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아이 건강은 엄마능력’이라는 문구가 크게 찍힌 어린이영양제 광고가 눈에 띄어 약국에 들어갔다. 약사에게 사진 찍어도 되느냐고 물으니, 물론이란다. 사진을 찍은 목적은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지를 사람들과 이야기해보기 위해서였다.

“이 약을 사줘야 능력 있는 엄마야?” “아빠는?”이라는 반응들이 나왔다. 우리가 무심코 넘기는 광고ㆍ드라마ㆍ영화 중엔 고정된 성역할을 강화하거나 데이트 폭력을 사랑으로 보이게 하거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이 많다. 생각 없이 그냥 보여주는 대로 보던 것들을 ‘까칠’하게 보면 다른 의미가 읽힌다.

동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를 사용할 때 불편함은 없는지, 안마의자에 앉았을 때 왜 머리와 다리를 동시에 안마할 수는 없는 건지, 승용차 의자는 왜 목을 받쳐주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앞으로 밀어내는지. 대부분의 사물이 170cm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본다면 세상은 달라 보인다. 키가 크고 작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기준이 되는 사람 중심으로만 만들어내는, 사회문제인 것이다. 이렇게 성별 차이가 차별이 되는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감성을 젠더감수성이라 한다.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비혼 남녀를 연결해주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보며 불편해서 한마디 하면 ‘분위기 깨지게 왜 그렇게 까칠하게 구냐’는 말을 한번쯤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프로불편러’라고 하기도 한다. ‘프로불편러’가 많아지고, ‘까칠’한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다. 광고ㆍ드라마ㆍ예능ㆍ영화,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이 바뀌게 될 것이다.

대놓고 ‘까칠’한 입장에서 제작한 방송프로그램도 생겨났다. 한 방송프로에서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다면’이라는 질문에, 남성 세 명이 “멘붕이 올 것 같다”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될것 같다” “대부분의 남성은 성관계 후 불안해하지 않지만, 여성의 불안감은 24시간 지속된다. 관계를 가졌으면 임신이 아닌 것이 확인될 때까지 같이 불안해하는 것이 맞다”라는 생각을 말했다. <EBS>에서 월요일 오후 11시 35분에 방영하는 ‘까칠남녀’란 프로그램이다.

웹사이트 나무위키에는 ‘제목은 까칠남녀이지만 지나치게 여성 편향적이라서 논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페미니즘적인 성향의 패널들이 많다보니 몇몇 패널의 발언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자주 발생할 정도로 여성 편향적으로 흘러간다’고 정의했고, 페미위키는 ‘<EBS 1TV>에서 방송되는 한국 최초 젠더 토크쇼’라고 설명했다.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프로그램이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TV토론 프로그램은 주로 남성들의 독무대인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열리는 토론회를 보더라도 남성 패널이 훨씬 많다. 세상이 남성 중심적으로 굴러가고 있는 상황에 유일하게 젠더감수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하나 생긴 건데 ‘지나치게 여성 편향적’이란다. 지금까지 방송된 많은 프로그램들이 성차별적이었음을 인식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젠더토크쇼 ‘까칠남녀’가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전제로 살고 있는 우리의 일상에서 젠더감수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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