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도 무용지물, 산에서 해결…“안보 최전선이라며 식수도 해결 못해”

▲ 연평도 이장단은 4월 27일 유정복 인천시장을 면담하고 물 부족 사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면담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면담 후 이장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비 오면 계곡물 받고, 큰 빨래는 인천서 해결

옹진군 소청도와 연평도의 식수난이 심각하다. 소청도 주민들이 4월 초에 식수난을 겪은 데 이어 소연평도에선 생활용수가 부족해 빨래를 육지로 보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소청도에선 지난 4월 1일부터 5일까지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 이틀에 한 번 1시간 30분씩 하던 급수가 중단된 것이다. 일부 주민은 빗물로 설거지를 해야 했다.

소청도 주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식수는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급이 중단된 원인은 누수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관로 개선은 수년 째 진척이 없다.

소연평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48세대에 약 80명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노약자다. 소연평도는 2013년까지 하루에 1시간, 2014년부터는 하루에 약 30분, 2015년엔 이틀에 한 번 1시간, 2016년부턴 3일 또는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급수를 했다. 생수를 사먹을 가게조차 없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외부에서 생수(1.8리터 들이 병)를 공급받고 있다.

2016년 말부터 상황이 더 악화돼 현재 지하수가 완전 고갈된 상태다. 주민들은 계곡물을 일주일에 한 번 20~30분 정도 공급(하루에 약 7톤)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연평도 주민들은 2015년에 생활용수를 운반선으로 주 2회(약 100톤) 공급받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예산 부족으로 2016년부터 중단됐다. 주민들은 몇 차례 긴급하게 꽃게 운반선에 부탁해 생활용수를 조달하기도 했지만, 비용 때문에 지속할 수 없었다.

물이 부족하다 보니 빨래조차 하기 어렵다. 현재 소연평도 주민들은 일주일에 두 번 대연평도로 옷과 수건 등, 빨랫감을 보내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세탁하고 있다. 이불과 같은 큰 빨랫감은 인천으로 가지고 나가 세탁하고 있다.

물이 없으니 수세식 화장실이 무용지물이다. 화장실을 3년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불가피하게 산이나 노상에서 용변을 해결하며 악취와 비위생적 생활로 고통 받고 있다.

급수차 생겼지만 ‘규정 없다’고 관공서만 이용

대연평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하루 한 시간 제한급수를 한 적도 있고, 현재는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하루에 2시간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 2015년 가뭄 때 주민들의 요구로 생긴 급수차는 엉뚱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급수차는 소나무 물 공급, 어업지도선 물 공급, 면사무소 청소, 당섬 화장실 물 공급 등, 주로 관공서가 필요로 한 곳에만 사용되고 있다.

옹진군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급수차를 주민들을 위해선 투입하지 않고 있다. 소방차가 있긴 하지만, 화재 진압용 약품 처리가 돼있어 식수와 생활용수론 사용할 수 없다.

연평도 주둔 군부대 사정도 딱하다. 군부대도 자체 관정을 사용하지만, 지하수가 부족할 땐 마을 상수도를 이용했다. 2016년부턴 아예 마을 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서해 5도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대책위원회’는 “서해 5도가 안보의 최전선이고, 서해 5도에 사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식수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년째 되풀이되는 문제를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지, 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수도 관리 이장단에 맡겨놓고 예산 지원 외면

소연평도는 지하수가 없는 것 자체가 심각하지만, 대연평도와 소청도는 상수도 관로 문제가 크다. 연평도 주민들은 노후 관로가 훼손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 인천시가 간이 상수도라며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대연평도 물탱크(서남부리 1개, 중동부리 2개, 새마을리 1개)마다 드림밸브가 설치되지 않아 청소 시 부유물이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 특히, 새마을리 물탱크는 매립형으로 쥐 등, 동물이 들어갈 수 있고, 누구나 접근 가능해 수질 오염에 위험성이 노출돼 있다.

또, 맴브레인필터와 활성탄여과제 등 정수에 필요한 여과시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하지만, 이는 마을 이장단인 ‘연평도 상수도 관리운영위원회’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12년에 수도법이 개정돼 마을 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 관리 업무가 군ㆍ구에서 광역시ㆍ도로 이관돼, 서해 5도의 경우 관리주체가 옹진군에서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로 바뀌었다.

그 뒤 인천시는 ‘마을 상수도 및 소규모 급수시설 운영ㆍ관리 조례’를 제정해 각 마을 이장으로 ‘연평도 상수도 관리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관리를 맡겼다. 하지만 노후 관로 정비 등에 필요한 예산 지원은 없고, 모터 고장, 동파, 누수 등을 긴급 보수하는 업무에 필요한 예산은 옹진군에 위임했다.

섬 주민들은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시에 상수도사업본부의 직접 관리를 요청했지만, 시는 마을 상수도를 지방 상수도로 전환하려면 사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비용을 내야한다며 주민들에게 10억원을 내라고 했다. 주민들은 이를 낼 수 없어 여전히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유 시장 만난 연평도 이장단 “실망”…집단행동 예고

주민들이 각자 자체적으로 설치한 소형 지하수 관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하수 고갈과 수질 오염으로 인해 마을 상수도와 연결해줄 것을 수년째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관로 설치와 예산 문제 등으로 수년째 답보상태다.

대연평도 주민들이 2015년에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0년 포격으로 인해 관로 누수율이 40% 정도였다.

하지만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 누수율을 인정을 못한다고 했다. 이에 연평도 상수도 관리운영위원회가 제3자 기관에 의뢰해 조사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 또한 답보상태다. 그 사이 물은 계속 새고 있다.

이에 연평도 이장단은 4월 27일 인천시청을 방문해 “더 이상의 인내와 고통을 감당할 수 없다”며 유정복 시장을 만나 요구사항 다섯 가지를 전달했다.

이장단은 ▲식수를 비롯한 생활용수 대책 당장 마련 ▲해수담수화 등, 물 해결을 위한 사업 조기 집행 ▲상수도 운영주체와 관리를 인천시 책임으로 개선 ▲연평도 물 인프라 지원을 의무화한 조례 제정 ▲위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시 담당부서 지정과 소통 일원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유 시장은 즉답 대신, 담당부서에 사태 파악 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후 이장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연평도 상수도 관리운영위원회’를 사퇴하겠다고 했다.

지난 2016년에도 주민대표와 상수도사업본부는 노후 관로 교체, 해수담수화 설치, 지방 상수도로 전환 등, 주민 요구사항 여덟 가지를 합의했지만 아직 진척이 없다. 이장단은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외면할 경우, 상수도운영위원회를 사퇴하고 생존권 확보를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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