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평론] 일본적 마음

김응교 지음|책읽는고양이|2017.11.30

 

책 읽는 게 직업인 사람이라 도통 움직일 줄 몰랐다. 그러다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외국의 한 지역을 거듭 방문해보자 마음먹었더랬다. 그래서 정한 곳이 교토. 예상한대로 상당히 흥미롭고 매혹적인 도시였다. 지금껏 네 차례 갔다 왔는데, 앞으로도 틈만 나면 가볼 예정이다. 교토에 자주 가다보니 일본의 원형에 관심도도 높아졌다. 이들 문화의 맨 밑바닥을 흐르는 정신 또는 마음은 무엇인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들춰본 책이 김응교의 ‘일본적 마음’이다.

일본의 원형적 심성에 관한 책이 이미 여럿 있다. 유명짜한 ‘국화와 칼’부터 큰 화제를 일으킨 바 있는 ‘축소지향의 일본인’까지. ‘일본적 마음’은 처음부터 이런 자리를 노리지 않는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연구한 시인답게 몇 개의 키워드로 일본의 원형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편견 없이 그러나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일본을 이해하는 첫걸음으로 맞춤한 책이라는 말이다.

교토에 가면 금각사를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빛나는 절을 보고 언덕에 올라서면 의외의 집이 한 채 보인다. 우리로 따지면 초가집 같은 누추한 곳이다. 다른 절에서도 비슷한 집을 보기도 했다. 이게 무얼까 싶었는데, 지은이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 집을 일러 간지소라 하는데, 손님을 검소한 방에 조용히 모시는 전통이 일본에는 있단다. 왜 그럴까. 이 궁금증도 풀린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마음을 집중하기 위해 무장들은 다실에 가서 침묵을 즐기곤 했다” 쇼군이 차를 즐긴 이유를, 그리고 굳이 간지소를 지은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지은이가 설명하는 까마귀 이야기도 흥미롭다. 1970년대 들어 도쿄 주변에 숲이 없어지면서 까마귀가 갑자기 늘어났다는데, 본디 많았던 조류라 한다. 이 까마귀를 두고 지은이는 일본인의 체념문화를 지적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상이 자기 문화 속에 들어왔을 때,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인의 생활방식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까마귀는 길조도 아니다. “일본인들은 있는 그대로 즉물적으로 까마귀를 하나의 사물로 볼 뿐”인 셈이다.

이 책에서 꼭 읽어볼 대목은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 일본 총리가 참배해 동북아시아의 외교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괜한 소란이 아니다. “1853년 개항 이후 태평양전쟁까지 전쟁에서 숨진 246만명의 전몰자가 모두 주신이 돼 모셔져 있는 성소인 것이다. 246만의 신들을 찬미하며 영혼의 축제가 벌어지는 축제의 성전인 것이다” 전범(戰犯)이 신이 되고, 그 신을 참배하는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간다 서점거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지라 나도 일부러 찾아가보았다. 내가 그때 느낀 불쾌함은 유슈칸(遊就館)이라는 전시관이었다. 이곳의 전시물과 전시방식을 보노라면 일본이 2차 세계대전을 어떤 식으로 회상하고자 하는지를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지은이도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마디로 “광적인 군국주의”에 대한 노스탈지어다. 앞으로 이 문제도 함께 공론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례문화로 우리와 일본을 비교한 대목도 빛난다. 일본은 장례식 분위기가 대체로 차갑고 무표정하단다. 이 역시 받아들임의 문화일 터. “일본의 전통 탈 노오멘(能面)의 세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삶의 단면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장례는 일반적으로 시끌벅적하다. 익살과 해학의 상징인 하회탈을 떠올리면 된단다.

일본은 동북아시아의 공통된 문화와는 다른 양식을 자랑한다. 여행객의 발길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표지에 적힌 대로 “일본의 모든 것은 일본적 마음에서” 비롯하게 마련이다. 여행의 동반자로 적극 추천한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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