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공동번영의 기지, 개성공단을 가다북미 2·13합의 이후 개성공단은 더욱 분주해 졌다.
시범단지와 본 단지 일부 가동에 머물던 개성공단은 지난달 28일부터 6월 1일까지 5일간 본단지 1단계 100만여평 중 잔여부지 약 46만평을 분양한 결과 모두 344개 기업이 참여, 평균 2.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개성공단의 남북 교역량 역시 2000년 4억3000달러에서 지난해 13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개성공단이 활력을 찾고 있는 가운데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지역 언론이 5월 29일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해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본지 지면을 통해 개성공단의 모습을 생생히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너무도 가까운 북녘 땅, 개성공단
“강화~개성 간 연륙교 놓이면 더한 번영의 기지 될 것”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날 아침, 방문객들에게는 반갑지 않았지만 모내기를 앞두고 단비가 내렸다. 경의선도로 남측 출입사무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9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발한지 1시간 반만 이었다.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화물차의 행렬이 빗속에서 줄을 이어 대기하고 있었다. 개성공단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유로를 따라 임진강을 건너 경의선도로 남측출입사무소에서 방북 절차를 밟고 난 후 경의선도로 북측출입사무소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절차를 밟아야 했다. 

남측과 북측출입사무소 모두 입국·출국이 아닌 입경·출경으로 되어 있었는데, 경계를 드나들기에 그러한 것으로 보였다. 남측사무소를 통과해 북측사무소에 도착하자 북측관계자가 환한 얼굴로 “빗길 속에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다. 북측사무소를 통과하고 나니 10시를 지나고 있었는데 도로 옆으로 파종을 한 모양인지, 할 모양인지 가지런한 밭고랑이 펼쳐졌다.

차창 너머 북녘 땅을 볼 겨를도 없이 5분도 채 안 돼 개성공단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눈앞에 펼쳐진 개성공단의 모습은 한참 개발 중인 산업단지 모습 그대로였다. 차에서 내려 시범단지 안에 있는 개성공업지구 관리위원회 사무실로 향했다. 대강당에서 김동근 위원장으로부터 “열렬히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간단한 현황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현재 1만5000명이 일하고 있지만 금년 말이면 2만명, 내년이면 6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 뒤 “북측 노동자들이 학력도 높고 성실하며 같은 말을 사용하기에 품질과 생산성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핵실험 등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분위기가 좋다”며 “지난 4월 상정돼 20일 만에 개성공단지원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입주 기업도 남쪽에 있는 기업과 똑 같은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북측 홍보위원인 홍설경 선생은 “6·15 북남 공동선언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민족 공동 번영의 새 희망인 개성공단에 찾아주신 언론재단 관계자 여러분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인사한 뒤, 개성공단의 입지여건과 개발계획 등을 전했다. 특히 그는 “개성과 강화도를 연결하는 연륙교가 놓이게 되면 개성공단은 지금보다 더한 번영의 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측노동자들 상당히 호의적
인력 채용·관리 등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와 협의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대한 시찰이 이어졌다. 입주 기업 방문에 앞서 들른 우리은행 개성공단지점과 편의점, 병원, 한국전력, 소방서 등 지원시설마다 남북노동자들이 함께 웃으며 일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북이 협진하고 있는 병원의 함흥배 소장은 “북측 의료진 9명과 남측 의료진 2명이 같은 공간을 사용하며 협심해 하루 120~130명을 진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시설 방문을 마치고 향한 첫 기업은 주로 속옷을 제작하는 (주)좋은사람들. 밖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공장 안에 들어서니 수백명의 북측노동자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생산에 임하고 있었다.

