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혜진 시민기자의 사소한 과학이야기 160. 통조림
심혜진 시민기자의 사소한 과학이야기 160. 통조림
  • 심혜진 시민기자
  • 승인 2018.03.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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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통조림 먹는 재미에 빠졌다.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훈제고등어 통조림을 판매하는 걸 보고 맛이 궁금했다. 상품 평을 보니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나뉘어, 일단 몇 개만 구입했다. 맛은 역시나! 신은 내게 아무 것이나 잘 먹는 입맛을 선물로 주신 게 틀림없다.

내용물의 맛도, 양도, 가격도 모두 맘에 들었다. 공동구매로 값이 더 내려가길 기다렸다가 통 크게 서른 개를 주문했다. 통조림을 쌓아둔 서랍을 열 때마다 마음이 든든하다. 며칠 먹다가 질리더라도 문제없다. 이 통조림의 유통기한은 2021년. 무려 3년이나 남았다.

그런데 남편은 썩 탐탁지 않아 했다. 고등어의 영양이 파괴됐을 테고 첨가물도 많이 들어갔을 것 같단다. 그렇지 않고선 몇 년씩 상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속으로 된 용기도 찜찜하단다. 남편은 통조림 속 고등어를 ‘가짜 고등어’ 쯤으로 여기고 있는 듯했다.

 

아마 남편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흔히 살 수 있는 고등어나 꽁치 통조림을 사람들은 건강한 식품으로 보지 않는다. 사실관계를 따져봐야겠다.

고등어의 주된 영양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산, 무기질이다. 이 성분들은 가열하거나 가공했을 때 크게 파괴되지 않는다. 또, 고등어 통조림에는 보존을 위한 기름과 조미액, 소금 이외에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기름과 조미액에 고등어의 영양성분이 녹아 빠져나올 수 있지만 뼈째 먹을 수 있으니 칼슘 섭취엔 도움이 된다.

문제는 통조림 안 쪽 음식물이 닿는 부분이다. 이 부분을 비스페놀 에이(BPA)가 들어간 합성수지로 코팅한 경우가 많은데,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 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물질로 동물이나 사람 몸에 들어왔을 때 내분비계를 교란시킨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켜 무정자증ㆍ발기부전을 일으키고, 여성에겐 성조숙증ㆍ유방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 호르몬이다.

2017년 8월 독일의 환경자연보호단체가 통조림 식품 속에 비스페놀A가 얼마나 함유돼있는지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제품 26개 중 14개가 비스페놀A에 오염됐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줬다. 비스페놀A는 특히 영유아의 생식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성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단다.

통조림이 발명된 건 나폴레옹 때문이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1795년 군대에 공급할 전투식량을 신선한 상태로 저장하고 보관할 수 있는 식품보관법 개발에 상금 1만 2000프랑을 내걸었다. 이것을 본 니콜라 프랑수아 아페르라는 요리사는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식품을 오래 보관하려면 음식 안의 모든 미생물을 죽이고, 새로운 미생물의 침투를 막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14년간 온갖 방법으로 연구에 몰두해 식품을 병 안에 넣고 밀봉ㆍ가공해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는 이를 1809년에 발표했고, 프랑스 정부의 인정을 받아 상금을 받았다.(출처ㆍ위키백과 ‘통조림’)

그러나 유리병은 운반이 어렵고 무게가 많이 나가 전투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후 영국에서 가볍고 잘 깨지지 않는 양철을 오려 납땜하는 방식으로 통조림을 만들었다. 이 양철용기를 ‘틴 캐니스터’라 불렀는데, 흔히 통조림을 부를 때 사용하는 ‘캔’이라는 말은 틴 캐니스터의 약어다.

지금이 전쟁 시기도 아니고, 신선한 재료를 멀지 않은 곳에서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으니 굳이 통조림을 쟁여 놓을 이유는 없다. 그런데 별다른 손질 없이 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통조림의 가장 큰 매력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나는 게으른 한량 기질이 다분하니 이 편리함을 아예 포기하진 못하겠다. 오염물질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의 숙명이라 생각하며 ‘적당히’ 먹어야겠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