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강연
4차 산업혁명, 변화하는 미래와 학부모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ㆍ시교육청 주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해 1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디지털 혁명에 기반 해 물리적ㆍ디지털적ㆍ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로 정의했다.

이는 경제ㆍ사회 전반에 혁신적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혁신적 변화로 사라지게 될 직업은 무엇인지, 그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하는지,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의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강좌가 인천시교육청과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18일 오전 시교육청 중회의실에서 열렸다. ‘4차 산업혁명시대, 변화하는 미래와 학부모’라는 주제로 열린 이 강좌에는 학부모 60여명이 참가했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이 강연했고,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와 인천시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미래교육 강좌에서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이 강연하고 있다.
미래가 던지는 질문들

‘나는 몇 살까지 살게 될까?’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자녀들의 평균 수명은 120세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90세까지 일해야 한다. 그때까지 직업 10개 이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능력이 가장 필요할까?

지금 우리 사회는 ‘좋은 대학 보내기’라는 목표로 집중돼있다. 하지만 90세까지 일해야 하는 미래에는 ‘좋은 대학’은 중요하지 않다. ‘좋은 대학에 꼭 들어가야 한다’라는 생각이 우리 사회와 자녀들의 긴 인생을 망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직업

전문직마저 위기에 처해있다. 옥스퍼드ㆍNESTA(국립과학기술예술재단) 공동연구 결과를 보면, 향후 10년 안에 직종 중 47%가 사라진다고 한다. 또, 현재 초등학생의 65%는 현존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한다.

GPS(위성항법장치)가 나오기 이전에 비행기의 항로를 결정하는 항법사는 최고의 전문직 중 하나였다. 하지만 GPS 개발로 지금은 항법사라는 직종이 없어졌다. 지금 우리가 선망하는 직업 또한 마찬가지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설비는 물론, 약사ㆍ의사ㆍ변호사ㆍ교사ㆍ기자ㆍ통역사 등 수많은 직업이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자녀들이 직업을 1개 이상 가져야하는 이유는 기술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미래는 예측가능한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가장 어리석은 생각은 미래를 기대하고 그것만 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말에 밀레니엄시대를 이야기하며 인터넷 정보검색사 자격증이 유행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발달로 지금은 단어만 검색해도 내 위치와 연관정보까지 다 알 수 있다. 이렇듯 미래는 예측 불가능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유용성과 수용성을 가져야한다.

미래학의 창시자이자 석학인 제임스 데이터(James Dator) 하와이대 교수는 “누구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미래 예측은 점쟁이나 하는 것”이라며 “미래학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전망하고 연구해 대비하는 학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평생 배우는 삶

2006년 한국 학생들의 수학능력과 총 학습시간당 점수를 나타낸 PISA(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의 그래프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수학능력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인데 학습 효율성은 가장 낮다. 이 낮은 효율성으로 높은 점수를 만든다는 건, 하기 싫어도 적성에 맞지 않아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 자살률이 1위인 것, 가계 부담 중 사교육비가 1위인 것 등, 모든 문제가 여기에 있다.

또 중요한 PISA의 데이터인 성인 역량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문해력(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20대 초반 이후 급격하게 떨어진다. 우리 교육은 수능과 대입만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수능이나 대입이 목표가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이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 방법은 학습능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수능에 목표를 두면 안 된다. 평생 배우는 삶을 살아야한다. 답이 있는 문제에선 사람이 기계(=인공지능)를 이길 수 없다. 사람은 답이 없는 문제를 찾아내 질문해야 한다.

미래교육의 핵심과제

미래에 가장 중요한 능력은 공감과 소통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쓰면서 우리 자녀들의 공감능력이 저하된다. 어릴 때 사람의 표정과 생각을 읽는 능력을 배워야한다. 앞으로 이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미래에 유용할 새로운 지식 습득과 사고력이다. 이건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호기심이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인정하고 알려는 호기심이 있어야한다. 인간은 호기심 덕분에 문명을 이루고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현상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든 것도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비판적 사고능력이다. 요즘은 검색하기만 하면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모든 지식을 손끝에서 알 수 있지만, 이것을 판별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미래 변화 적응능력이다. 유연성이 있어야 적응할 수 있는데, 자존감을 갖춰야 유연할 수 있다. 자존감이 있어야 넘어져도 좌절하지 않을 수 있고, 1등 하지 않아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 있다. 자존감이 있어야지만 새로운 상황을 만났을 때 흔들리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 수 있다.

자존감을 만들려면 어렸을 때부터 존중받고 소통하고 공감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경험하고 보람을 느끼는 환경이 필요하다. 배우는 건 아이들이 스스로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인간이 기계보다 뛰어난 능력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대에 인간이 기계보다 뛰어난 능력은, 인간의 결핍이라 생각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의 결함과 결핍은 따라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다 결함과 결핍을 갖고 있다.

많은 결핍 중 감정적 결핍으로 인해 누군가와 만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고, 지적 결핍 때문에 호기심을 가지고 지식을 갈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결핍에서 만들어진 공감과 호기심이 인간 최후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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