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요구 외면하던 공사, “정규직화로 3% 절감 가능”
인천공항지부, “이제 시작, 노사정 테이블서 논의하자”

문재인 대통령 ‘정규직화 약속’에 비정규직 1만명 ‘환호’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호했고, 인천공항지부 조합원들은 회한의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분야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약 1만명은 환호했다.

정일영 공사 사장은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화하면 관리비 3%를 절약할 수 있다. 결코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볼 수 없다”며 “1만명 모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 금년 내에 해결하겠다”고 햇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부는 공항 운영 핵심 업무의 안정적인 관리와 고용안정, 비정규직 차별 해소, 직접고용을 통한 운영비 절감을 위해 수년간 정부와 공사에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공사는 인천공항지부의 요구를 외면하고 반박했다. 신철 인천공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오늘 처음 공사 사장을 만났고, 처음으로 명함을 받았다. 사장이 연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고, 한 마디면 되는 일이었다. 한없이 기쁘면서도 그동안 왜 그랬던 것인지 참 야속하다”고 한 뒤 “이제 시작이다. 노사정 테이블을 구성해 정규직화를 위한 로드맵을 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비중 86%, 향후 1만명 전망

인천공항은 올해 초에도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 1위를 차지했다. 12년 연속 1위다. 또한 지난해 항공여객 5776만명을 돌파하며 여객수송 규모면에서 세계 19위를 기록하며 20위권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2015년 4928만명보다 17.2% 증가했다.

인천공항은 서비스평가 1위 이외에도 국제항공여객 8위, 국제항공화물 2위에 해당하는 공항이다. 현재 항공사 90개가 나라 50여개, 도시 190여개에 운항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허브공항으로 하루 운항이 1000편을 넘는다.

인천공항의 이와 같은 성장 이면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땀이 배어있다. 공사의 정규직은 현재 1099명이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6831명이다. 비정규직 비중이 86%에 달한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 규모면에서 압도적으로 1위다.

여기다 올해 말 인천공항 3단계 공사를 마치고 제2여객터미널(T2)이 개장하면, 간접고용 노동자는 약 9924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사업장 탄생을 앞두고 있다.

꿈쩍 안 하던 공사, “정규직화로 비용 3% 절감 가능”

인천공항 운영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맡고 있다. 여객이 출국해 입국할 때까지 만나는 공항 종사자 거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다.

공사는 공항 경비ㆍ보안ㆍ검색ㆍ소방ㆍ시설유지ㆍ수하물처리ㆍ탑승교ㆍ청소ㆍ교통ㆍ기계설비ㆍ토목ㆍ전기ㆍ정보시스템 등, 공항 운영에 필요한 전 분야를 46개 사업으로 쪼개 하청을 주고, 3년마다(2년 연장 가능) 이 하청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있다.

1차 하청업체들이 직접 비정규직을 고용하거나 지난해 초 대란이 일어난 ‘수하물 처리’ 분야처럼 다시 여러 개 업체에 2차 하청을 줘, 2차 하청업체들이 비정규직을 고용한다.

게다가 하청업체가 3~5년 단위로 바뀌다보니 기술숙련도가 쌓이지 않는다. 또, 5년 뒤 고용이 승계돼 재계약을 하더라도 임금은 다시 첫 계약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종사자들의 자긍심이 생길 리 만무하다. 보안경비 분야의 경우 10년을 일한 7급이나 이제 막 입사한 7급이나 임금 차이는 고작 11만원이다.

신철 인천공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공사가 하청업체와 체결한 도급계약 금액에 하청업체의 이윤과 관리비 등이 포함돼있다. 그런데 하청업체는 하청업체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관리하고, 공사는 공사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관리하면서 공항 운영비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청업체의 이윤은 7%이고, 관리비는 3%로 알려져 있다. 이를테면 보안 분야 도급금액이 100억원이라고 했을 때, 10%에 해당하는 10억원이 하청업체 이윤과 관리비로 쓰인다는 것으로, 공사가 직접 고용할 경우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하청구조로 인해 2015년에만 약 774억원이 낭비된 것으로 인천공항지부는 추산했다. 인천공항지부는 “직접 고용이 운영비 절감과 안정적인 공항 운영에 훨씬 효과적”이라며 정부와 공사에 직접 고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공사는 꿈적도 안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바뀌자, 정일영 사장이 직접 나서 인천공항지부와 간담회 때 ‘정규직화할 경우 3%를 절감할 수 있다’며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정 사장은 “그동안 인천공항을 세계1위 공항으로 만드는 데 노력한 우리 공항가족들이 협력업체 소속으로 돼있다 보니 사기가 저하되고 애로점이 많았다”며 “정부가 관련한 규제를 풀 것으로 보고, 올해 안에 비정규직 노동자 1만명을 정규직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 ‘노사정 논의’ 요청에, 대통령 ‘사회적 논의’ 화답

▲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 공식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환호했고, 인천공항지부 조합원들은 회한의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인천공항지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밝혔다. 간담회 마지막 발언 때 박대성 인천공항지부장은 “어떤 정규직화냐가 더 중요하다”며 정부와 노조, 공사 간 논의테이블 구성해 앞으로 계속 논의할 수 있게 해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같이 논의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으며, 간담회 사회를 맡은 한정애 국회의원이 노사 간 대화 때 정일영 사장에게 다시 확인했고, 정일영 사장은 이에 수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해서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홍영표(부평갑) 환경노동위원장은 “대통령은 하청업체가 일반관리비 3%와 마진 7%를 합한 10%에 가까운 비용을 가져가고 있으므로 이를 줄이면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필요한 재원마련이 쉬운 장점이 있음을 정확히 알고 있다”며 “인천공항을 비롯해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추진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박대성 인천공항지부장은 “대통령의 ‘1만명 정규직화 약속’을 믿는다. 간담회에서 강조했듯이 당사자인 노조와 함께 논의테이블을 만들어 추진하는 정규직화가 진짜 정규직화다”라며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그동안 일터에서 아무 권한 없이 당하기만 했다. 좋은 공약 성공을 위해 정부와 공사, 노조가 머리를 맞대야한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