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집행유예로 ‘복직 특별법’ 제정돼도 어려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 소속으로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직된 인천지역 공무원들 중 두 명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복직이 어려워졌다.

지난 7일 인천지방법원 316호 법정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 11명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열렸는데, 1심과 같은 양형이 선고됐다. 이에 따라 공무원노조 간부 2명의 집행유예가 그대로 유지됐다. 재판부가 ‘이유 없다’고 항소를 기각한 것이다.

이들은 2015년 7월 28일 장석현 남동구청장이 공무집행방해ㆍ퇴거불응ㆍ공동건조물침입ㆍ공동상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해 재판을 받게 됐다.

장 구청장은 2014년 7월 취임한 지 사흘 만에 단행한 첫 인사에서 여성 사무관 9명을 모두 동장으로 발령 내 ‘성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이 논란이 채 가시지도 않은 7월 15일엔 구청 전 직원에게 ‘명찰이 달린 근무복’ 착용과 ‘출퇴근 시 지문인식’을 지시해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며칠 후 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 사무실을 지하로 이전하라고 통보했고, 남동구지부는 문제제기하며 반발했다. 구 집행부는 그달 24일 노조사무실을 강제 폐쇄하려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인천지법은 지난해 12월 9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고광식 전 공무원노조 희생자원상회복투쟁(이하 회복투)위원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박철준 전 공무원노조 인천지역본부 사무처장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나머지 10명에겐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 중 1명을 제외한 11명이 항소했다.

이들은 “남동구청장의 퇴거 요구를 받은 것만으로 피고인들에게 퇴거불응죄가 성립할 수 없고, 불응죄도 행정대집행 계고서에서 정한 자진 이행 촉구 기한 말일 이후부터 성립할 수 있다. 또한 당시 남동구 총무과장이었던 이○○ 등의 동의를 받아 구청장실에 들어간 것이므로 건조물에 침입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천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최한돈)는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보내기 이전부터 노조 사무실 폐쇄를 통보하고 사무실 자진 이전 통보 공문을 전달한 점, 계고서에 기한을 정해 자진 이행을 촉구한 것은 행정대집행 요건이 될 뿐 그 기한이 도래할 때까지 퇴거불응이 정당화될 수 없어 유죄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건조물 침입과 관련해선 원심과 동일하게 판단했다. “법정에 선 증인들의 진술이 구청장실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욕설과 몸싸움이 있었고 무단으로 들어왔다고 해, 구청장의 의사에 반해 구청장 사무실에 침입했음이 명백히 인정된다”는 게 요지였다.

이러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이상헌 공무원노조 남동구지부 사무국장은 “2년 전 장석현 남동구청장이 노조사무실 강제 폐쇄 등, 노조를 극렬하게 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득이한 상황이었다. 독선행정을 시정하고 노조를 인정하라는 지극히 이성적인 요구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 원인을 제공한 구청장도 자유롭지 못하다. 판결 내용을 수긍하기 어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특히 공무원노조 해직자 복직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에서, 항소심에서도 두 명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돼 매우 안타깝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이 열 명이 넘는 직원을 고소ㆍ고발한 경우는 없었다. 집행유예로 신분 회복의 기회를 빼앗아간 장석현 구청장은 반성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공무원노조 해직자 복직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2002년 3월 공무원노조 설립 후 공무원 530명이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직됐다. 2004년 총파업으로 해직된 조합원만 429명이다. 그동안 530명 중 394명은 복직됐지만, 136명이 해직된 상태로 남아 있다.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직된 공무원의 복직을 위한 법안은 지난 18대와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 2009년 12월 처음으로 발의됐지만, 2012년 5월 18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도 2012년 7월에 같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역시 자동 폐기됐다.

현재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있다. 그런데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집행유예는 ‘지방공무원법’상 임용 결격사유(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들은 사실상 복직이 어렵다.

고광식 전 회복투위원장은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해직된 지 16년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복직의 길이 열릴까 기대했는데 항소심 선고를 듣고 만감이 교차했다. 정년이 2년밖에 안 남았지만 노조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명예회복을 하고 싶어 복직을 꿈꿨다. 그러나 길이 막혔다. 장석현 구청장의 비열하고 치졸한 행동에 눈물이 난다”고 개탄했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집행유예가 선고된 두 명에 한해 상고하기로 결정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