(주)좋은사람들의 최문규 생산부장은 “현재 440명이 일하고 있고, 12개 라인이 가동돼 월 생산량이 40만톤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관리에 어려움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력채용은 관리위원회에 요청하면 그때그때 이뤄지고 있으며, 연장근무나 철야근무도 관리위원회를 통해 협의 하에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 방문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개성공단의 산파 역할을 한 현대아산을 방문했다. 방문에 앞서 현대아산 옆에 위치한 개성관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음식 맛이 남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 식자재는 남측에서 올라오고 음식 조리 역시 모두 남쪽 사람이 맡고 있다. 조리를 제외한 배식과 식당 운영은 북측에서 맡고 있다.

현대아산에서 바라본 개성공업지구 여기저기에서 단계별로 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기반시설이 완공돼 본격 가동이 이뤄지면 개성공단은 한반도의 산업경제를 이끌 엔진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모든 방문을 마치고 다시 남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올 때와 똑 같은 절차를 밟고 다시 임진강을 건너 남측에 도착했다. 비가 그쳐 안개가 자욱한 임진강 아래로 강물은 여전히 남북을 흐르고 있었다. 개성공단에서 만났던 남북의 노동자들, 그리고 오랜 지기처럼 친하게 지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임진강 안개 속에 떠올랐다. 민족 공동 번영의 기지로 거듭나고 있는 개성공단, 그 힘찬 박동 소리가 남북 모두에게 새 희망을 안겨다 줄 것만 같았다.

인천에 돌아와 부평구에서 개성공단으로 진출한 화인레나운 우흥완 상무(56)와 통화했다. 지금은 주로 양복바지와 가죽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화인레나운은 조만간 개성공단에 공장을 설립해 남성용 정장을 생산하려 한다. 현재 공장설계가 완료돼 관리위원회에 접수된 상태이고 승인이 나면 이 달 중 착공에 들어간다.

우 상무는 “남측에는 지금 봉재인력이 없지만 북측에는 인력 채용이 용이하고 임금이 저렴해 진출했다”고 말한 뒤 “진출 초기에는 우려도 있었으나 북측 사람들이 상당히 호의적이고 협조적이며 남측 사람들을 이해해 주려고 많이 노력한다”며 개성공단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개성공단 입주 현황 및 입지 여건


평양에서 160km, 서울에서 60km, 북방한계선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현 개성시(인구 7만) 판문군 일대 개성공단에는 시범단지(3만5000평, 15개 업체)와 본 단지 일부(1차 5만1000평, 24개 업체 입주)가 가동되고 있다. 5월 말 현재 북측노동자는 1만5016명에 달하고 남측 인원도 880여명에 달한다.

남북이 본 단지 1단계(100만평) 조성에 대해 합의한 상태지만 2·3단계 공단조성이 합의될 경우 개성공단의 규모는 무려 2000만평(공업용지 800만평, 배후단지 1200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공업단지로 거듭나게 된다.   

개성공단은 평양과 2시간, 서울·인천과는 불과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우수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나아가 인접한 물류기지인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끼고 있어 생산기지 개성공단과 물류기지 인천, 금융 및 회계 자원이 풍부한 서울의 3각 지대 연계가 가능하다. 또한 향후 시베리아횡단철도(모스크바-시베리아-블라디보스토크), 중국횡단철도(중국 렌윈항-카자흐스탄-러시아-유럽)와 연계한 물류가 가능해지면 유럽까지의 물류비용을 지금 보다 무려 25% 절감할 수 있게 된다.  

투자환경 및 노동현황

개성공단의 평당 분양가는 14만9000원으로 신축 중인 구미 4단지(39만원/평)나 시화단지(150만원/평)에 비해 매우 낮으며 인접한 중국 상해 금교(45만원/평)와 비교했을 때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 48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월 최저임금은 57.5달러(사회보험료 7.5달러 포함)이며 임금 상승률은 남북간 합의에 의해 연 5%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남동공단(1250달러)과 중국 청도(153달러)와 비교해 보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개성공단 북측노동자의 80%는 여성노동자이고 80% 가까이가 고졸이며, 대학졸업과 대학원졸업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평균나이는 32살. 무엇보다도 개성공단이 지닌 강점은 같은 말을 사용하는데서 오는 소통의 시원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www.kidm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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