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영표 국회의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의 모태는 우리나라 최초 현대식 자동차 조립공장인 새나라자동차였다. 그런데 인천 부평이 자동차산업의 시발지라는 자부심과 달리, 회사명이 바뀌고 지분구조가 바뀔 때마다 종사자와 관련자들은 고통을 감내해야했다. 특히 대우자동차에서 한국GM이 되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고비가 없었다.

지금 한국GM 임직원은 수많은 파고를 넘느라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한 걸음씩 전진해왔다. 그렇게 견뎌온 경험이 독이 됐을까. 해외사업부 정리, 신차 중단, 누적적자 2조원에다 10월 이후 한국 철수설이 나오는 오늘을 마주하는 우리는 ‘걱정’과 ‘설마’를 반복하고 있다. 습관처럼 굳은 위기대응이 어쩌면 진짜 위기를 키워온 건 아닐까, 반문해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지난달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인천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동참한 가운데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GM 1만 5000 노동자는 물론 30만 협력업체 노동자와 가족들의 생존권이 불안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한국GM의 미래가 밝아진다면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생산성 향상, 인건비 상승 완화, 비용절감 등, 희생할 각오가 돼있다’고 밝혔다. 여느 때와 다른 위기상황에 노조가 긴장하고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사측은 고용안정과 노사상생을 위한 ‘지속가능한 장기 발전전망 제시 요구’에 여전히 답하지 못하고 있다.

100년 기업, 글로벌GM의 명성이 무색하다.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시장 환경을 헤쳐 나갈 미래비전은 찾아볼 수 없다. 단기적 수익에만 치중해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뚜렷한 전략은 보이지 않아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이 거대한 자동차자본은 물량 배분을 담보로 각 나라에 흩어진 공장들의 목줄을 쥔 채 출혈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한국GM도 이런 움직임의 희생양이 된 지 오래다. 갈팡질팡하는 GM 본사 전략 때문에 발생한 손실을 떠넘기고, 이는 고스란히 한국GM 임직원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게다가 고임금과 저생산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압박을 멈추지 않는다. 원칙 없는 공격에, 위기는 더 큰 위험경고로 다가온다.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사업부는 언제든지 정리하겠다는 GM 본사의 방침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다음 타깃은 한국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어려운 고비를 넘어야할 한국GM의 선장격인 CEO는 사임 소식을 전했다. 배를 버리고 달아난 격이다. ‘우려’로 표현하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일방적인 자료라 객관적 분석이 필요하지만, 지난 3년간 누적된 적자만 2조 원대라 한다.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0% 가까이 줄어 30만대를 넘기지 못했다. 현대차 아반떼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며 9년 만에 출시한 ‘올 뉴 크루즈’는 고가 논란에 휘말리며 시장에서 외면당했고, 앞으로 뚜렷한 신차도 없이 또 다시 차디찬 겨울을 맞이해야할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위기신호들은 모두 ‘한국 철수’에 맞춰져있는 듯하다.

지금처럼은 안 된다. 출구를 찾아야한다. 글로벌GM은 확고한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구성원들에게 미래를 약속해야한다. 어떻게 판매량을 끌어올릴 것인지, 임직원들이 고통으로 내어준 모멘텀으로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짜내야한다. 경쟁력 있는 차종을 투입하고 내수시장을 어떻게 지킬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말 철수를 생각한다면, 한국시장에서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재도약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다.

대우자동차에서 이어진 한국GM은 인천시민들에게 더욱 특별하다. 인천의 상징 기업으로서 시민들의 땀과 애정이 배어 있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이 소중한 자산을 지켜내기 위해 지역사회와 정치권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또한 최소한의 안전판인 산업은행의 지분도 지켜낼 수 있게 적극 지원할 것이다. 나아가 미국 GM 본사에 인천 지역사회와 한국GM의 정상화 열망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최선의 중재안이 마련될 수 있게 앞장서 나갈 것이다.

한국GM 위기의 실체와 극복 방안을 찾고자 오는 28일 국회에서 한국GM 노사와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긴급토론을 할 예정이다. 지금의 위기가, 훗날 돌이켜봤을 때 도약의 발판으로 기억될 수 있게,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하고 용기와 결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진짜 위기’라는 각성부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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