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군사ㆍ외교 갈등 첨예…독립된 해경 부활로 ‘완충역할’ 복원

▲ 야간 조업을 마치고 북방한계선(NLL) 인근 수역에 정박 중인 중국어선들.(사진촬영 2016.5.8.)<인천투데이 자료사진>

꽃게 철 시작되면서 중국어선 하루 200척으로 급증

4월부터 꽃게 금어기가 풀리며 조업이 본격화됐다. 4월에 잡는 꽃게는 알배기 꽃게로, 꽃게 중에서도 최고로 친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어선이 연평도 앞바다에 늘어나기 시작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올 봄 어기 때 인천 해역의 꽃게 어획량이 1500~2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어획량 893톤보다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어선 또한 같이 늘어날 전망이라, 서해 5도 어민들은 어획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달갑지만은 않다. 어민들은 조업구역이 한정돼있고 조업시간 또한 낮 시간으로 한정 돼있지만, 중국 어선들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장을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해 5도 어민 632명이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 서해 5도 주변 해역이 누락돼있는 것은 위헌’이라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을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8일 각하한 게 중국어선 입장에선 조업에 호재를 만난 셈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서해 5도 주변 해역엔 통상기선을 적용하기에 각 섬에서 12해리까지는 영해’라고 판단했다. 북방한계선(NLL) 이남 서해 5도 해역에 직선기선이 아닌 통상기선을 적용할 경우, 직선기선을 적용할 때보다 영해 면적이 서울 면적의 6배 정도 줄어든다.

서해 최대 황금어장인 북방한계선 이남 소청도와 연평도 사이 어장의 경우, 영해가 아니면 공해 또는 북한 해역에 해당하는 것이라, 중국어선에 맘껏 휘젓고 다닐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어획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중국어선도 더 증가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4월부터 늘기 시작했다. 그런데 헌재의 판단으로 황금어장을 내주게 됐다. 연평도와 소청도 사이 해역은 조강(=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이루는 염하)에서 흘러온 모래와 영양분으로 어패류에게 최적의 산란지이자 황금어장이다. 이곳을 싹쓸이 당하면 서해 어장은 끝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1월에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에 나타난 불법조업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20∼30척에 불과했는데, 꽃게 철이 시작되자 200척 가까이로 늘었다. 해양경비안전본부(이하 해경본부) 산하 인천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100척을 넘어서더니 28일 168척, 29일 175척, 31일 194척으로 날마다 늘었다.

해경본부는 서해 5도 해역에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4월부터 더 극성을 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춰 국민안전처와 해경본부는 지난 4일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을 전담할 서해 5도 특별경비단을 창단하고, 총경을 단장으로 경찰관 444명과 함정 12척(대형 3척, 중형 6척, 방탄정 3척)을 서해 5도 해역에 투입했다. 첫날 중국어선 한 척을 나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000톤급 이상 경비함정에는 20∼40mm 벌컨포와 기관포, 500톤급 이상 경비함정에는 20mm 벌컨포와 기관포 등, 공용화기가 각각 장착됐다. 해경본부는 “조업 철 우리 어민들의 피해가 없게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 결과, 해경 해체 후 중국어선 맘껏 활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더라도 서해 5도 특별경비단 창단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원활한 작전수행 능력 강화와 군사충돌 완충, 외교 갈등 완화를 위해 서해 5도 경비단 창단에 머물게 아니라, 해경본부를 다시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으로 부활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해는 한ㆍ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두고 군사ㆍ외교적 갈등이 치열한 곳이고, 게다가 북방한계선을 두고 남북이 대치하다 보니, 중국어선이 이를 악용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곳이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맞물려있는 복잡한 정치ㆍ경제ㆍ외교ㆍ 군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우리 정부가 군사적 조치를 섣불리 취할 수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독립된 외청인 해경이 완충역할을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해경에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물어 2015년 5월 해체를 발표한 뒤, 11월 해체했다. 그리고 국민안전처 산하에 해경본부를 뒀다. 위상이 추락한 해경본부로는 날로 흉포화ㆍ대형화된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응하기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완충역할도 멀어졌다.

실제로 감사원이 지난 5일 공개한 국민안전처와 해경본부 감사 결과를 보면, 해경 해체 후 단속에 저항하거나 도주한 중국어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어선들은 인천 앞바다를 제 집처럼 드나들었다.

