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평가전

 

▲ ‘평창 동계올림픽 청년학생응원단’은 인천선학국제빙상장 출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를 응원하고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 ‘평창 동계올림픽 청년학생응원단’이 ‘통일 평창! 평화 평창!’ 피켓을 들고 있다.

2월 4일,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이었지만 날카로운 바람은 여전했다. 이날 인천선학경기장에선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렀다. 여론의 관심을 증명하듯 티켓 2500매가 사전에 매진됐다.

오후 3시, 남북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경기장 앞은 붐볐다. 청년 200명으로 구성한 ‘평창 동계올림픽 청년학생응원단’은 ‘통일 평창! 평화 평창!’ ‘입춘대길! 통일대길!’ ‘2030 청년들이 남북단일팀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피켓을 준비했다. 이에 더해 노래에 맞춰 율동을 추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지난 보수정권 동안 악화일로를 걸었던 남북관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기 바란다. 남북선수단 공동입장과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북측의 대규모 선수단ㆍ예술단 파견 등을 적극 환영한다”며 “동계올림픽 기간에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를 응원하고,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 한반도기를 들고 있는 아이들.

 

▲ 선학경기장 맞은편에선 남북단일팀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선학경기장 맞은편에선 남북단일팀의 경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ㆍ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여론조사 결과, 72% 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있던 한 노인은 “평창 동계올림픽은 국제적 행사다.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다. 국제적 행사에 태극기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전라남도 광주에서 왔다는 임원섭(18)씨는 “처음에는 단일팀에 반대했다. 이유는 기존에 팀워크를 맞춰온 선수들이 있는데, 한 달 만에 새로 팀을 꾸린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까 생각했다. 결정을 받아들여준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북에서 내려온 동포들에게 너무 보고 싶었고 환영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무역회사를 다닌다는 벤자민(26)씨는 “한국에 정착한 지 두 달됐다. 인천에서 대학을 다녀서 한국말을 배웠고 정치상황을 알고 있다”며 “단일팀 경기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하기를 바란다. 나는 단지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30분, 관람객 입장을 시작했다. 영하 10도를 육박하는 날씨였지만, 2000명이 넘는 관중들은 자리를 지키며 입장순서를 맞이했다. 경기장 안에 입장한 사람들은 준비한 응원도구를 꺼냈다. 응원구호를 외치며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오후 5시 30분,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경기장에 나섰다. 관중들은 환호를 보내며 남북단일팀 선수들을 반겼다. 연습시간 약 30분이 흐른 6시, 선수들은 코트에 나열해 국가를 불렀다.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자리에서 일어난 관중들이 따라 불렀다.

 

 

▲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선수들과 스웨덴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고 있다.
▲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경기 시작에 앞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 시민은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순간 느꼈던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남북은 원래 한민족이고, 가족이었음을 다시금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이스하키 경기는 20분씩 총3피리어드로 진행한다. 한 팀당 골키퍼 2명과 플레이어 20명으로 구성한다. 경기는 보통 골키퍼 1명, 디펜스 2명, 포워드 3명으로 꾸린다.

이번 경기에는 한국선수 18명, 북한선수 4명으로 팀을 짰다. 박철호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북한은 여자아이스하키 대표선수로 12명을 선발했다. 이중 수비수 황충금, 공격수 정수현ㆍ김은향ㆍ려송희가 명단에 포함됐다.

단일팀은 이날 스웨덴에 1대 3으로 졌다. 1피리어드 16분 16초, 17분 50초에 두 골을 내줬다. 박종아가 18분 15초에 골을 터트리며 추격에 열을 올렸으나, 19분 48초에 다시 실점했다. 2피리어드와 3피리어드에선 점수가 나지 않았다.

 

▲ 관중들이 남북단일팀을 응원하는 장면.
▲ 남북단일팀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관중들이 한반도기를 펼치고 있다.

 

▲ 공동응원단이 피켓을 들고 남북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단일팀이 실점했을 때 관중들은 괜찮다고 위로를 보냈고, 만회골을 넣었을 때는 열광하며 기운을 북돋았다. 한반도기를 휘날리며 “이겨라 코리아” “통일조국” “우리는 하나다” 등 여러 구호를 외쳤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 스웨덴 골대를 향해 슈팅하는 박채린 선수.
▲ 경기 종류 뒤 ‘아이스하키 단일팀 미디어 데이’가 열렸다. 왼쪽부터 한국팀 박종아 선수와세라 머레이 감독. 북한팀 박철호 감독과 정수현 선수.

경기 종료 뒤에는 취재기자들과 ‘아이스하키 단일팀 미디어 데이’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팀을 지휘하고 있는 세라 머래이 감독과 박종아 선수가, 북한에선 박철호 감독과 정수현 선수가 나왔다.

세라 머래이 감독은 “북한 선수들과 1주일 정도 연습을 함께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북한 선수들이 우리 시스템과 전술에 맞춰 잘해줬다. 지난해 7월에 스웨덴과 경기했을 때는 스웨덴 쪽으로 치우쳤다. 그러나 오늘은 대등한 경기를 치렀다”고 밝혔다.

박철호 감독은 “(이번 경기로) 북과 남이 하나로 뭉쳐 해나간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짧은 기간이지만 힘과 마음과 뜻을 합쳐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수현 선수는 “우리 북과 남 선수들이 힘과 마음을 하나로 합쳐 달리고 또 달린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번 대회가 북남이 뭉친 힘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아 선수는 “작년에 스웨덴과 경기했을 때 수비가 부족하다 판단했고,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그래서 오늘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북한 선수들과)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스포츠를 하는 거니까 크게 어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북측 선수들도 열심히 우리 시스템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예선 B조에 속한 남북단일팀은 2월 10일 스위스, 12일 스웨덴, 14일 일본과 예선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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