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접하면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스스로 삶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돕는 것이 드롭인센터의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곳을 찾는 가출 청소년들이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 우울증에 빠진 청소년들이 더디지만 자신감을 찾고 자기존중을 배워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이 있단다.
이 실장은 주말이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딸 지은이(21)를 불러 드롭인센터 자원봉사활동을 하게 한다. 딸에게 대학 강의 외에도 살아있는 사회복지 공부를 시키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주말에 일손이 딸리기 때문이다.
지금 이용 청소년 수의 추이를 봤을 때 앞으로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은 더욱 더 많아질 것이다. 그만큼 청소년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롭인센터는 이제 겨우 40일 정도밖에 운영되지 않았지만 공간 확장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드롭인센터 벽 한쪽에 붙어 있는 청소년들의 낙서 쪽지에는 “모든 전철역마다 이런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청소년들의 소망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청소년들의 바람대로 ‘그들만의 아지트’가 더욱 많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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