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부평지킴이를 찾아서 ①



우리 고장 부평의 원조 냉면집은 어디일까? 저마다 원조라고 간판을 내건 냉면집이 여기저기에 있지만 아직도 변치 않는 전통방식을 고수해가며 육수와 면을 직접 만들고 뽑는 냉면집은 어디에 있을까?

부평역을 등지고 부평시장로터리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내려가다 보면 첫 번째 횡단보도가 나온다. 바로 그 횡단보도 우측으로 난 로데오거리 음식 골목길을 따라 안쪽으로 100여 미터를 들어가다 보면 음식점이 끝나는 곳에 ‘함흥냉면’이라는 곳이 자리하고 있다.
식당에 들어서면 뭐라도 하나 더 쥐어 줄 것만 같고, 더 먹어야지 하며 한 술 더 떠줄 것만 같은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가 제일 먼저 반긴다.

“새댁이었는디 인자 다 늙어 부렀당께요”
이곳 함흥냉면의 사장인 허흥례(64) 젊은 할머니다. 스물 둘에 결혼하고 부평에 정착한 1974년부터 남편과 함께 함흥냉면 한길을 걸어 왔단다.

전북 김제가 고향인 고(故) 배용철 선생과 고창이 고향인 허흥례 할머니는 64년에 부부의 연을 맺고 의정부에 정착했다. 당시 남편은 서울로 출퇴근을 하며 전통 함흥냉면을 사사 받던 중이었고, 3명의 스승으로부터 함흥냉면 비법을 전수받은 후 5년 뒤 이곳 부평으로 내려와 옛 부평극장 주변 냉면집(지금 문화의거리 뒤편 신규 분양 중인 5층 상가) 주방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흥냉면에도 많은 사연과 추억이 담겼다. 현재 함흥냉면에는 허 할머니를 포함해 네 명이 일하고 있는데, 같이 일한 시간이 가장 짧은 사람이 17년 된 박순애 할머니다. 다음으로 고 배용철 선생으로부터 함흥냉면 비법을 전수받아 지금은 현 함흥냉면의 조리장을 맡고 있는 조강호(60) 실장이 20년째, 끝으로 올해로 26년째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안순옥씨가 있다.


 
▲ 함흥냉면 식구들 왼쪽부터 안순옥님, 박순애님, 조강호님, 허흥례 사장  


함흥냉면 하나로 부평의 입맛을 사로잡은 고 배용철 선생은 안타깝게도 10년 전 작고했다.  그 뒤를 잇고 있는 조강호 실장과 허 할머니에게 잠시 함흥냉면에 대한 얘기를 전해달라고 했더니, 답을 얻을 수 없는 물음이었던지 그저 웃기만 할 뿐 좀처럼 얘길 하지 않는다. 다만 냉면 맛을 좌우하는 것은 면 뽑기와 육수 만들기, 그리고 양념에 달렸단다.

잠깐 함흥냉면에 대한 이들의 얘기를 빌리면, 면은 전분과 메밀을 7대 3의 비율로 섞어 반죽해 뽑는데, 관건은 반죽할 때 물의 양과 면을 뽑을 때 물의 온도다. 마찬가지로 육수 역시 직접 제조하는데 냉면 한 그릇에 담기는 육수를 만들기 위해 끓이고 식히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5시간이 걸린다. 육수 만드는 법과 양념장 만드는 법은 끝내 듣지 못했다.

한때 하루 1500그릇이 나갈 정도로 굉장했던 함흥냉면이 지금 자리에 들어선 것은 3년 전이다. 모두들 오래 일했고 나이도 있고 해서 그만두려 했는데 함흥냉면 맛을 못 잊는 부평사람들이 한둘이 아닌지라 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문을 열었다. 다시 열면서 좀처럼 알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어디서 알았는지 다들 찾아온다.

어느덧 20년이 넘는 세월을 같이 한 사람들인지라 정말 한 가족처럼 지낸다. 이들의 30년 세월이 녹아든 함흥냉면, 그 진짜 맛은 어떨까? 백문이불여일식인지라 가서 맛보면 안다. 시원한 물냉면이 일품이지만, 남도 맛이 담긴 회냉면도 별미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냉면과 함께 지난 날 부평의 한 페이지를 맛보는 것은 어떨까?

다들 나이가 많은지라 부평역 인근을 제외하고는 배달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하니 참고해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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