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구성원,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총동창회, “한진 책임, 전액 보상”

교수회ㆍ학생회ㆍ노조,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인하대학교(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조양호 한진 회장)가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진해운에 투자한 대학발전기금 130억원을 날리고, 인하대새마을금고도 5억원을 날리자,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학교 구성원 전체로 확산됐다.

지난달 28일 ‘진실규명에 따른 사법적 책임과 최순자 총장의 거취를 묻겠다’고 했던 교수회는 학생회 등과 ‘한진해운 채권 매입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으며, 최순자 총장과 정석인하학원이 진실규명에 필요한 자료를 진상규명위원회에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인하대노동조합 또한 지난 3일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노조는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의 사채를 매입해 손실로 이어지게 한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교수회ㆍ학생회 등 구성원들과 협조해 진상규명에 나서고,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 서슴없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각 단과대학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들이 구성한 중앙운영위원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교수회ㆍ노조와 함께 진상규명위원회 참가를 결정했다”며 “학교와 재단에 130억원 증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중앙운영위는 “최순자 총장이 책임지겠다고 했다. 130억원 증발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고 책임질 것인지 밝혀야한다”고 한 뒤 “또한 이번 사태로 송도캠퍼스 개교 계획에 지장이 염려되는 만큼, 송도캠퍼스 개교 재정계획을 밝혀야한다”고 덧붙였다.

총동창회, “한진에 직ㆍ간접적 책임, 전액 보상해야”

총동창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한진그룹에 직ㆍ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며 “인하대 적립금 투자 손실을 한진재단이 전액 보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총동창회는 “학교가 대학발전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원칙을 준수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한진이 재단으로 군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계열사 이외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특히, 모교가 한진해운의 사채를 매입했던 2015년 6월과 7월은 글로벌 쇼크와 유동성 위기로 조선과 해운업이 취약분야로서 투자 기피 업종이었다”며 “(조양호 회장이) 2014년에 한진해운 경영권을 인수한 뒤, 한진해운 회생을 위해 에스오일(S-oil)을 주축으로 전 계열사를 동원해 1조원 넘는 자금을 쏟아 붓던 시기였음을 상기할 때, 재단의 직ㆍ간접적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진해운에 투자, 1년 전 기금운용위원회서 결정?

최순자 총장은 한진해운 투자 손실 사태에 대해 ‘인하대의 기금 운용은,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기금 운용 범위와 투자 대상 상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투자전문회사의 분석과 자문을 토대로 결정하는 원칙을 준수했다’고 해명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한진해운에 투자했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과 달리 ‘선(先)투자 후(後)보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휴지조각이 된 사채 130억원 가운데 50억원은 2012년 4월에 매입(2017년 6월 만기)한 것이고, 나머지 80억원은 2015년 6월과 7월에 매입(2016년 6월 만기)한 것이다.

나머지 80억원 가운데 50억원은 2014년 3월과 5월에 각각 매입(2015년 6월 만기)한 사채 30억원과 25억원 중 50억원을 재투자한 것이며, 30억원은 2012년 4월에 매입(2015년 4월 만기)한 사채다.

그런데 한진해운 채권 매입과 관련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연 것은 2014년 7월과 2015년 11월이다. 그리고 인하대가 채권 80억원어치를 매입한 시점은 2015년 6월과 7월이다. 즉, 최소한 매입 한두 달 전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야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인하대는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 중 사채ㆍ주식ㆍ정기예금 등에 대한 투자비율과 가이드라인을 정하는데, 2014년 7월 위원회 때 ‘1년 내외의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사채에 대해 투자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며 “기금운용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시장 특성상 1년 전의 결정을 토대로 매입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인하대는 “(1년 전) 기금운용위원회의 기준을 토대로 2015년 6~7월에 매입한 뒤 그해 11월 위원회 때 보고했다”고 역설했다.

총학생회비상대책위 관계자는 “1년 전 결정을 토대로 매입했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설령 그렇다 해도 한진해운의 부실이 점차 늘고 있었던 만큼, 매입을 결정하기 전에 다시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면밀히 검토해야했다”며 “학교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법과 기준을 운운하며 학교 구성원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도캠퍼스 물거품 되고 위약금 107억원 내야할 판

인하대가 그동안 적립한 대학발전기금은 약 500억원인데, 한진해운 파산으로 발생한 손실금이 약 130억원이라, 남은 기금은 약 370억원이다.

이로써 학교 구성원들의 염원인 송도캠퍼스 이전은 불투명해졌다. 송도캠퍼스가 물거품이 될 경우 인하대는 위약금(약 107억원)도 내야한다.

인하대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5ㆍ7공구에 있던 캠퍼스 부지(22만 4793㎡)를 2013년 4월 11-1공구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까지 개교하겠다고 밝혔다.

땅값은 종전과 동일하게 1076억원을 적용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1-1공구의 보존등기를 마치는 날로부터 잔금 594억원을 6개월마다 약 59억원씩 10차례 납부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 납기가 다음 달 19일이다.

그런데 최순장 총장은 송도캠퍼스 부지를 매입할 의사가 없다. 지난해 7월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재정난을 이유로 일부만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인하대가 매입한 한진해운 채권 130억원 가운데 80억원의 만기가 지난해 6월이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는 그 전인 4월에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했고, 조양호 회장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등, 한진해운의 부실이 이미 가시화된 때였다.

“최순자 총장과 조양호 이사장이 사태 책임져야”

최 총장은 지난해 7월 ‘여건이 변해 외국 대학과 연구소 유치가 어렵고, 또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부지) 22만 4793㎡를 다 매입할 필요가 없다’며 ‘외국 대학을 유치하기로 한 12만 8700㎡를 사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속내는 이미 낸 땅값에 해당하는 부지만 매입하겠다는 거였다.

인하대는 “일부 매입에 변함이 없으며, 인천경제청과 협의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인하대가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전체 땅값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 107억원을 내고 땅을 도로 내놔야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영근 인천경제청장은 “자문변호사 등을 통해 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인하대가 주장하는 캠퍼스 부지 부분 매입은 수용할 수 없다”며 “계약서 내용대로 부지를 모두 매입하든지, 땅을 포기하든지,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10월 송도캠퍼스 부지의 보존등기를 마치고,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기존 토지매매계약서에 지번을 확정해 계약서를 변경하는 것에 서명할 것을 인하대에 요구했지만, 인하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인하대 관계자는 “일부를 매입하겠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인천경제청과 협의 중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인하대가 4월 19일까지 잔금 1차분(약 59억원)을 내지 않으면, 1차 경고를 한 뒤 7월 19일까지 한 번 더 기회를 줄 예정이다. 그래도 내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한 뒤 인하대가 이미 납부한 약 400억원에서 위약금 107억원을 빼고 돌려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송도캠퍼스 부지를 일부만 매입한다고 했던 지난해 7월은, 6월 만기였던 한진해운 사채 80억원의 부실이 현실화된 후였다. 결국 재정이 어렵게 되자 송도캠퍼스가 물거품 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최순자 총장과 조양호 이사장이 이 모든 사태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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