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정부지원 MRO 사업자로 경남 사천의 KAI 선정
인천상공회의소 등, 인천공항 운항 안전대책 마련 촉구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월 19일 ‘항공정비(MRO) 사업계획 평가위원회(이하 평가위)’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경상남도 사천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정부지원 MRO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에 인천지역 경제ㆍ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운항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에 MRO 특화단지를 조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위는 “KAI가 MRO를 위한 시설과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사업부지 저리 임대 등 MRO 사업 추진 기반이 충분하고, 군용기 정비 경험과 B737 항공기 개조 경험 등도 있어 민ㆍ군 항공기 정비업 경영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사업부지가 지리적으로 편중된 사천시에 위치해있으나, 주변에 항공우주산업단지가 있고 항공관련 협력업체도 60여개 입주해있어 MRO 클러스터 형성을 위한 입지조건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지원 이외에 투자금융사 등 다양한 출자기관 확보와 국내외 군용기 정비물량 수주 등으로 2026년부터 순이익이 발생하는 등, 사업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토부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적 항공기 정비의 내수 전환과 국내 MRO 산업 육성을 위한 추진전략을 지난 2015년 1월 마련하고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토부는 “KAI가 계획대로 2018년에 MRO 전문 기업을 설립할 경우, 2026년까지 일자리 2만개와 수입대체 1조 680억원, 생산유발 5조 4000억원 등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인천공항 정비 불량 결항률 상승 …"MRO 특화단지 조성해야"

하지만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2월 26일 성명을 내고 “항공기 운항 안전을 위해 인천공항에 MRO 특화단지를 조성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은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으나, 항공기 정비 불량으로 인한 결항률 상승으로 항공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정비 불량으로 인한 출발선 결항률은 2010년 3.9%에서 2016년 2분기 23.5%로 급상승했다. 항공편이 하루 1000편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정비서비스 인프라 투자는 늦어지고 있다. 2016년 2분기 인천공항 도착선의 결항률은 18.2%다. 출발선의 결항률이 도착선의 결항률보다 높다는 것은 인천공항이 제대로 된 정비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것을 보여준다.

인천공항에선 국적 항공사(=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에만 엔진정비와 부품정비 이상의 중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엔진정비의 경우 대한항공만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을 뿐, 나머지 국적 항공사는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제2여객터미널 개장으로 여객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 항공 안전 확보를 위한 MRO단지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경실련도 “항공정비는 승객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고, 대형사고 발생 시 국가적 재난 수준의 피해는 물론 대외적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져 항공 산업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KAI를 MRO 정부지원 사업자로 선정해 진주ㆍ사천 등 경남 서남부 지역 발전으로 균형발전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공 안전 차원에서 인천공항에도 항공정비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내 MRO 산업 육성을 위한 국토부의 추진전략은 KAI를 중심으로 세워졌는데, KAI와 해당 지역이 안고 있는 성격과 지역성으로 다른 지역의 교류가 어렵기 때문에 과감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난 4월 정부가 경남 지역에 ‘군수분야 항공 제조 부문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했듯, 인천공항에 ‘민수분야 항공정비서비스 부문의 특화단지’ 지정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인천상공회의소와 인천경실련 “그 어떤 이유도 항공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토부와 인천공항공사, 인천시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논의기구를 구성해 인천공항의 지속가능한 운항안전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은 공항 배후단지에 엔진 제조업체와 항공기 정비 단지를 조성하는 등, 정비서비스 투자로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배후단지에 대규모 정비단지를 조성해 최고의 환승공항이자 정비기지로 발돋움했다.

인천공항이 여객안전을 담보하면서 동북아시아 환승공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이공항처럼 배후에 항공정비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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