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4.5조 늘었는데 1.6조원 상환”
유정복, “거짓말 의정보고 안타깝다”

인천시장 예비후보 출정식 방불케 한 의정보고회

지난 19일 인천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국회의원의 의정보고회는 사실상 인천시장 출마를 위한 세몰이였다.

박 의원은 의정보고회에 앞서 지난 12일 자신의 ‘정부 입각’설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하고, 인천시 정권 교체를 위해 올해 인천시장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의정보고회에는 700여명이 참석, 500명 수용이 가능한 시교육청 대강당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추미애 당 대표를 비롯해 인천지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이 모두 축하영상을 보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축전을 보냈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일 때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 들어가 국정상황실장과 인사수석을 역임했다.

박 의원은 의정보고회에서 “저더러 ‘친 노무현’ 얘기 강조하지 말라고 하는데, 저는 노 전 대통령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존경한다”며 “저는 뼛속까지 친노인 ‘뼈노’다”라고 말했다.

이날 의정보고회에서 ‘시장선거 출마’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조택상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지역위원장은 축사를 부탁하면서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한 말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의정보고회 규모와 참석자 면면을 보면 예비 출정식이나 다름없었다. 지방의원들은 물론 인천지역 직능단체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남동구는 물론, 부평구와 남구, 연수구, 서구를 비롯해 옹진군까지 기초단체장선거 출마 희망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 의원은 의정보고회에서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진상규명과 박근혜 탄핵 등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인천 유일 6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에 선정된 일, 해양경찰청 부활과 교부금 확보, 논현경찰서 신설 등으로 인천과 남동구 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치적으로 강조했다.

▲ 박남춘 국회의원은 19일 의정보고회에서 “유정복 시장이 시 재정위기 극복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지방선거 때도 ‘시 재정’ 쟁점 전망

무엇보다 이날 의정보고회에서 관심을 끈 것은 유정복 시장의 ‘시 재정위기 극복’에 대한 날선 공격이었다. 박 의원은 “인천이 부채도시에서 부자도시로 됐다는 것을 동의할 수 없다. 시민들을 호도하는 것이다”라고 쏘아 붙였다.

시 재정위기 문제는 2010년 지방선거와 2014년 지방선거 쟁점이었다.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유 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우선 박 의원은 “시가 빚 3조 7000억원을 갚았다고 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시 본청이 1조 6000억원을 갚고, 인천도시공사와 인천교통공사 등 공기업이 합해 1조 4000억원을 갚았다”고 한 뒤 “나머지 7000억원은 그동안 시가 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던 법정ㆍ의무적 경비를 해소한 금액이다. 법정ㆍ의무적 경비는 돈이 없어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것인데, 이걸 부채 상환이라고 했다”며 “엄밀히 따지면 부채상환은 3조원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 의원은 3조 7000억원을 갚았더라도 남은 부채가 얼마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시 부채가 10조 1000억원 아직 남아있다. 인천을 제외한 광역지자체 중 빚이 가장 많은 곳이 부산으로 6조원이다. 인천은 빚을 갚으려면 아직 멀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재정위기단체 지정 기준이 시 본청 부채만을 따지기에, 10조원 넘게 남아있지만 재정위기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자체는 틀리지 않다”고 한뒤 “지금 정도 부채감축은 누가 (시장으로) 와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더 감축해야했다”고 덧붙였다.

유 시장을 향한 박 의원의 공격은 ‘서인부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서인부대’는 유 시장이 최근 강조하며 홍보하고 있는 말로, 도시 규모 순서가 서울ㆍ부산ㆍ대구 순에서 서울ㆍ인천ㆍ부산ㆍ대구 순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말한다. 시는 인천의 GRDP(지역 내 총생산)가 부산을 앞서 제2의 도시가 됐다며 이 같이 홍보하고 있다.

