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물꼬 트고, 인천시 가세해 ‘민관ㆍ여야 협력’

행정구역 다르다는 이유로 상권영향평가 대상 제외

▲ '부천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저지 인천대책위원회’와 ‘부천 신세계복합쇼핑몰 저지를 위한 부평구민관협의회’는 2016년 8월 28일 삼산체육관 앞에서 '부천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및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 서명 선포식'을 진행했다.

신세계가 ‘토지매매계약 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부천시에 전달하면서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 조성 사업은 최종 무산됐다.

부천복합쇼핑몰 사업은 부천시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나들목 인근 영상문화단지(=약 38만㎡)를 개발하는 사업에서 비롯했다. 부천시는 영상문화단지를 2단계에 걸쳐 만화영상특구단지, 기업단지, 쇼핑ㆍ상업단지 등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웠는데, 1단계(18만 5160㎡)는 신세계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게 핵심이다.

부천시는 2015년 9월 신세계컨소시엄(이하 신세계)을 1단계 개발 우선협상사업자로 선정했다. 신세계는 2018년까지 약 8700억원을 들여 1단계 부지를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백화점, 호텔, 워터랜드 등으로 구성한 복합쇼핑몰 단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부천지역 상인들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 부천시의회의 반대도 만만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천지역 상인들은 나중에 입점 찬성으로 선회했고, 부천시의회도 입점이 가능하게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안)을 가결하는 것으로 김만수 부천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중동나들목 부근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경우 부평구와 계양구를 비롯한 인천지역 상인들은 직접적 피해 당사자가 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상 지방자치단체가 달라 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입점 예정지에서 거리가 부평구 삼산시장 0.8km, 부평깡시장 1.7㎞, 부평종합시장 1.8㎞에 불과했고, 부평 지하도상가와 문화의거리 등이 밀집해있는 부평역도 2.33㎞에 불과했다.

유통법상 대규모 점포 입점 시 상권영향평가 대상은 반경 2~3km이지만, 행정구역이 달라 인천지역 상권은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규모 점포 입점 시 인접 지자체와 합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유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아직 답보상태에 있다.

부평구, 민관협의회 구성해 ‘초당적 협력’ 물꼬 터

▲ 부평구는 지난해 7월 7일 부평구의회, 시민단체, 전통시장·상점가 상인대표들과 함께 ‘부천영상문화단지 복합쇼핑몰 개발’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같은 달에 여야 지방의원까지 망라해 민관협의회를 구성했다.

부천시가 복합쇼핑몰 조성을 강하게 밀어붙이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부평구(구청장 홍미영)가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섰다. 부평구는 지난해 7월 여야정당 4개와 상인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 저지를 위한 부평구 민관협의회(이하 부평구민관협의회)’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같은 달 인천지역 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24개가 ‘부천ㆍ삼산동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인천대책위원회(이하 인천대책위)’를 구성했다.

부평구민관협의회와 인천대책위는 공동으로 토론회를 진행하며 여론을 모았고, 반대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또한 회의를 여러 차례 개최해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뒤이어 인천시(시장 유정복)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11월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입점을 반대했다. 부평구와 부천시가 팽팽한 입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광역지자체인 인천시의 입점 반대 가세는 부평구와 인천대책위에 큰 힘이 됐다. 여기다 여야 정당에 이어 인천지역 군수ㆍ구청장협의회가 연대해 반대하기로 하면서, 인천에선 여야를 초월한 반대 동력이 형성됐다. 

조기 대선과 맞물리며 새 국면 열려

▲ 지난 5월 9일 19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부천시와 신세계 간 복합쇼핑몰 토지매매계약 체결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이에 부천시 청사 밖에서 농성 중이던 인천대책위는 12일 오전 청사 내부로 들어가 농성을 전개했다.

복합쇼핑몰 입점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부천시는 지난해 12월 매각 토지 규모를 약 50% 줄이고, 복합쇼핑몰이 아닌 백화점을 중심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대책위는 현대백화점 판교점 사례를 들어 복합쇼핑몰과 초대형 백화점에 차이가 없다며 반대 운동을 지속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세계컨소시엄의 외국인투자법인 리코주니퍼가 ‘페이퍼 컴퍼니’로 밝혀졌다. 부천시와 신세계는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신세계컨소시엄의 구성 회사들을 모두 교체했다. 이는 행정소송으로 확산됐다. 공모로 선정한 우선협상대상자의 구성이 바뀌었기에, 다시 공모해 선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은 지역 상권만 잠식하는 게 아니라, 정주 여건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김포~중동~시흥’ 구간은 수도권 최악의 상습정체 구간이다. 이 구간 하루 통행량은 약 25만대 이상으로, 복합쇼핑몰 입점 시 교통지옥이 우려됐다.

이 구간 시간당 평균 차량 대수는 편도 약 3000대로, 교통서비스 수준이 8등급 중 6등급(F등급)이다. 이 상태에서 복합쇼핑몰이 입점하면 약 2500대가 증가해 등급은 7등급(FF)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심각한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예상됐다.

하지만 부천시의 입장엔 변함이 없었다. 지난 3월 신세계와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려했다. 이에 인천대책위는 3월 21일 부천시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시작해 100일 넘게 진행했다.

부천복합쇼핑몰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된 조기 대선과 맞물리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 위원회인 ‘을지로위원회’ 인천대책위를 방문해 민주당 소속 부천시장의 ‘대기업을 위한 행정에 사과’하고, 부천시에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또,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는 복합쇼핑몰 입점 논란에 대해 ‘을지로위원회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히고, 대선 운동기간에 인천을 방문해 ‘복합쇼핑몰 입점을 규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만수 시장에게 당시 문재인 후보의 입장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정부의 중소상인 정책에 변화기 일기 시작했고, 신세계도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입점 반대 여론의 최대 난관은 사실 ‘아파트 가격’

▲ ‘부천ㆍ삼산동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저지 인천대책위원회’는 계약 체결이 임박하자 지난 4월 6일 오후 신세계 본사를 항의 방문해 '끝장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철회를 촉구했다.

인천대책위와 민관협의회의 입점 저자 활동에 최대 난관은 사실 아파트 가격 문제였다.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집값이 오르는데 왜 입점을 반대하느냐는 항의가 부평구와 인천대책위에 빗발쳤다. 실제로 입점 소식에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가 현재 내린 상태다.

이 집값 논란에서 부평구의 역할이 컸다. 부평구는 주민자치위원회와 통장자율회 등에서 복합쇼핑몰 입점 시 야기될 경제ㆍ환경ㆍ교통문제를 적극 알렸다. 아파트 실거주자들을 중심으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등을 걱정하며 입점 반대 여론에 힘이 실렸다. 집값 상승을 막는다고 항의했던 주민들도 돌아섰다. 부동산 투기 목적의 아파트 소유자는 입점에 찬성했을 지라도, 실거주자들은 주거환경을 걱정해 반대했을 것으로 인천대책위는 보고 있다.

부천복합쇼핑몰 무산은 인천에서 여야민정 협력의 성과다. 이는 인천대책위가 발표한 성명서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인천대책위는 “입점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신 8만여 인천시민들과 인천지역의 여야 정치권, 인천시, 부평구, 계양구, 인천시의회, 부평구의회, 계양구의회, 구별 주민단체, 부평구아파트연합회, 상인단체, 시민단체(인천평화복지연대ㆍ인천여성회ㆍ인천녹색연합ㆍ인천YMCA),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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