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형 한국이주이권센터 상담팀장

 
그동안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고용센터나 노동청을 방문했을 때 겪은 불합리한 일들을 이 지면에서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지난 1일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출범했고,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 목적이라기에, 몇 가지 건의하고자 한다.

첫 번째, 2012년 8월부터 시행한 ‘이주노동자 고용 알선에 관한 지침’을 반드시 폐기해야한다. 이 지침이 시행되기 전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을 변경할 때 고용센터에서 구인사업장 리스트를 받아 구직활동을 했다. 사업장 상태나 근무여건, 임금 등을 비교해 일할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돌연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과 브로커 개입 방지대책’이라며 사업장 리스트를 제공하지 않고, 문자메시지로 사업장을 알선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그 이후 이주노동자들은 구인업체가 많은 지역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구인업체가 별로 없는 지역은 열흘에 한 번 정도 문자를 받아보고 있다. 문자를 보내는 방식도 불친절하다.

업체명과 주소, 연락처를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업체명과 전화번호만 보낸다. 업체명이 없는 경우도 있다. 원하는 지역에 구인업체가 얼마나 있는지, 얼마나 기다리면 취업할 수 있는지, 이주노동자가 예측할 수가 없게 됐다. 당시 이 지침을 만들 때 국회 토론회에 나온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브로커 개입을 어떤 방식으로 파악했는지, 브로커가 어떤 형태로 개입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아울러 브로커 개입 문제를 왜 이주노동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지도 대답하지 못했다.

두 번째, 사업장 이탈신고 등, 이주노동자 체류상황에 큰 변화를 고용센터에서 인지했을 땐 반드시 이주노동자에게도 알려야한다. 사업주가 이탈신고를 했으면서 이주노동자에게 알려주지 않고, 심지어 이탈신고 돼있는 채로 해당 사업장에서 일하기도 한다. 이탈신고를 당하면 한 달 안에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주노동자는 고용센터에 가서 확인하기 전까진 본인이 이탈신고 돼있는지를 확인할 도리가 없다.

사업주의 사업장 변경 신고도 마찬가지다. 상당수 이주노동자가 사업주 귀책에 의해 사업장을 변경한다. 하지만 사업주가 고용센터에 고용 변동을 신고할 때는 합의로 인한 퇴사라고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해당 이주노동자는 비자를 연장할 때가 돼서야 당시 신고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한다.

세 번째, 지역별 통합 통역 인력을 확보해야한다. 고용노동청에선 아직도 이주민이 조사를 받을 때 통역인을 데리고 오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고용허가제를 운영하고 있고, 그로 인한 이주노동자와 사업주 간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이주노동자가 고용노동청에서 조사를 받을 때 공용노동청이 통역인을 동원하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고용센터에 고충을 토로하러 갈 때도 얘기를 알아들을 수 없고, 통역인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 권한도 없는 외국인력지원센터와 같은 상담소로 넘겨버린다. 이주노동자의 고충을 듣고 사업주에게 원칙적 얘기만 전달해도, 기숙사에서 쫓겨나 밤거리를 헤매거나 다음날 머리를 숙이고 사업장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번 개혁위 출범으로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인식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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