박 의원은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인천은 공항과 항만이 있고, 수도권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부산은 제조업이 죽었다. 부산 경제는 연간 2000만 TEU를 처리하는 부산항으로 버틴다. 그러니 (인천이) 당연히 앞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남춘, “4조 5000억원 늘었는데 겨우 1조 6000억원 상환”

인천의 도시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유 시장이 자랑하는 것에 대해 박 의원은 “인천시민 1인당 소득이 광역시 가운데 꼴찌에서 두 번째다. 작년 개인소득이 700만원 느는 동안 1인당 가계부채는 1000만원으로 늘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시민들의 가계 부담이 늘었고, 역설적으로 시민들이 집을 사면서 지방세(=취ㆍ등록세)가 대폭 늘어 인천시가 부채를 갚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전세 사느니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썼다. 청라ㆍ영종ㆍ송도에 미분양 아파트들이 널려있었는데, 은행이 잘 빌려주니 개인들이 대거 집을 샀다. 집을 산 시민들은 지방세를 낸다”며 “유정복 시장 재임 3년간 지방세가 3조 5000억원 늘었다. 그리고 자산을 매각해 1조원을 벌었다. (시 본청 예산에) 4조 5000억원 더 생겼는데 겨우 1조 6000억원 갚았다. 이것이 허리띠를 졸라 맨 것인가? 이 같은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해야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시가 교부금을 많이 받아서 그렇다(=부채를 줄였다)고도 한다. 인천의 교부금이 300억~500억원 느는 사이 다른 데는 5000억원씩 늘었다. 정부가 내국세의 19.24%를 지방으로 돌려주는 게 교부금이다. 국세가 늘다보니 지방으로 돌아오는 교부금 전체 규모가 5조원 늘었고, 거기서 500억원 더 받아온 것뿐이다”라며 시의 교부금 확보를 평가절하했다.

박 의원은 “(이는) 내가 분석한 시 재정건전화에 대한 의견이다. (향후) 서로 토론이 될 것이다”라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정직해야하고, 투명해야하고, 공개해야한다. 그리고 시민들이 공유하고 알아야한다. 그런 행정으로 가야한다”라고 덧붙였다.

▲ 유정복 시장은 “시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당정협의회를 하자고 할 때 박남춘 의원은 응하지 않았다”고 쏘아붙였다.<유정복 시장 페이스북>
유정복, “헐… 3조 7000억원을 누구나 갚을 수 있다니요”

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유 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헐… 3조 7000억원을 누구나 갚을 수 있다니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치적 이익만을 생각하며 시 모든 공직자와 시민의 노력을 폄훼하는 분이 주민의 대표라는 것에 안타까움을 넘어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반박했다.

유 시장은 “다른 지역은 작은, 좋은 일 하나만 있어도 지역 전체가 들썩이고, 안 좋은 일은 다 같이 힘을 모아 해결하려고 똘똘 뭉치는데, 어떻게든 흠집만 내려는 정치인이 있으니 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박남춘 의원은 인천시민과 공직자의 노력의 산물인 3조 7000억원 부채 감축을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궤변과 억지로 가득 찬 ‘거짓말 의정보고회’를 했답니다”라고 비아냥댔다.

유 시장은 또, “민선 5기(=송영길 시장) 때 1조 8000억원의 알토란같은 시민의 재산을 팔면서도 무려 3조 7000억원이나 부채를 늘려 놓은 민주당의 시당 위원장으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신지?”라고 반문한 뒤 “그런데 반성하지는 못할망정 민선 6기 인천시의 성과를 깎아내리려고 거짓말 보고회를 했다”고 덧붙였다.

유 시장은 “특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이 인천시에 내려온 교부세가 얼마인지도 몰라서 민선5기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 교부세를 500억원 늘어났다고 거짓말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라고 쏘아붙였다.

끝으로 유 시장은 “인천의 정치인이 당정협의 등을 하자할 때는 응하지도 않더니, 지난 3년 반 세월 동안 공직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300만 인천시민들의 헌신과 인내로 일궈낸 재정건전화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공직자와 시민에 대한 모욕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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