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65명이 새해 첫날 해고됐다. 원청과 사내 하청이 계약을 갱신하는 연말연시마다 고용승계 불안에 떨었던 숙련공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용 불안을 넘어 아예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거의 매해 이맘때면 원청인 한국지엠이 사내 하청업체를 변경하면서 기존 하청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문제였는데,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10월부터 부평공장의 엔진ㆍ부품 포장 등 하청업체에 맡겼던 공정 일부를 사내 정규직에 넘겼다. 결국 비정규직이 설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지엠의 경영 상황을 봤을 때, 이러한 구조조정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지엠은 최근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지엠의 경영과 연계돼있어 적자 누적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수출 부진과 내수판매 감소는 드러난 현실이다. 부평공장 정규직 노동자들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달 29일 2017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가까스로 도출했는데, 교섭 과정에서 사측이 보여준 행위는 이례적이었다. 사측이 제시한 안을 노동조합이 수용하겠다고 하자,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임금협상의 핵심 목적을 신차 생산계획 등, 회사 발전 전망을 구체화하는 것에 뒀지만, 이를 잠정합의안에 담지는 못했다. 회사 발전 전망은 임금문제와 분리해 고용특별대책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인위적인 정리해고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합의하는 것에 그쳤다.

글로벌 지엠이 한국에서 철수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지난해 더욱 심해졌다. 이게 현실화됐을 때 인천경제에 끼칠 악영향이 막대하기에, 인천의 공공기관과 시민사회단체, 관련 기업체들은 인천자동차발전협의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한국지엠 자동차 구매 운동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한국지엠이 지역사회에서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 시민과 소통을 넓히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이번 비정규직 집단 해고는 지역사회의 바람과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과 같다. 한국지엠이 지역사회의 바람에 부응해 회사 발전전망을 내오기는커녕, 지역사회 일원이자 이웃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내쳤으니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점차 민간 부문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주도 경제, 사람중심 경제로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소득이 있어야 소비할 수 있고, 소비가 늘어야 경제가 산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는 못할망정,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비정규직을 집단 해고하는 것은 악순환을 심화하는 것임을 깨닫고 방향을 선회하길 한국지엠에 바란다. 그 시작은 비정규직 집단 해고 철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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