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이 만난 사람]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인천 남구 용현시장 앞에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에선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지역ㆍ국적 등에 따른 차별과 억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모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다양성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많은 차별들이 사회뿐만 아니라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게 나에게 차별과 억압으로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원치 않은 대입공부, 군 전역 후 ‘편견의 심리학’ 배워

어릴 때 꿈이 미술을 하는 사람이 되는 거였다. 그런데 집안에서 반대하고 의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해서, 원하지 않았지만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했다.

어릴 때는 순응하는 성격이었고 반항적이지 못했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불행하다,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죽고 싶을 정도로 삶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하기 싫은 공부를 하니 성적이 안 나왔고, 부모님은 생물학과나 화학과를 가면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갈 수 있다고 주문하셨다. 그래서 생물학과를 가서 다니다가 군대를 갔다. 전역하면서 이 학문을 계속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 뭘 할까’ 고민하다가 자살을 생각해보기도 했고,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청소년을 상담하고 싶어 상담ㆍ심리학을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

미국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다가 ‘편견의 심리학’을 배웠는데, 사람들이 왜 편견을 갖게 되고 그게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부했다.

내가 나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세상 만들고 싶어

그때 처음으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인데, 그때까지 그런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미국에 가자마자 내가 유색인종이 되면서 사회에서 소수자를 만드는 것이 이런 거구나, 사회적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구나, 느꼈다. 여성들도 차별을 경험하고 살고 있겠구나, 생각했다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 성(性)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에 놀랐다.

그 이후 차별과 억압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고, 그쪽으로 석사를 했다. 석사를 하며 공부하는 대상이 많아졌다. 장애인ㆍ소수자ㆍ지역ㆍ종교ㆍ외모 등에 따른 차별과 억압에 대해 하나 둘 관심을 가지면서 모든 것이 다 연관돼있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정상에 들지 못한 사람을 계속 하등하고 열등한 사람으로 만들어 사회에 계층을 만들어내고, 특권집단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고 착취할 수 있고, 그 특권을 공고히 유지하기 위한 기재로 차별과 억압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강요받았던 좋은 직업, 안정적 삶을 가지라는 것도 연결돼있다는 걸 느꼈다. 자식이고 어리다는 이유로, ‘살아봐서 알아’라는 식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기회를 부모님에게 빼앗기고 차단당했다.

내가 나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세상,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닌데 사람답게, 나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고, 그런 가치를 갖고 다양성연구소를 만들었다.

▲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다양성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과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다양성연구소.
시민 교육과 법ㆍ제도 개선 병행해야

지금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교육 특강이다. 초ㆍ중ㆍ고등학교 학생이나 대학생, 교수, 기업 임직원, 노동조합 간부들 등, 다양한 대상에게 교육하고 있다. 인권교육과 다양성, 폭력예방 교육 등을 하고 있다. 또, 사회에서 어떻게 주체적 시민으로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의 요청이 많다.

또, 연말부터 준비해서 내년부터 주중에는 특강을 하고 주말에는 사무실을 이용해 ‘대화형 교육’을 연구소 자체 교육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인종ㆍ성소수자ㆍ장애ㆍ지역ㆍ종교 등에 차별과 억압문제, 비폭력대화, 경청하기 등 다양한 트레이닝을 하면서 하고 싶은 교육을 만들 계획이다.

다양성연구소가 특화돼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특권그룹의 사람들에게 특권을 인지시켜 피억압그룹의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걸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차별을 얘기할 때 여성만이 주체가 돼야하는 게 아니라, 남성도 억압하지 않고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훈련을 하게 하는 것이다. 성소수자도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시민들이 교육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법과 제도가 변화해야한다. 그래서 법과 제도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캠페인까지 병행할 계획이다.

▲ 김지학 소장이 여러 활동을 하며 모은 각종 버튼과 배지들.
모든 사람이 자신의 특권과 억압 깨달아야

한국에 귀국하고 교육하기 시작한 지 3년, 연구소를 만든 지 2년 됐다. 지난번 인천여성회와 <인천투데이>이 마련한 강좌에서 강의한 게 인천에서 거의 처음으로 한 활동이었다. 인천에서는 사실 인권사업이 부족하고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매일같이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서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 청ㆍ장년들 보면 굉장히 많이 변하고 있다. 의식이 빠르게 변하고 성장하고 있다. 그런 변화의 물결이 굉장히 빠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경제적 사정과 수입을 고려해 특강 위주 교육을 하다 보니 대화형 교육을 만들어서 시행하지 못했는데, 연말부터는 함께 일할 사무국도 꾸려 활동하려하고, 주말에는 함께 이야기하면서 풍성한 교육을 만들려한다. 후원회원들과 함께 연구소를 성장시켜 나가고 교육을 제공하고 함께 사회를 바꿔나가는 지지자들을 불러 모아 함께 해나갈 계획이다.

다양성 사회가 된다는 건, 사람답게 나답게 살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기준으로 맞춰서 안 된다. 내가 나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서는 상대방도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받고 존중받아야한다.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자기 자신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하고, 특권층이라면 더 평등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야한다.

늘 특권층이나 억압층에만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여성도 비성소수자, 비장애인으로서 좋은 대학, 좋은 경제적 여건 등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특권그룹에 속할 수 있다. 자신의 억압도 잘 알고 자신이 갖고 있는 특권도 알아, 특권그룹에서 다른 사람을 억압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게 다양성연구소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너무 획일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정답사회’에서 살고 있기에, 자신이 ‘어떻게 살 때 행복하고 성공한 삶이다’라는 걸 깨달을 수 있고, 그렇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소망이다. 그러려면 모든 사람이 자신이 갖고 있는 억압과 특권을 알아 동시에 노력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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