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한 직원이 이사장에게 배나무 건네…부평구, “감사 중”

인천관광공사노동조합이 공익적 내부제보자를 “불순한 의도로 외부와 내통하는 조직 내 적폐”이자 “내부 기생충”이라고 표현한 성명을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부평구시설관리공단직장노조가 내부제보자를 겨냥해 “개념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해 빈축을 사고 있다.

부평구시설관리공단 내부제보와 <북인천방송> 보도로 부평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지난 3월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한 직원으로부터 배나무 한 그루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배나무를 건넨 직원은 “당일(=배나무를 이사장에게 건넨 날) 연가를 냈다”고 했고, 공단 이사장은 해당 직원이 “승진 대상자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시질 않았다.

이사장이 인사위원회 의결 사항을 보고 받고 인사 발령을 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의혹은 더욱 가중됐고, 근무시간에 관용 차량과 직원을 동원해 배나무를 나른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가 제출되는 등 파문이 커지자, 부평구 감사팀이 감사에 착수했다. 부평구 감사팀 관계자는 “11일까지 감사하기로 했다. 감사 중인 내용이라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평구시설관리공단직장노조가 내부제보자를 “개념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유인물을 제작ㆍ배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직장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것이라 문제없다”고 했지만, 인천관광공사노조의 “내부 기생충” 파문에 더해져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조합원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이 성명서는 “최근 이사장이 ‘승급 대가로 배나무를 받았다. 공단 자산인 전기톱을 빌려 사적으로 사용했다. 직원들이 이사장 집 텃밭을 소독했다’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았고, <북인천방송>과 <KBS>에 보도되면서 우리 공단이 마치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락해 시민들로부터 필요 이상으로 매도되면서 공단 위상이 떨어지는 상황에 놓였다”고 했다.

이어서 “이사장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분명히 지탄받아 마땅한다. 그러나 그 잘못이 용서받을 수 없을 만큼 큰 잘못인지는 직원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세상을 살면서 이런 정도의 잘못을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국 등에 제보한 자들은 한 점 잘못도 없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내부제보자를 비난했다.

아울러 “성과급 혜택을 볼 수 있었는데 개념 없는 사람들 때문에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리게 됐다”며 “향후 노사관계는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유는, 부평구에서도 이번 사태를 보면서 우리 공단을 곱게 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직장노조는 또, “이번 사태 책임은 일을 악의적으로 부풀려 직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경영평가를 망가뜨려 향후 몇 년간 명예와 금전적 피해를 안긴 저들을 직장동료라 할 수 있는지…터지는 분통을 어떻게 다스려야할지 답답하다”고 한 뒤, “공단을 이렇게 만든 저들을 기억합시다”라고 마무리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부평구는 지난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시한 표준 조례안보다 후퇴한 ‘공익신고자 보호 및 공익신고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해 빈축을 산 바 있다”며 “직장노조의 성명은 공익적 내부제보를 더욱 위축시키고 조직의 건강을 해치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감사팀의 철저한 감사와 함께 내부제보 보호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직장노조 관계자는 “공단 평가 하락으로 성과급 무산에 대한 조합원의 불만이 많았고, (성명서를 내자는) 조합원의 요청이 많았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는 직장노조 조합원에게 전하는 얘기다. 조합원에게 이 정도의 얘기는 할 수 있다”며 “이사장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래서 잘못을 열거하고 비판했다. 성명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발표한 것으로, 외부에서 비판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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