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집’과 ‘조병창’. 각각 지난달 28일과 이달 7일 송도 트라이보울 공연장에서 쇼케이스 공연한 뮤지컬 작품이다. 앞에 것은 내년 9월이면 폐쇄될 부평구 산곡동의 인천직장여성아파트를 배경으로 했고, 뒤에 것은 일제강점기에 현 부평미군기지 일대해 존재했던 일본육군조병창 안에서 활동했던 독립군 이야기를 다뤘다. 이 쇼케이스 공연은 인천대표 공연콘텐츠 개발과 상설공연을 위해 이뤄졌다.

인천시는 내년에도 인천대표 공연콘텐츠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역사와 정체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상품화해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지역 예술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지역성과 역사성을 살리는 작업과 사업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국적 흐름이기도 하다. 반환 예정인 부평미군기지 활용방안을 논의하면서 무조건 공원으로 조성할 게 아니라, 옛 건물들을 존치시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모아나가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옛 건물들을 대부분 철거하고 공원을 조성한 부산 하야리야 미군기지를 반면교사로 삼기도 한다.

한편으론, 지역 관광산업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지역을 상징했던 오래된 건물들을 철거하기도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구 답동성당 앞 가톨릭회관 철거가 대표적이다. 중구는 1974년에 준공된 이 회관 토지를 매입했고, 건물을 철거한 뒤 주차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송월동 동화마을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근대 산업유산인 애경사 건물(1912년 준공)을 철거한 것처럼, 답동성당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부족한 주차장을 확보하겠다고 한다.

가톨릭회관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상징한 공간이었다. 1970~80년대에 사법당국의 감시가 비교적 덜했던 종교시설이라, 5.3 민주화운동과 6월 민주항쟁, 7ㆍ8ㆍ9 노동자대투쟁 등,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공간으로 사용됐다. 게다가 가톨릭회관은 ‘답동성당 가톨릭회관’으로 한 몸처럼 인식됐고 불렸다.

그런데 어떻게, 답동성당을 관광자원으로 살리겠다고 가톨릭회관을 없앨 생각을 했을까. 송도 신도시에서 원도심의 풍경을 볼 수 없고, 정취를 느낄 수 없다. 주차시설이 잘 돼있어 관광객이 몰리는 게 아니라, 역사유산이 잘 보전돼있고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하는 정취가 있어야 몰리는 것이다.

지난해 말 ‘중구 향토문화유산 보호 조례’가 제정됐다. 향토문화유산은 향토의 역사ㆍ학술ㆍ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과 이에 준하는 유ㆍ무형 자료다. 근현대 역사문화유산으로 보존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것 등을 심의해 지정하게 돼있다. 지정한 후에는 원형 유지를 기본 원칙으로 해 보호해야한다. 그러나 조례 따로, 행정 따로. 중구가 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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