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사 시민기자의 청소년노동인권이야기 <5>

매달 둘째 주에 ‘이로사 시민기자의 청소년노동인권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로사 씨는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의 ‘일하는 청소년 지원 팀장’이며 중부청소년근로권익센터 상담원으로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과 상담, 권리구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 결성된 인천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청소년노동인권 상담을 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냅니다.

일주일 또는 한 달 안에 산업체에 취업할 것으로 예상되는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30명씩 모아놓은 이른바 ‘특별반’ 수업에 노동인권교육을 하러 다닌 지도 벌써 3년째다. 취업할 준비가 된 이들의 눈빛을 보며 내가 무엇을 이야기해야 이들의 시선에 함께 머무를 수 있을까 고민했다.

2학기를 시작한 특성화고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3학년들의 취업이다. 정식 명칭인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으로 부르는 교육과정이지만,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나가죠?’라고 물으면 거의 못 알아듣는다. 교육과정이라기보다는 취업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수도 없이 자기소개서와 입사원서를 준비하고 면접을 연습하는 이들 역시 취업준비생이다.

얼마 전 수업부터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당장 내일부터 직장에 나가게 된다면 가장 기대되는 것과 걱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답하는 방식은 포스트잇에 한 가지씩 적는 것이다.

▲ 인천지역 청소년들이 지난 2일 국회를 방문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대화한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먼저 기대를 분류해봤다. 첫 월급, 알바비가 아닌 제대로 된 월급, 사회 첫걸음, 직장생활, 일자리와 업무, 회사 사람들이 누구 씨라고 불러주며 날 찾는 것, 나중에 대학가는 것 등, 다양했다. 월급에 대한 기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건 학교가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맡을 업무에 대한 기대였다.

걱정 역시 다양했다. 가장 많은 건 인간관계나 주어진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였다. 이밖에 자유시간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것, 도중에 다니지 않고 싶어지는 것,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것을 걱정했다. 자신이 취업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학생도 몇 명 있었다.

사실 기대와 걱정은 하나의 고리로 엮여있다. 기대하는 게 좌절될지 모른다는 걱정이 대부분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고교생들이 원하는 건 자신들의 배우고 준비한대로 일할 수 있는 일터, 그 속에서 고졸로도 무시 받지 않고 과도한 열정을 요구 받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자아를 실현해갈 수 있는 환경이었다.

고졸 예정 취업준비생들의 지난해와 올해 반응을 비교해보면, 열악한 노동조건과 임금체불에 대한 걱정이 많이 줄었다. 대신 취업가능성에 대한 걱정이 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짐작하건대, 대졸 예정 또는 대졸 취업준비생들과 경쟁해야하기 때문이리라. 취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노동조건은 뒤로 밀렸으리라.

지난 9월 2일 노동인권에 관심이 있는 특성화ㆍ일반고교 학생들과 함께 국회를 탐방했다. 이랜드 임금체불과 파리바게트 불법 파견노동 정황을 드러내고 해결하는 데 힘쓰고 있고, , 청소년 노동인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학생들이 준비한 질문과 하고 싶은 말은 이랬다.

“어떻게 해야 청소년이 일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될까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나요?” “최저임금도 안 주는 곳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세요” “직장 내 성희롱 처벌을 강화해주세요” “노동법을 강화해주세요”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모든 정치인은, 우리 사회는 응답해야한다.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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