해경본부는 2014년 5월 이후 감사가 진행된 지난해 11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단속에 저항하거나 도주한 중국어선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의 증거를 제대로 수집하지 않았다. 또한 이 어선들에 대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한국과 중국은 어업협정을 통해 불법조업 후 도주하는 어선의 사진과 동영상 등, 증거가 확인되면 30일간 어업정지 처분을 하기로 했고, 영해를 침범해 조업하거나 폭력을 사용할 경우 3년간 어업 자격을 취소하게 했다.

하지만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해경 해체로 조직의 사기마저 떨어진 상태에서 드넓은 바다에 중국어선은 한꺼번에 수백 척씩 몰려오고, 또 대부분 밤을 이용해 조업하기 때문에 단속하는 데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었다.

해경 해체로 조직이 흔들리고 단속에 공백이 생기자, 중국어선이 활개를 쳤다. 인천 앞바다에 출몰한 중국어선은 2013년 3만 3495척에서 2014년 4만 4969척, 2015년 5만 5660척으로 급증한 반면, 나포율은 2013년 0.12%에서 2014년 0.06%, 2015년 0.04%까지 떨어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단속에 필요한 신형 함정은 수요가 많은 인천에 배치되지 못했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1년간 인천해양경비안전서의 불법조업 어선 퇴거ㆍ차단 실적은 5582척으로 전체 9142척의 61.1%에 이른다.

하지만 함정 정박에 필요한 수심이 7m인데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는 6m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2015년 증강된 3000톤급 함정 두 척은 군산과 목포에 배치됐다.

감사원은 “고속단정 수가 많고 최고 속력이 향상된 신형 함정은 불법조업 단속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인천에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인천지역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을 망라해 단체 39개로 구성한 해경부활인천시민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ㆍ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ㆍ정의당 등 원내 5개 정당 인천시당은 공동으로 7일 ‘해경 부활 인천 환원을 위한 인천지역 여야민정 합동 국회토론회’를 열어 해경 부활을 강조했다.
모든 인천시당과 진보ㆍ보수단체 한목소리로 ‘해경 부활’ 촉구

해경 해체 후 박근혜 정부가 해경본부를 세종시로 이전하자, 인천에서는 진보와 보수 진영을 망라해 단체 39개가 모여 ‘해경 인천 존치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이는 지난해 총선 때 화두로 등장했다.

그 뒤 ‘해경 인천 존치 대책위’는 ‘해경부활ㆍ인천환원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로 전환해 해양 부활과 인천 환원을 전면에 걸었다. 인천시를 비롯해 인천의 모든 정당이 해경 부활에 한목소리를 내고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어서 해경부활ㆍ인천환원시민대책위와 더불어민주당ㆍ자유한국당ㆍ국민의당ㆍ바른정당ㆍ정의당 등 원내 5개 정당 인천시당은 공동으로 7일 ‘해경부활 인천환원을 위한 인천지역 여야민정 합동 국회 토론회’를 열어 해경 부활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유정복 인천시장을 비롯해 인천지역 국회의원 13명 중 8명이 참석, 해경 부활 촉구에 힘을 보탰다.

아울러 유정복 시장과 인천지역 국회의원, 인천지역 10개 기초단체장, 인천시의회 의원, 10개 군ㆍ구의회 의원, 해경부활ㆍ인천환원 시민대책위는 공동결의문을 국회에 전달했다.

인천지역 여야민정은 “대한민국의 관문 도시 인천은 북방한계선을 경계로 북한과 최단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는 접경지역이며, 연평해전ㆍ천안함 침몰사건 등이 발생한 한반도 유일의 교전지역이다. 또한 중국과는 첨예하게 배타적 경제수역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이라며 “이에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 현장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해경이 인천에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해경을 해체하고 해경본부마저 세종시 이전을 강행하고 말았다. 배가 산으로 가다 보니 지난번 고속단정 침몰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헌법에 따라 국방ㆍ외교ㆍ통일ㆍ치안 등과 같이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정부기관은 수도 서울과 수도권에 소재해야한다. 해경은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기관이기에, 해경으로 부활하면 인천으로 환원해야한다”며 “우리 인천지역 여야민정은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이 이러한 선택에 동참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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