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시간 인정 … 여성·교육단체 “반교육적 행위” 반발


▲ 2007년 미스인천선발대회 주제는 ‘부엌 속의 신데렐라를 찾아서’다. 김영란 인천여성회 회장은 “자신의 능력과 인격으로 자립할 자신이 없는 여성이 동화 속의 주인공 신데렐라처럼 일시에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켜줄 왕자와 같은 남자의 출현만을 기다리는, 즉 남자의 인생에 의지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 또 그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는 심리적 의존상태를 말한다”며 대회 주제가 터무니없다고 평가했다.


14일 개최된 2007년도 미스인천선발대회 행사장에 참가하면 자원봉사점수를 인정해준다며 200여명의 여고생을 참가하게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을 상품화 하는 미인대회에 학생들을 동원했다’며 여성단체들과 교육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평종합사회복지관(대표 신광열)이 주최하고 한국일보사가 후원해 송도 라마다호텔에서 개최된 이날 대회에는 인천지역 6개 고등학교 여학생 2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 학생들은 이날 특별한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 않은 채 2시간가량 행사 구경만하고 자원봉사 4시간을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부평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주한 외국 대사들이 들어올 때 학생들이 맞이하는 행사가 준비됐지만, 여성단체들의 대회 반대 행사(퍼포먼스)로 모두 취소됐다”며 “구체적으로 어느 학교들이 왔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을 강제 동원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행사 참여를 알리는 공문을 학교에 접수했고, 해당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서 강제동원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O여고 교장은 전화 인터뷰를 통해 “복지관의 요청은 아니고 공문이 와서 여학교라 비교육적이기는 한데, 봉사점수도 있어 희망하는 학생만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장은 “인문계 학교라 가급적 자제를 시켰고 상위권 학생들보다는 하위권 학생 20∼30명 정도가 참가했다”고 말했다. 

미스인천선발대회 여고생 동원과 관련해 여성단체들과 교육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을 상품화 시킨다’는 여성단체들과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는 미스선발대회에 성(性)과 자신의 몸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여고생들을 ‘자원봉사 시간’ 4시간을 인정해주는 대가로 행사 자원봉사자로 동원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스선발대회 개최 중단과 폐지를 요구해 온 인천여성연대 참가단체인 인천여성의전화의 김성미경씨는 “여학생들이 이른바 에스(S)라인을 가진 대회 참가자들을 보고 뭘 생각할지를 교육당국자들과 복지관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임병구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도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행사가 없어졌는데 여성복지 사업이라고 실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자리에 학생들을 봉사활동 명분으로 참가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해당 학교에 책임을 물을 것이며 어떤 절차와 과정이 봉사시간으로 인정되는지도 밝히겠다”고 말했다.
임 정책실장은 이어 “현재 교육청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 평등 교육을 하는데, 이 교육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덧붙였다.

인천여성연대와 전교조 등 여성·교육단체들은 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항의 공문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과정 등에 대해 진위여부를 파악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혀 파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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