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노조, “내부 사정 유출로 피해보는 건 우리 자신”
시민단체, “내부제보 보호해야 마땅한데, 우려스러워”

인천관광공사(이하 공사) 전 사장이 감사원으로부터 문책을 요구받고 사퇴하자 인천시와 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신임 사장을 공모 중이지만, 전 사장 사퇴 여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황준기 전 사장 사퇴에 앞서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 3월 ‘공사 규정을 변경해 직원 채용을 지시하고, 공금을 횡령한 행사 대행업체를 고발하지 않게 지시’한 의혹을 밝혀달라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한 감사원은 지난 6월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황 전 사장은 결국 지난달 17일 사표를 제출했으며, 공사 이사회는 유 시장이 사표를 수리하기 전 ‘주의’ 조치를 내려 빈축을 자초했다.

이런 가운데 공사노동조합이 ‘공익적 내부제보’를 훼손하고 제보자를 색출할 우려가 있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노조는 지난 7일 ‘사장 사퇴에 대한 노조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사내에 게시했다. 노조는 이 대자보에서 “그동안 직원들도 모르는 조직의 내부 사정이 밖으로 유출돼 회사가 흔들리는 일이 잦았다. 사장이 사퇴할 때까지 이런 일이 반복됐다”며 “고발정신을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자신과 헌신하는 직원들이다”라고 주장했다.

공사노조는 이어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 불순한 의도로 그와 내통하는 조직 내 적폐에 대한 경고와 함께 되풀이되는 악습을 끊고자한다”며 “사측은 내부 기생충이 더 이상 공사에서 활동할 수 없게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2015년과 2016년에 공사에서 발생한 국제박람회 공금 횡령과 횡령 은폐 사건, 공사 규정 위반 직원 채용 사건, 비상식적 조직 개편과 인사 전횡 등은 공사 내부제보로 세상에 알려졌고, 감사원의 감사로 이어졌다.

공사노조의 성명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던 인천평화복지연대는 9일 성명을 내고 “공사노조가 내부 제보자를 ‘불순한 의도로 외부와 내통하는 조직 내 적폐’ 또는 ‘내부 기생충’이라고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을 발표했다”며 “색출로 내부제보자가 피해를 입는 일이 생길까봐 심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또한 “공사노조의 주장대로 사장의 사퇴가 내부제보로 시작된 것이라면 이는 공익적 성격을 띤 것으로 보호해야 마땅하다. 사장의 사퇴는 법과 규정을 어긴 공기업 경영 행태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사노조 관계자는 “공익적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진 사퇴한 사장에 대한 얘기가 신변잡기 식으로 외부에 유출됐고, 팩트(fact: 사실)가 아닌 것도 있었다. 심지어 공사 정보가 한 시간 뒤에 외부에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노조 등을 통해 내부에서 자정하자는 취지로 발표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부 기생충’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황 전 사장이 사용했던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황 전 사장도 신변잡기 식으로 외부에 전달하고, 팩트가 아닌 내용을 유출한 이들을 그렇게 표현했기 때문에 같은 맥락에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며 “내부 고발은 장려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공익적 내부제보는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제보 지원 조례’ 제정을 권장하고 있다”며 “공사노조의 입장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공사 내 공익적 내부제보가 보호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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