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 박미애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성폭력 피해자 인터뷰 동영상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 인터뷰 말미에 “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을지, 이 폭로가 얼마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했던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폭력을 쓴 것도 아닌데 왜 거부할 수 없었느냐’고 묻기도 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듣는 질문이기도 한데, 권력관계에서 약자가 ‘노(No)’라고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질문이 2차 가해임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성폭력은 권력관계가 형성된 곳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학교현장도 마찬가지다. 성폭력이 아닐지라도, 상급자가 권력을 이용해 하급자를 괴롭히고, 부당한 지시를 따르게 한다. 작년에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감이 한 교사를 지시할 업무가 있다며 교무실에 불러 칠판 앞에 세워놓고 체험용 화살을 쏘았다. 교감은 겨냥한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쏜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교감의 부당한 언행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지 피해 교사는 교무실에 가면서 녹취를 시작했고, 결국 그 교감은 ‘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해임’ 결정이 나기까지 피해자는 정신적 피해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도 감내해야했다. 피해자가 믿고 있었을 시교육청 감사관은 피해자에게 ‘권한 내 괴롭힘은 위법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사건 해결에 소극적이었고, 1차 징계 의결에서 경징계로 처리하려했다. 이 교사를 도운 것은 인사권과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교장과 교육청이 아니라 동료 교원들이었다. 그들은 변호사 선임비용을 십시일반 모으고 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제출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교원들의 애로사항을 상담하고 법률로 지원하는 교원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정부로부터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단다. 교사들의 바람이었던 교원치유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현장 교사들은 이런 기관이 존재하는 것조차 잘 모른다. ‘화살 교감’ 사건 피해자도 이 교원치유센터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는 홍보해야할 학교 관리자들이 직무를 해태한 결과다.

어떤 이들은 교권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학생인권부터 보장하라고 말한다. 물론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교권과 학생인권이 서로 대립하는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한 책에서 만났다.

“교권은 교사로부터 비롯한 권리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권리다. 정부가 교사에게 간섭함으로써 학생의 정당한 학습권을 침해하지 못하게 헌법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것이며, 교사가 상급기관, 관리자, 기타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받아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게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보장되는 자유권 등은 있을 수 없다. 이를 인권 대 교권의 대립으로 보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관점이다. 교육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교권은 이 교육권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이제는 교권 보호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교권은 인권이다”(교권과 학생인권은 한 몸, 이제는 교권을 말해야한다|권재원| 2017.7.25.)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 배움은 일방이 아니라 상호작용이므로 한 쪽이 불행한데 행복한 배움이 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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