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 김유호 소리지기 대표

“오늘 우리가 이곳에 와서 공연을 진행하는 이유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현수막이나 유인물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민들은 우리가 왜 모였는지 알 것이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음악을 계기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오늘 우리는 한미FTA 반대, 신자유주의 반대를 알리기 위해 나왔습니다”

지난 15일 제1회 인천거리공연 ‘거리에서 만나자’가 열린 동암역 광장에서 소리지기(대표 김유호)를 만났다.

5명으로 구성된 소리지기는 동양악기와 서양악기를 혼합한 새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시민들 앞에 나섰다. 대금과 해금, 두 개의 가야금, 건반이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음악은 생소하기는 하지만 들을수록 끌리는 매력이 있었다. 동양악기의 잔잔함과 건반의 경쾌함이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루는 소리지기의 공연은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존 음악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의 민중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소리지기는 6월 30일 첫돌을 맞는 신생팀이지만, 이들이 1년 동안 진행해 온 공연들을 살펴보면 아무나 할 수 없는 뜻 깊은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8월 23일 부평구청 광장에서 진행된 ‘반 인권적 노조탄압 분쇄를 위한 공무원노조 연대의 밤’에서 소리지기는 결성 후 첫 공연을 선보였고, 작년 11월에 열린 ‘제11회 인천인권영화제’ 개막공연, 계양산 숲속 음악회, 월미평화축제, 노동문화제 등 돈을 벌려고 하는 공연이 아닌 주최 측의 뜻과 주장에 동의하고 거기에 힘을 더하는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밖에도 작년 12월 첫 정기공연과 지난 달 3월 부평문화사랑방 초청공연 등 인천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멋진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살기가 어려운 이 시점에 이들은 왜 어려운 활동(문화운동)을 도맡아서 하는 것일까? 김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저희 구성원들은 이른바 말하는 ‘운동권’ 출신으로 다들 투쟁의 현장 속에서 노래 부르고 풍물을 치는 등 개개인으로 활동했었죠. 그러던 중 함께 뭉쳐서 활동을 하면 더 큰 무언가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팀을 결성하게 됐어요. 문화운동을 하는 공연팀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구성원들 모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낮에는 음악 강습을 하고 저녁에는 공연 연습을 해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사는 소리지기는 그 와중에도 ‘어촌의 밤’, ‘뜬 모를 하다가’ 등 창착곡 10곡을 만들만큼 음악에 대해 열정이 남다르지만 그들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저희는 세상을 바꾼다거나 뒤엎는 등 거창한 목적을 두고 활동하는 것이 아닌, 단지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음악으로서 위로하고 위안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찾아 활동하면서 저희의 이름 ‘소리지기’가 따뜻한 음악가들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넉넉지 않은 삶 속에서도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찾아 인천 곳곳을 누비는 소리지기. 이들의 노동과 소리가 밝은 세상을 만드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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