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이대로 괜찮은가? - ③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정부는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정규직 확산법이자 차별 확대법이라며 전면 재개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시행령이 기간제에 대한 적용을 예외로 하고 파견 업종이 확대되고 하도급 요건이 완화되면서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지적 또한 높다.

이에 본지는 비정규대안센터(준)의 도움을 받아 그 실태를 파악하고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문제점을 밝혀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연재 순서>

ⓛ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안, 정말 있나?
② 특수고용직, 이들도 노동자다.
③ 비정규직 시행령, 오히려 비정규직 양산한다
④ 비정규직 법안의 대안 찾기



“시간당 강사료는 많이 받아야 4만원이고 보통은 2만~2만5000원 사이로 한 대학 당 일주일에 3시간 정도 밖에 수업할 수 없다. 강의를 많이 하면 3개 학교 정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한 달 강의해서 받는 돈은 100만원이 채 안 된다. 더구나 대학 강사들에게는 방학이라는 4개월의 보릿고개가 있어 실제 1년간 버는 돈은 훨씬 적다. 4대 보험은 당연히 없고 학기마다 학교와 계약을 하는데 5년간 강사를 하면서 계약서를 써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인천지역 A대학교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B(37)씨는 대학 강사가 시간 당 급여가 높아 사람들이 고속득자인 줄 알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강의 한 번을 하기 위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시간이 소비되지만 대학에서 강사의 이런 노력들은 정식 교수들과는 달리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은 강의를 맡아서 할 수도 없는 상황으로 저임금에 시달리며 학교로부터 어떤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면서 노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B씨는 대학 강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고용불안이라고 했다. 학기마다 학교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번 학기에 강의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다음 학기에도 강의를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강의가 없어지기도 하고 수강신청하는 학생이 적으면 갑자기 폐강되기도 하는 등 학기마다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실정이지만 정부는 지난달 17일 확정 발표한 비정규직 법안 시행령을 통해 박사학위를 소지한 대학 강사는 2년 이상 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더라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규정했다.

B씨는 “대학 강사는 어쩌면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데, 박사학위가 있다고 정규직 채용의 기회도 없어진다면 평생을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일해야만 하는 거냐”고 한탄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시행령을 통해 대학 강사와 함께 변호사·의사·변리사·감정평가사·한약업사·한약조제사 등 26개 전문자격증 소지자, 전문직 자격이 없는 대학교 조교를  직업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 채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비정규직 시행령을 통해 파견허용 업무가 종전 138개에서 197개로 대폭 확대됐다.

파견이 허용된 업무는 콜센터·배달·택배·가스검침·주차장관리·우편물 집배원·신문배달원·고객 상담 사무원 등으로 제조업 부분은 물론, 서비스 업무로 파견직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서비스 업무는 최근 직종이 확대되고 있는 부분이라 신규 직종의 대다수는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파견업종의 확대는 당연히 저임금과 근로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그동안 직접 고용돼왔던 노동자들이 대량해고(계약해지) 되거나 정규직 채용의 기회도 사라질 것으로 노동계는 우려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 위탁업체를 통해 우체국의 택배 배달 업무를 1년 가까이 하고 있는 C(38)씨는 이번 시행령으로 인해 정규직 채용의 기회를 잃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C씨는 “보통 3년 정도 성실히 일하면 대다수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고 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이번 시행령 발표로 희망을 잃었다”고 말했다.

전국체신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재 우체국에서 일하고 있는 계약직 집배원들에게는 해마다 정규직 채용의 기회가 주어져왔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발표로 인해 그마저도 없어지고 집배원에 대한 외주화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체신노조는 파견업종에서 집배원을 제외시켜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와 노동부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시행령만을 보더라도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안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동안 그나마 정규직 채용의 희망이 있었던 직종도 비정규직 시행령으로 인해 희망이 사라지고, 전문 자격증을 따면 정규직으로 결코 채용될 수 없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고 있다.


기간제 특례 대상자 (2년 이상 한 사업장에서 근무해도 정규직 전환 제외됨)

감정평가사, 건축사, 공인노무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변리사, 변호사, 보험계리사, 손해사정사, 수의사, 세무사, 약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한약사,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사업용 조종사, 운송용 조종사, 자가용 조종사, 항공교통관제사, 항공기관사, 항공사, 한약업사, 한약조제사 등 이상 26개 직종


파견대상 가능업무

컴퓨터 관련 전문가, 행정·경영 및 재정 전문가, 특허 전문가, 기록 보관원, 사서 및 관련 전문가, 번역가 및 통역가, 창작 및 공연예술가, 영화·연극 및 방송관련 전문가, 컴퓨터관련 준전문가, 기타 전기공학 기술공, 통신 기술공, 제도 기술종사자(캐드 포함), 광학 및 전자장비 기술종사자, 정규교육 이외 교육 준전문가, 기타 교육 준전문가, 예술·연예 및 경기 준전문가, 관리 준전문가, 사무 지원 종사자, 도서·우편 및 관련 사무 종사자, 수금 및 관련 사무 종사자, 전화교환 및 번호안내 사무 종사자, 고객관련 사무 종사자, 개인보호 및 관련 종사자, 음식조리 종사자, 여행안내 종사자, 주유원, 기타 소매업체 판매원, 전화통신 판매종사자, 자동차 운전 종사자, 건물 청소 종사자, 수위 및 경비원, 주차장 관리원, 배달·운반 및 검침관련 종사자 등 이상 197개 직종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