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성평등 교육 2. ‘대한민국 남성 되기’
인천투데이ㆍ인천여성회의 ‘성평등도시 인천만들기’

<인천투데이>과 인천여성회가 공동 추진하는 지역공동체캠페인 ‘성평등 도시 인천 만들기’의 일환인 교육 강좌 사업 ‘모두를 위한 성평등 교육’ 두 번째 강연이 지난 22일 인천의제21 실천협의회 교육실에서 열렸다. 이번 강좌는 인천평화복지연대와 청년광장도 함께 주관했다.

‘대한민국 남성 되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교육은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이 강연했다. 김 소장은 성평등을 강조하며, 여성해방이 어떻게 남성해방으로 이어지는지, 성소수자 해방이 어떻게 비성소수자에게까지 이어져 모든 사람에게 자유와 희망이 되는지를 이야기했다. 아래는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인천투데이>과 인천여성회 공동 추진하는 ‘성평등도시 인천만들기’의 ‘모두를 위한 성평등 교육’ 두 번째 ‘대한민국 남성 되기’가 지난 22일 열렸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다는 걸 말하는 거다. 남성의 지위를 빼앗으려는 시도로 봐서는 안 된다. 모든 위계권력구조를 타파하고 수평적 공동체를 만들고자하는 게 목적이다.

우리는 흔히 인권을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지는 권리’라고 얘기한다. 인권을 얘기할 때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해야, 모든 사람이 포함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 ‘포함’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중요하다. 포함된다는 건, 어느 누구도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포함되는 사회라는 건, 내국인 위주의 사회에서 이주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장애인도 포함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포함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자본주위 사회에서 자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지 얘기해보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1위인 나라다. 아직도 여성은 남성의 60%밖에 받지 못한다. 그 이유는 먼저 취업에 있다. 고용할 때부터 남자들을 먼저 뽑는다, 진급도 그렇다. 흔히 ‘유리천장’효과라 하는데, 이 명칭을 바꿔야한다고 생각한다. 일정 지위에 올라가는 데 우리나라 여성은 OECD 평균의 6배 이상 힘들다. 유리천장이 아니라 콘크리트ㆍ철창 천장이라 불러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독박’ 돌봄, 가사노동도 있다. 지금 젊은 청년들의 경우 여자도 일을 하지 않으면 결혼을 꺼려할 정도인데, 집안일은 여자만 한다. 안전을 누리는 것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 하지만, 그 안전함을 온전히 누리는 것은 남자들뿐이다.

여자들은 출퇴근ㆍ등하교 때도 성희롱과 성추행 등을 걱정한다. 일상적으로 공포를 갖고 살아간다. 여자들이 그런 얘기를 하면, ‘네 피해망상이야’, ‘네가 예민한 거야’, ‘그렇게 생각해봐야 너만 손해야’라는 식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얘기를 한다. 이럴 때 더 좋은 반응은, '남자들이 누리는 안전함을 여자들도 함께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 ‘그런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 등이다.

▲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강남역 살인사건을 보자.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처음엔 모든 언론에서 기사 제목을 ‘여자가 무시해서 살인을 저질렀다’라는 식으로 뽑았다. 왜 가해자에게 감정이입을 해 제목을 쓰냐. 가해자가 살인의 이유를 말한 것을 제목으로 꼭 달아야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은 가해자가 ‘목사를 꿈꾸던 신학생이었다’는 제목이 도배됐다. 살해당한 여성의 꿈이 무엇인지 말하는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에는 ‘조현병’을 범죄 원인으로 결론 냈다. 나아가 이런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더 쉽고 빠르게 격리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했다. 여성인권을 신장시키라고 했더니, 장애인 인권을 후퇴시키는 일을 만들었다.

이건 분명히 ‘묻지 마 살인’이 아니라, 여성을 노린 ‘여성혐오’ 살인이다. 여성혐오를 ‘미소지니’라고도 한다. 번역과정에서 미소지니를 여성혐오라고 했는데, 이를 두고 '남성혐오'와 비교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양성혐오'같은 용어를 만들어서 '남자 여자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소지니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게 가해지는 고정관념, 편견, 차별, 억압 등 사회구조적 폭력을 말한다.

미소지니 사회 구조에서는 ‘남자다운’ 남자가 최상위 계층이다. 돈을 잘 벌고, 건강하고, 이성애자여야 한다. 마초적인 남자들이 최상위 계층이고, 여성ㆍ성소수자 등은 ‘2등 시민’인 사회 구조다.

이 사회 속에서는 남성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음료 광고 ‘아빠 또 놀러와’ 편을 보자. 여기서 나오는 아빠는 아이 얼굴도 보기 힘든 장시간 노동을 하며 산다. 남성 대부분 이 광고에 공감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녀가 동일한 임금과 대우를 받는 사회 속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퇴근해 가정 일을 나눠 해야 한다.

그런 사회가 됐을 때 성(性)평등한 사회가 된다. 여성은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빼앗겼던 권리를 부여받아야 하고, 남성은 그동안 지고 있었던 과도한 책임과 권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남자니까 양보해라’, ‘참아야한다’라는 말도 한다. 이건 역차별이 아니라, 성별 이분법적 고정관념이 만든 거다. 그 관념을 바꾸고 피해야하는 거지, 남자는 강하니까 참아야한다는 건 스스로 ‘맨 박스(man box)’에 가두는 거다. 성평등을 해야, 페미니즘을 해야 남성도 여기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회문제의 해결책일 수도 있고, 문제점일 수도 있다. 각자 특권을 갖고 있는 영역과 억압을 받는 영역이 있다. 차별하지 않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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