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형 회장 10년 전에도 횡령과 비자금 조성으로 집행유예

인천지검, 업무상 배임 혐의 동광그룹 본사 압수수색

인천지방검찰청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동광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인천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김웅)는 지난 9일 오전 인천 계양구 작전동에 소재한 동광그룹 본사와 강원도 고성 연수원을 압수수색했다. 고성 연수원은 그룹 일가의 숙소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광기연(주)은 한국지엠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1966년 동양이화공업(주)으로 창업해 현재 동광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설 명절을 사흘 앞두고 노동자 전원(62명)에게 문자 메시지로 해고를 통보, 노동계 현안 사업장으로 부각했다.

동광그룹은 동광기연ㆍ에스에이치글로벌ㆍ에스에이치비피ㆍ에스에이치아이엔티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룹 오너 일가가 계열사를 소유하고, 그 계열사끼리 상호ㆍ순환 출자하는 형태다.

동광그룹의 2013년 기준 매출액은 약 5985억원이다. 검찰은 동광그룹 유래형 회장과 유스훈(유 회장 아들) 사장 등 오너 일가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동광그룹 자회사 사이의 주식 매매와 자금대여, 지급보증 등으로 동광기연 등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자회사의 지분을 통상 매매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하고, 자회사 대출에 지급보증을 하고, 무이자 대여 등으로 손해를 끼친 혐의다.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해 1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의 ‘업무상 배임 혐의’ 고발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전국금속노조와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동광기연지회는 “유래형 회장이 유승훈 사장과 유승찬 (주)인피니트 사장에게 편법으로 경영권을 물려주고, 아들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한편, 계열사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게 해 동광기연에 수십억원 손해를 끼쳤다”며 지난해 1월 검찰에 고발했다.

동광기연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매해 영업이익 15억원, 당기순이익 69억원을 기록했고, 동광그룹의 국내 계열사 총자산은 3000억원, 당기순이익은 34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동광기연은 2015년에 인천 남동공장 토지와 건물 매각대금 330억원을 회사 운영에 사용하지 않고 동광그룹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또,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51억원과 256억원을 그룹 계열사에 무이자로 대여해주고, 정당한 이유 없이 이익을 분배했다. 아울러 계열사의 대출에 지급보증을 서 계열사의 이자를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24억원과 80억원 대신 지급했다.

노조는 이 같은 과정에서 동광기연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봤으며, ‘편법 세습’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노조는 “동광기연이 동광그룹 계열사 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는 데 지출한 자금 약 200억원을 시설 투자에 사용해 신규 물량을 수주했다면, 회사 경영문제도 없었을 것이고 조합원들 해고 통보도 없었을 것이다”라며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노조, 조세 탈루와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도 수사 촉구

동광그룹은 2016년 4월에 동광기연을 두 개로 분리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신설 법인인 ‘동광기연 안산공장’으로 이직했다. 노조는 ‘말이 신설 법인이지 부채덩어리나 나름 없었다’고 전했다.

대신 부동산 임대업을 할 수 있고 자산 1000억원을 보유한 존속 법인 동광기연은 유승훈 사장이 소유했다.

노동자 전원 해고에 앞서 유승훈 사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노조와 “노조와 합의 없이는 매각ㆍ청산ㆍ법인 분리ㆍ정리해고 등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노사 합의서와 고용보장 확약서’에 서명한 뒤 공증까지 했다.

이 노사 합의서를 믿고 조합원들은 세 차례에 걸친 공장 이전(인천→익산→인천→안산)을 견디며 일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23일 동광기연 노동자 62명을 전원 해고하고, 안산공장을 매각했다.

노조는 노사 합의서 불이행에 따른 노동관계법 위반 혐의를 검찰에 고발하고 처벌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말 수원지검 안산지청에서 인천지검으로 이송됐다.

노조는 “유승훈 동광그룹 사장과 김경호 동광기연 청산인의 노동관계법 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철저히 수사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노사 합의서 위반 사항을 엄정히 문책해, 동광기연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을 계열사로 승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5일까지 동광기연 관계사(=에스에이치글로벌ㆍ에스에이치비피ㆍ에스에이치아이엔티)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 근로감독 내용도 철저하게 검토해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동광기연을 제외하고 동광그룹 계열사 제조업 부문 노동자는 모두 비정규직이다. 계열사에 노조가 없다는 것을 악용해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걸 더 이상 못하게 해야 한다. 휴업수당 미지급과 고용불안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아야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유래형 회장, 10년 전에도 ‘횡령ㆍ사기’로 집행유예

노조는 또, 검찰 고발에 참여한 김경율(참여연대 집행위원장, 현재 다스 전담팀원) 공인회계사의 동광그룹 계열사 재무제표 분석을 토대로 “동광그룹에 조세 탈루 의혹이 있다”며 이 부분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경율 공인회계사는 “계열사 중 (주)인피니트의 각종 재무제표는 특수 관계자와 내부거래로 인해 심각하게 왜곡돼있고, 이를 근거로 산출한 평가치(=사측 제출자료)는 정당할 수 없다. 특수 관계자 간 거래로 말미암아 부의 부당한 이전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이에 따른 증여세 탈루 혐의 등을 국세청 등 관계당국에서 조사해야한다”며 인피니트의 주식가치 평가보고서에 대한 사전 검토 의견서를 지난해 12월 인천지검에 제출했다.

한편, 검찰의 동광그룹 일가 수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에 유래형 회장은 회사 돈 횡령과 비자금 조성, 정부출연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ㆍ사기)로 구속 기속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0억원을 선고 받았다.

노조는 “압수수색을 실시한 검찰은 동광그룹을 철저하게 수사해 더 이상 그룹 일가의 경영 비리로 인해 노동자들이 희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동광그룹 오너 일가 출국정지와 구속수사로 위법 사실을 은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