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문제제기에도 주위 무관심으로 묵살당해

인천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13년전 노조 간부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계약직이던 A씨는 추가 계약 기간이 짧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는 ‘아름다운 합의’에서 배제됐다. A씨는 당시 노조 간부였던 B씨가 '조언 할 얘기가 있다'며 만나자고 해, 아무런 의심 없이 나갔다가 불쾌한 성희롱을 당했다.

B씨는 “너를 지켜봤는데 몸매가 좋다”며 추근댔고, 식사 후 직원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에서 A씨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

A씨는 인천투데이과의 통화에서 “당시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비정규직이었고, 정규직 전환이 절실했기 때문에 노조 간부였던 B씨에게 저항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노조 간부였던 B씨의 영향력을 우려해 12년간 같은 병원에서 피해 사실을 숨기고 함께 일했다.

A씨는 작년 10월 노조측에 B씨의 성추행 사실을 알리며 “B씨가 다른 병원으로 옮겼지만, 얼굴을 마주 보며 노조 일을 함께하기 힘들다”고 호소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

'미투' 바람이 거세지던 지난달 24일 A씨는 재차 문제 제기하며 B씨의 간부직 사퇴와 노조 탈퇴를 요구했지만, 노조측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되냐”며 묵살했다.

A씨는 지난 19일 본인 SNS 계정에 “13년전 나를 성추행했던 사람은 아직도 노조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당장 B씨가 사퇴하지 않으면 노조 내 미투 운동을 벌이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노조측은 오는 22~23일로 예정된 노조 행사를 마치고 B씨의 간부직 사퇴와 노조 탈퇴, A씨에 대한 사과를 약속한 상황이다.

A씨는 “B씨에게 꼭 사과를 받고 싶다”며 “문화계ㆍ정치권 등 여러 분야에서 미투 운동을 통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은 남성 중심의 문화가 굳건하다”고 말했다.

한편, 평등의 전화ㆍ고용평등상담실에 따르면 2017년 여성 노동자 상담사례 441건 가운데 성추행ㆍ성희롱 상담이 37%(163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하며 피해 사실을 쉽게 밝히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