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로 (9)

나뭇잎 사이로는 시민기자들의 환경이야기를 격주로 싣습니다.

여름밤은 짧다. 낮이 밤보다 다섯 시간이나 길어서 무더위에 지친 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에는 밤 시간이 부족하다. 가뜩이나 짧은 밤잠인데 요새는 여러 번 깬다. 낮에 마신 커피 때문일까, 한밤중에도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때문일까? 다른 날은 몰라도 어젯밤은 분명히 모기 때문이었다. 한두 마리뿐인 것 같은데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다. 처음엔 팔뚝과 다리를 몇 군데 물려 가려워서 깨긴 했지만 여기저기 긁적거리다 다시 잠들었다. 그런데 새벽엔 귓가에서 웽웽거리는 소리 때문에 다시 잠들기 힘들었다.

그래도 나는 ‘일본뇌염모기 주의보가 내려진 것도 아니니 이 정도 피는 모기에게 나눠줄 수 있다, 모기도 먹고 살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손을 휘휘 저어 쫓아버리고 만다. 그러나 우리 식구 중에는 마지막 한 마리까지 없애고야 말겠다며 새벽녘 홀로 깨어 필사적으로 전기 모기채를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어렸을 때 시골 우리 집에선 청록색 달팽이집 모양 모기향을 피웠다. 이가 살짝 나간 접시 위에 모기향 받침대를 놓고, 모기향이 부러지지 않게 조심해서 꽂은 다음 불을 붙였다. 아까운 모기향이 하룻밤 사이 다 타버리지 않게 적당한 위치에, 머리에 꽂는 핀을 타이머처럼 꽂아 놓았더랬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면 모기향이 핀을 꽂아둔 자리까지만 타고 저절로 꺼진 게 그렇게 신기했다.

모기향은 우리 집 여름 필수품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내 방에는 피우지 않았다. 새벽마다 불전에 초와 향을 태우며 백팔 배를 솔선수범하던 스님이 평생 마신 향 연기 때문에 폐암으로 일찍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모기향보다 더 독하게 느껴진 것은 스프레이식 살충제였다. 석유 냄새가 났다. 그 냄새가 싫어서 거의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열판에 매트를 갈아 끼우는 훈증식 모기향을 썼다. 코일형 모기향보다 좀 더 안전하고 아이들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가 아토피 증세를 보이기 시작해 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원인을 찾아보고 조심하면서 이 훈증식 모기향도 의심스런 화학제품 중 하나가 됐다. 얼마 뒤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지는 걸 보면서 가습기 살균제처럼 화학성분을 합성해 만드는 살충제(모기향)도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경악했다.

찾아보니 전자모기향의 주성분은 피레스로이드(pyrethroids)계 화합물이었다.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는 농약으로도 많이 쓰이며, 이중 페메트린 같은 특정 성분을 흡입할 경우 재채기ㆍ비염ㆍ천식ㆍ혼수ㆍ두통ㆍ이명 등과 같은 중독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제조사 쪽에서는 인체에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모기를 죽이기 위해서는 독성이 있는 성분을 포함할 수밖에 없으니 밀폐된 곳이나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한다. 물론 우리 집에서 훈증식 모기향은 사라졌다.

시중에는 전기를 사용해 ‘근자외선을 일으켜 모기 등 해충을 유인해 팬으로 빨아들여 가두는 방식’의 모기 퇴치 제품도 나와 있다. 생태적 방법으로 모기를 쫓아보려는 사람들은 라벤더ㆍ국화ㆍ계피ㆍ레몬 등을 이용해 천연 모기 기피제를 만들어 몸이나 침구에 뿌릴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한때 수컷모기의 날갯짓과 비슷한 주파수의 소음을 발생시켜 모기를 쫓는 방식의 스마트폰 모기 퇴치 앱이 관심을 끈 적도 있다. 잠자리와 미꾸라지가 물속의 모기 유충(장구벌레)을 먹고 사니까 이런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잘 이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생태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 있다는 인간들이 훨씬 아래 단계에 있는 모기들을 쫓기 위해 이렇게나 골몰하고 있다. 몸길이 10mm 내외, 몸무게 약 3mg에 불과한 작은 생명체지만 의학적으로 가장 무서운 곤충이다.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해 말라리아ㆍ황열병ㆍ뇌염ㆍ뎅기열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할 때만큼은 모기가 생태 피라미드 맨 위에서 인간을 내려다보는 것 같다.

/김정원 시민기자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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