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아이디어와 주민 협동으로




제1회 시민과 자연이 함께 찾아낸 대한민국 환경아파트 공모전
전국 10대 환경아파트에 선정된 산곡동 무지개아파트


환경운동연합과 한겨레신문사가 친환경적인 아파트문화를 만들어가는 주민운동을 발굴, 홍보·지원하기 위해 제정한 ‘제1회 시민과 자연이 함께 찾아낸 대한민국 환경아파트(운동) 공모전’에서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부평구 산곡동 무지개아파트가 10대 환경아파트에 선정됐다. 

아쉽게도 분야별 최우수·우수상에는 입상하지 못했지만, 전국에서 10대 환경아파트에 선정된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환경아파트 공모전은 주류 주거문화인 아파트가  투기의 대상 또는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적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 앞으로도 진행되는 캠페인이다. 아파트단지는 환경성을 높이기 어려운 고밀도의 주거공간이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노력과 활동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보급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환경아파트’는 건설사가 높은 비용으로 지은 고급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의 아쉬운 부분을 고쳐나가는 주민들의 창의성과 노력, 협동 등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산곡동 무지개아파트는 이번 공모전을 겨냥해 공원화 사업을 추진한 것은 아니지만 ‘환경아파트’ 평가 기준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2003년 아파트 공원화 3개년 계획을 세우고,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합심해 환경아파트로 가꾸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봤다.



새 관리소장의 부임과 아파트 공원화 3개년 계획


산곡2동에 위치한 무지개아파트는 지어진지 16년 된 아파트로 330세대 주민들이 살고 있다. 작은 규모의 단지에다 지어진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최근 건축된 아파트에 비하면 녹지 공간이나 편의시설이 크게 떨어지는 등 환경이 열악하다.

보잘 것 없었던 아파트가 새롭게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강동수(49·서림관리주식회사) 관리소장이 이 아파트에 부임하면서부터다.

“나무도 사람과 같은데, 사람이 13년 동안 이발을 안했다고 생각해 봐요”
조경사이기도 한 강 소장의 눈에는 한마디로 아파트 조경이 엉망이었고, 단지를 가꾸려는 노력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 조경에 남다른 안목을 지닌 강 소장이 이를 바꿔나가야겠다고 맘을 먹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강 소장은 입주자대표회의, 부녀회를 비롯한 주민들과 토론을 거쳐 아파트 공원화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강 소장이 주로 고민한 것은 조경면적이 대지면적의 15%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좁고, 공원화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부족한 점이었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객관적 조건 극복, 기본적 자재비 제외하고 자체 조달·시공


아파트단지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끌며 반기는 조경물이 있다. 바로 아파트 벽면을 이용한 녹화사업. 아파트 벽에 벽천(벽을 이용한 폭포)과 함께, 전통 초가집, 장독대를 설치했다. 조경면적이 극히 제한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벽면을 활용한 것이다.

강 소장은 “민속촌에 갔을 때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고 착안했다”며 “주민들이 집에 있는 호롱불, 항아리 등을 기증해 장독대를 꾸미게 됐다”고 소개했다.

또한 아파트 외벽 둘레에 아담하게 조성된 화단을 둘러친 원기둥모양의 경계석이 있는데, 이는 레미콘회사에서 레미콘 시료 강도 측정 후 버려야 할 것을 가져와 페인트칠을 해 설치한 것이다. 레미콘 회사가 돈을 들여 처리해야 할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한 셈이다.

이밖에도 화단 곳곳에 나무 이름과 화초 이름이 적힌 푯말을 세웠는데, 이 푯말 역시 동네 상가에서 내놓은 폐자재를 주워와 직접 제작해 설치한 것이다. 

기존에 있던 건물 사이의 통로와 화단을 완전히 뜯어 고치는 대공사도 진행됐다. 아파트에 어울리지 않는 플라타너스 등 가로수형 나무를 가감이 뽑아버리고 좋은 나무는 살려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 그리고 나무를 뽑아버린 자리에는 꽃동산을 조성하고 연못도 만들었다. 심지어 보도블록까지 다시 깔고, 단지 내 주정차 문제와 교통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일방통행로를 조성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조경회사에 맡기지 않고 관리소 직원과 경비원, 주민들이 함께 해냈으니 오죽 힘들었으랴. 

이은숙(46) 부녀회장은 “경비아저씨들과 관리소 직원들이 정말 많은 고생을 하셨다”며 “주민들 역시 바쁜 시간을 쪼개서 동참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하지만 지금 와서 예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어떻게 이렇게 해 왔는지 놀랍고 스스로 대견스럽기까지 하다”고 흐뭇해했다.

공원화 사업, 주민화합에도 기여

공원화 사업이 처음부터 무난하게 추진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정성들여 심은 건데 멀쩡한 나무를 왜 자르냐’는 등 주민들 사이에선 상당히 부정적인 시선도 많았다. 그 때마다 강 소장은 ‘나무마다 자기가 서 있어야 할 자리가 있고, 그 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며 자세히 설명하고 주민들을 설득시켰다. 그리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주민들이 아파트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일 할 때 음식을 내오는 등 동참하면서 자연스레 단합이 이뤄졌다. 산곡2동 동민 체육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산곡무지개아파트의 단합된 모습은 다른 아파트단지나 통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강 소장은 “집을 팔고 이사 가는 주민이 ‘아파트를 아름답게 꾸며준 덕에 만족할 만한 가격을 받고 팔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시할 때 기뻤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가꾸는 아파트공동체 운동 지속


산곡동무지개 아파트는 앞으로도 주민들이 스스로 가꾸는 아파트공동체를 계속 만들어나갈 마음이다.
내년에는 구청에서 지원을 받아 담장을 허물고 나무를 심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주민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땅(10~15평 규모)은 있는데, 쉼터 시설 마련을 위한 자금 확보가 과제다.

조병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어린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아파트,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행복한 아파트, 사람이 자연을 배려하고 함께하는 아파트공동체 만들기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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