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초교 교사들, “장애학생 차별하고 교사에게 성희롱ㆍ폭언”
지역교육지원청의 사실관계 확인 과정서 민원 교사 신분 드러나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지난해 여름 폭염에도 특수학급 교실에 에어컨을 전혀 안 틀어주는 등 장애학생을 차별하고, 교사에게 성희롱하거나 폭언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시교육청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민원을 제기한 교사들의 신분이 드러나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A초교 교사들이 국민신문고에 제기한 민원 내용을 정리하면, A초교는 지난해 여름에 학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컨 가동 시간표를 만들어 각 학급에 배부했다. 시간대마다 에어컨을 틀어주는 학급을 정한 것인데, 특수학급은 시간표에 적혀있지 않았다.

이에 특수학급 교사들이 항의했지만, 행정실 직원은 “교장이 특수학급은 학생 수가 얼마 되지 않으니 틀지 말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다시 항의했지만, 똑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특수학급 교사는 장애학생들이 덥다고 할 때마다 얼음을 주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또한 지난해 12월 장애학생들이 직업체험으로 1인당 2만원이 드는 제과제빵 체험을 가기로 했는데, 교장은 “일반 학생들이 하는 체험보다 비싸게 해주면 안 된다. 어차피 해줘도 기억 못하지 않느냐”고 말렸다.

학부모에게 이미 알렸다는 이유로 직업체험을 가기는 했지만, 교사가 특수학급비 지출 결제를 받으려할 때마다 교장은 “돈 드는 행사를 하기만 해봐라, 결제 안 해줄 것”이라며 해마다 특수학급비의 절반 정도를 남기게 했다.

특수학급 교사는 “교장의 장애학생 차별이 지속적이고 암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교장에게 문제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더 이상 싸우지 못한 것이 너무 부끄럽다. 이제라도 바로잡아 장애학생도 비장애학생들과 동일한 학습환경에서 공부하게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인 교장이 장애학생 차별뿐 아니라 남성 교사에게 성희롱하거나 폭언했다는 내용도 민원에 담겼다.

B 교사가 지난 4월 말 교장 지시로 테이블 등을 옮기느라 상체를 숙였는데 교장이 뒤에서 엉덩이를 치며 “이러니까 장가를 못 갔지. 여자들은 이런 거 싫어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교장은 5월 초에 교사들과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B 교사에게 “몸무게가 어떻게 되느냐. 옷 사이즈가 어떻게 되느냐. 사이즈는 얼마를 입느냐” 등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아울러 B 교사는 교장이 본관 3층에 있는 남자화장실을 자주 사용해 화장실에서 마주치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B 교사는 “교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몸에 손을 대면서 성추행과 성희롱적 발언을 해 상당한 상처와 성적 수치심을 받았다”고 했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이럴 거면 나가서 학원 강사나 하라”거나 “3개월 차 신규교사보다 못하다”는 등의 폭언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한 교사에게 1년 4개월간 여섯 번이나 업무실을 바꾸게 하고, 교육실습생(교생)들에게 각 반의 복도 청결상태를 감시해서 보고하게 하거나, 아침 독서 지도를 성과급 항목에 넣어 점수를 차감하는 등 교사들을 감시하고 억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스트레스를 줬다는 주장도 있다.

이 민원은 국민신문고에서 인천시교육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송됐다. 시교육청은 성희롱ㆍ막말 등을 조사 중이고, 국가인권위는 장애학생 차별과 관련해 조만간 조사관을 배정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5월 말에도 A초교 교장과 관련한 민원이 제기돼 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장이 친목회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위원회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공금을 유용한 점,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업무를 지시하면서도 초과근무를 신청하지 못하게 한 점, 행정실 직원과 교사들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한 점 등이 제기됐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교육과정위 운영 시 교장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는 점과 초과근무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다른 부분은 문제점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지난 6월 중순 학교에는 행정상 ‘개선’ 조치와 교장에겐 신분상 ‘주의’ 조치를 내렸다.

교사 C씨는 “학교 전반적인 분위기가 군대훈련소이고, 교장은 제왕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강압적이고 비인권적인 교장으로 인해 교사들이 신음하고 있다.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는 사람이 학교 관리자를 해선 안 된다. 시교육청이 문제가 심한 관리자를 관대하게 대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민원은 교사 대상 성희롱과 폭언 등의 문제가 담겼음에도 5월 말에 제기된 민원과 달리 시교육청이 감사하지 않고 해당 지역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해 사실관계 확인만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지역교육지원청이 학교 방문 전 학교 측에 민원을 제기한 교사의 이름을 대면서 면담할 것이라고 통보한 사실이 확인돼, 내부고발자를 공개했다는 비판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사 C씨는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사실 확인을 하고 간 뒤, 교장이 민원을 제기한 교사들을 불러서 ‘인천 좁다. 다음에 또 만난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관리자의 부당함을 고발해도 시교육청이 이렇게 신변을 보호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민원을 제기한 교사들이 지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는 “학교에 (민원) 대표 교사 한 명의 이름을 말하고 면담하러간다고 하기는 했지만, 교장과 면담으로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특정되다 보니 교장이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라 판단해 시교육청 감사관실과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고, 사실관계 확인 후 지역교육지원청 차원에서 해결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A초교 교장은 5일 <인천투데이>과 한 전화통화에서 “성희롱, 폭언, 장애학생 차별 내용의 민원이 제기됐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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