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한진해운 부실 투자’ 배임 혐의 검토…“검찰에 고발 예정”

▲ 지난 5일 인하대학교 본관 대강당에서 열린 인하대교수회 총회 장면. 전체 교수 690명 중 322명이 총회에 직접 참석했고, 291명이 총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위임했다. 참석한 322명 중 61명이 중간에 빠져 261명이 ‘최순자 총장 사퇴 찬반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93.5%인 244명이 찬성했다.

인하대학교(총장 최순자)가 한진해운 파산으로 그 전에 대학발전기금으로 매입한 한진해운 사채 130억원어치를 날린 것에 대해 최 총장이 책임지고 사퇴해야한다는 의견이 교수회 정기총회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교수회는 지난 5일 본관 대강당에서 총회를 열고 최 총장 사퇴에 대해 찬반을 묻는 투표를 실시했다. 교수회 정원 690명 중 322명이 총회에 직접 참석했고, 291명은 총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위임했다.

교수 대부분 최 총장에게 등 돌려 ‘리더십 붕괴’

교수 322명이 총회에 직접 참석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높은 관심도 속에 총회가 열렸다. 의과대학교수회는 병원과 총회장을 영상으로 연결해 총회에 참여했다.

참석한 322명 중 61명이 중간에 빠져 261명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중 244명(93.5%)이 총장 사퇴에 찬성했다. 반대 12명, 기권 5명으로 나타났다.

교수회 총무인 윤홍식 교수는 “총장 사퇴에 찬성한 244명에 위임한 291명을 더하면 모두 535명으로, 교수회 정원의 77.5%에 달한다. 총회에 참석했다가 도중에 가신 교수들 중에도 총장 사퇴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총장 사퇴를 바라는 여론이 압도적이다”라고 말했다.

교수회가 총장 사퇴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고 표결에 부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최 총장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높은 사퇴 찬성률은 최 총장의 리더십이 붕괴됐음을 보여준다.

“한진해운에 투자, 학교규정 어기고 투자지침서도 위반”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대학발전기금 130억원 손실 사태에 대해 교수회와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 인하대노동조합은 ‘한진해운 투자 손실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대학본부와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등에 자료 공개를 요구하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진상조사위가 현재까지 조사한 내용을 종합하면, 우선 인하대가 한진해운 채권을 매입할 때 학교 규정에 따른 기금운용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투자 관리지침서의 기금 운용기준 또한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다 채권 매입 후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일정비율 이상 하락할 경우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게 돼있는데 열지 않았고, 또 투자지침서의 위험관리기준에 따르면 가치가 하락할 경우 기금운용위의 심의를 거쳐 매도하게 돼있는데 이 또한 지키지 않았다.

한진그룹 계열사의 부실채권에 투자해 130억원이 휴지조각이 돼버렸고, 기금운용위원회조차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투자과정에 대한 의혹은 확산됐다.

하지만 최 총장은 “대학기금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원칙을 준수했다”, “대학발전기금을 더 거둬 손실을 보전하겠다”라는 식의 발언으로 학교구성원들에게 불신만 더 주고 말았다.

▲ 교수회와 대학노조, 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로 구성한 ‘한진해운 투자손실 진상조사위원회’가 교수회 총회에서 그동안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있다.
성과급연봉제 도입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도 확산

이런 가운데 신임 교수 채용과정과 교수 임금체계 변화에 ‘갑질’과 근로기준법 위반 정황이 드러나, 교수회의 최 총장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학교당국은 성과급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임금을 기본급 85%와 성과급 15%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85%를 지급한 뒤, 나머지 15%는 적립해뒀다가 올해 업적(성과)을 평가해 내년에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학교당국은 신임 교수의 경우 올해 3월부터 적용하고, 기존 교수의 경우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또는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할 때 임용계약서를 따로 작성해 적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교원인사규정과 보수규칙, 성과급제 규정은 기본급과 호봉제를 명시하고 있다. 즉, 성과급연봉제를 도입하려면 관련 규정과 규칙들을 사전에 개정해야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만큼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교수회의 입장이다.

반면, 신임 교원의 경우 최종 면접과 채용 후 진행한 오리엔테이션 때 이를 설명했고, 이를 토대로 임용계약서를 작성한 만큼 문제없다는 게 인하대의 입장이다.

하지만 신임 교수 입장에서 이를 거부하는 순간 합격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갑질’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기존 교수들에게 바로 성과급제연봉제를 도입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하기에 조교수에서 부교수, 또는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진할 때 별도로 임용계약서를 쓰겠다고 한 것으로 교수회는 보고 있다.

교수회, “최 총장은 4월 30일까지 사퇴해야”

교수회는 이날 총회에서 최순자 총장에게 ‘한진해운 부실 투자 사태와 비민주적 대학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오는 30일까지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교수회는 대학노조ㆍ총학생회비상대책위원회와 공동으로 ‘한진해운 부실 투자’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교육부에 정석인하학원과 인하대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고 법률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신규 교수 임용계약 문제를 중부고용노동청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단체도 검찰 고발을 검토 중이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인하대가 2015년에 한진해운의 채권을 매입할 때, 이미 한진해운의 부실이 점증하면서 채권은 액면가보다 저평가된 상태에서 거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하대가 액면가 그대로 매입했다면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 당시 채권시장 매매가격 자료 등을 검토해 총장과 학교법인 이사장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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