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상담팀장
많은 국민이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었고,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열망이 새 대통령을 탄생시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문제에 대해선 모호하거나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으로 귀화한 이주민 몇 명이 ‘누구에게 투표하면 좋겠느냐’라고 했을 때, 내 생각이 복잡했던 가장 큰 이유다.

한국에선 아직 ‘이주민’이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이주노동자를 범죄와 연관시켜 치안 강화를 논하고, 난민들을 테러와 연관시켜 안보 강화를 외치며 불안과 공포를 조장했던 것을 상기하면, ‘이주민’ 이슈는 언제고 정치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그 때 새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할까?

탄핵과 대선 과정에서 이주민인 내 친구들도 관심을 갖고 응원했다. 그들에게 중요했던 건 투표권이 있느냐, 누가 당선되느냐가 아니었다. ‘어떤 원칙과 가치 속에서 내 삶이 보장될 것인가’였다. 그것이 국가와 민족, 인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열망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 속에 국가와 민족, 인종의 경계를 넘나드는 열망이 얼마나 담길 수 있을까?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 강화를 지시하고, 난민문제와 인권문제에 조예가 깊다는 사람을 외교부장관으로 지명하는 행보는 희망을 갖게하지만, 걱정스럽기도 하다. 폐기하거나 뜯어고쳐야 할 게 많기 때문이다.

첫째, 이주민 차별을 조장하는 제도들을 폐기하거나 개선하고 권리를 침해당한 이주민을 적극 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주노동자 강제노동을 방관하는 제도들을 뜯어고쳐야한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금지’ 조항과 사업주만 권한을 가지고 있는 비자연장 문제는 이주노동자들을 강제노동으로 내몬다.

문제가 생겨도 참고 일하거나 아예 사업장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취한다. 권리를 침해당한 외국인에게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줘 보호하고, 문제해결 기간만큼은 기존 비자 기간을 연장해줘야한다.

둘째, 출입국관리사무소의 행정 처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주민들에게 악명 높은 곳이다. 행정조치를 내릴 때 그 이유는커녕 이의제기 절차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자신의 처지를 상담하러갔다가 그 자리에서 바로 보호소로 넘겨져 구금되기도 한다. 행정조치에 대한 이의제기는 해당 사무소장에게 하게 돼있어, 결코 객관적일 수 없다.

셋째, 이주민 관련 업무 관계자들에게 이주민 차별 금지 교육을 실시하는 게 시급하다. 민원인인 이주민에게 불친절한 것은 기본이고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는 공무원도 있다. 사업주의 법 위반 사항을 관리‧감독해야 할 근로감독관이 오히려 이주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사건을 몰아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미등록 이주민을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있었다.

이주민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여긴다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다.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두고 이주민들 역시 기회가 평등했고 과정이 공정했고 결과가 정의로웠노라며 웃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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