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학생 ‘반강제 자율학습’ 반발 … 일부, 폐지 요구도


사교육비 절감과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실시되고 있는 자율학습이 실상은 강제학습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고등학교는 희망자에 한해 정규수업이 끝난 뒤 오후 9∼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성적 우수학생을 따로 모아 오후 11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키는 학교도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의 방침 상 학교는 학부모나 학생이 원하면 자율학습에서 제외시켜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부평구의 ㅅ고등학교는 오후 11시까지 강제적으로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어 일부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 학부모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11시에 끝나면 차도 없고 여자아이라 집에 오는 길이 너무 위험해 여간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1시간만이라도 일찍 보내 줄 수 없냐’고 하소연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인천지역의 한 고등학생은 ‘부모 싸인도 조작해서 대신 쓰게 해 허락서를 작성하게 하고, 예체능 쪽의 꿈을 갖고 있지만 학교에서는 예체능 학원도 못 다니게 한다’며 ‘매일 오후 10시까지 강제로 자율학습을 시켜 학교 다니기가 싫다’는 글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남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제 자율학습은 학생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이므로 폐지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의 맹수현 사무국장은 “교육계에서는 전인교육을 이야기 하지만, 학생들에게 자율학습 강요로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학생들을 만나보면 특기적성 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자율학습 등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학생이 학교에 불을 지른 사건이 발생해 청소년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며 “자신에게 맞는 학습 선택권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의 강제 자율학습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 관계자는 “새학기가 되면 자율학습에 대한 민원이 많지만 주로 학교나 담임교사와 상담을 권유하고 있다”며 “순수하게 자율로 할 경우 학부모의 반대도 있고 학생들의 방치로 생활지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리자 연수 때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라는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학교에 민원이 들어와 학생들에 대한 부당대우가 밝혀지면 학교에 시정 조치를 시키고 있다”며 “자율학습 폐지에 대해서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3일 반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이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일선 고교에서 이뤄지는 야간 자율학습을 폐지하고 수준별 이동수업이나 보충수업의 형태로 바꿀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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