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2017년 6470원에서 16.4% 인상된 최저임금은 당연히 사업주들의 우려를 가져왔다.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제조업ㆍ건설업ㆍ농축산업ㆍ어업 분야는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최저임금만 주면 되는’ 이주노동자를 선호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필두로 ‘이주노동자 인건비’를 예로 들며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했다. 일부 정치인은 이에 편승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한국인과 차별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국내법은 물론 국제기준에도 어긋나는 얘기들로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올해 1월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몇 가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첫 번째로 초과근무시간이 줄어들었다. 근로기준법에는 하루에 4시간, 한 주에 12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지 못하게 적시돼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 무리해서라도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이주노동자들과 최대한 오래 기계를 돌리고 싶어 하는 사업주들의 이해가 상응해 상당수가 근로기준법 이상의 초과근무를 해왔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이민자 체류실태와 고용조사 결과’를 토대로 몇몇 언론은 이주노동자 절반가량이 월급 200만원 이상을 받는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그 돈을 받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에 비해 얼마나 긴 시간 일해야 했는지를 뺀 나쁜 보도였다. 200만원을 받기 위해선, 대부분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제조업 이주노동자들은 월 209시간의 기본근무 외에 최소 월 66시간 초과근무를 했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후 작년 말부터 우리 센터를 이용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회사에서 초과근무를 없애거나 줄였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두 번째, 기숙사비를 급여에서 공제하거나 식비를 줄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들에게 ‘이주노동자 동의로 숙식비를 공제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 ‘고용주가 숙식비를 공제하려할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안내는 하지 않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음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도 고용노동부의 역할 아닌가.

고용노동부가 예고한 이주노동자를 위한 대책도 있다. 임금체불의 경우, 이전에는 임금을 2개월 이상 전액 지급받지 못하거나 월 급여의 30% 이상을 2개월 이상 받지 못해야 사업장 변경이 가능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체불임금이 있으면 그 액수와 상관없이 사업장을 변경해준다고 하니, 늦었지만 희소식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임금체불이 발생했을 때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은 이전보다 훨씬 용이해졌다.

그러나 한편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안건에 ‘최저임금에 숙식비와 같은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게 들어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최저임금 미만의 급여를 받아도, 사업주가 기숙사비를 임의로 책정하고 이를 최저임금에 포함에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지급되기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줄어 들고 있지만, 이전에 없었던 급여 공제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적용 주장도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진짜 최저임금 투쟁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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