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일 인하대 명예교수
촛불이 세상을 바꿨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 신선하다. 이제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개조해 안전하고 정의롭고 평화가 보장된 민주복지국가를 만드는 데 매진할 때다. 문재인 대통령도 승리의 달콤함을 맛볼 틈도 없이 직무를 시작했다. 그만큼 급박하고 험난한 과제다.

나라가 난장판이 돼있는지라 개혁과제가 엄청나게 많고, 국민의 기대 또한 높다. 반면에 법ㆍ제도를 만들어 개혁을 뒷받침할 국회는 여소야대다. 제1야당은 온갖 부패와 비리로 국정농단에 큰 몫을 한 자유한국당으로 개혁 발목을 잡기에 충분한 수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개혁의 대상인 국정농단세력은 해방 후 지속된 냉전체제 하에서 국가안보를 구실로 국가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우리사회를 지배해온 수구기득권세력이다. 재벌, 정계ㆍ관료, 법조, 언론, 학계, 종교,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비선출 권력을 거머쥐고 있으며, 종횡으로 연결돼 뿌리가 깊고 광범하다. 그들의 특권과 반칙이 사회에 만연된 비민주, 불공정, 불평등, 부정의, 폭력의 근원이다.

또한 그들의 안보논리와 대북적개심이 언어적, 심리적, 물리적, 제도적 폭력을 낳고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 촛불정국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치켜든 탄핵반대집회, 대선과정에서 홍준표 후보의 용납할 수 없는 언행과 막말, 주적 논쟁은 공연한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개조를 공약한 신임 대통령이 대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 위기의 해법을 국민에게 제시한 것은 고무적이다. 야4당 지도부를 방문하고 ‘통합과 공존’을 취임 일성으로 밝힌 것도 높게 평가한다. 다만 통합과 공존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 개조를 위한 수단일 뿐이란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남북관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남북관계가 개선됐을 때는 한국의 위상과 외교력이 강화됐으며 북핵 해결의 실마리도 풀렸다. 반면에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한국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북한 핵개발도 가속화됐다.

북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안이기에 미국, 중국 등 관련국과 긴밀한 협의와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과도 대화해야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도해야한다는 사실이다. 북핵 문제도 사드 배치 문제도 우리 삶터에서 벌어지고 있고 우리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내정을 개혁하는 일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우리가 주도해 지키는 일은 동전의 양면이다. 내우도 외환도 냉전체제 해체가 관건이다. 그렇기에 개혁에 대한 수구기득권층의 저항도 격렬할 것이다. 그들은 대단히 노회하고 집요하다. 여론을 왜곡하고 악의적 선동으로 개혁의 부작용을 부풀리고 동력을 파괴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할 수 있다.

따라서 개혁은 한 치의 오착도 없게 주도면밀하게 추진돼야한다. 촛불의 사명은 여전히 막중하다. 저항으로뿐만 아니라 야합으로부터도 문재인 정부를 감시하고 지켜내야 한다. 조급하지 않게 전략적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끊임없이 견인해야한다. 오죽하면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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