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작가 알랭 드 보통은 2014년 그의 저서 ‘뉴스의 시대’에서 “민주 정치의 진정한 적은 무작위의, 쓸모없는, 짧은 뉴스들의 홍수다. 그것은 점차 사람들이 이슈의 본질을 파고들고 싶지 않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포털에서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른 기사를 중심으로 뉴스가 제작ㆍ소비되는 오늘날의 디지털 뉴스 시대와 더불어, 요즘같이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국면에 어울리는 지적이다.

파편화되고 편향적인 뉴스의 홍수는 이른바 ‘업자’가 아니고서는 뉴스의 맥락을 따라가기도 힘들게 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읽는 이의 개인적 판단능력이 절실한 시대다.

요즘 ‘가짜 뉴스’ 논란이 눈에 띄게 등장하고 있다. 혹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과 힘겨루기를 하는 데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일들이 박근혜 탄핵과 대선을 준비하는 요즘 불거지고 있다. 예로 <제이티비시(JTBC)>나 인터넷 언론에서 탄핵을 지지하거나 또는 반대하는 상호 간 대립으로 ‘가짜 뉴스’ 논란이 있었다.

‘가짜 뉴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1945년 12월 27일자 1면 기사에서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3상 회의에서 미국이 조선의 독립을 주장한 반면, 소련은 조선을 다시 식민지로 만들려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 이후 한반도는 찬탁 대 반탁으로 갈라졌고, 미소공동위원회의 실패를 초래했으며,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오보였다. 훗날 역사는 신탁통치 안을 제시한 쪽이 미국이었다고 기록했다.

1948년 제주에서도, 1980년 광주에서도 진실을 왜곡하기 위한 ‘가짜 뉴스’가 있었다. 우리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의도적인 오보를 편파보도 또는 왜곡보도라고 한다. 물론 편파와 왜곡 보도는 모두 ‘가짜 뉴스’의 하위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은 편파ㆍ왜곡보도라는 표현보다 단순히 ‘오보’라고 사용한다. 그리고 ‘오보’의 원인은 특종을 좇는 기자들의 조직문화와 관행이 초래하는 결과물로 단정한다.

2014년 ‘세월호 전원 구조’ 보도는 언론인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근래의 오보, 즉 ‘가짜 뉴스’다. 정부의 잘못된 발표를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내보냈던 언론은 유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슬픔과 고통을 주었고, 이 같은 오보는 쓰레기와 기자의 합성어인 ‘기레기’ 언론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세월호 오보에 대한 기자들의 공통된 반성은 “과도한 속보 경쟁 속에서 관행적으로 해오던 ‘받아쓰기’ 보도가 원인이 됐다”라는 게 통설이다. 오보를 인정하는 언론인들도 이를 ‘왜곡보도’ 또는 ‘가짜 뉴스’라고 부르길 거부하는 속내를 볼 수 있다.

‘낚시 제목’이나 선정적 내용, 사실관계의 오류, 그리고 네티즌의 반응을 살피며 어뷰징(Abusing: 포털에서 의도적으로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동일한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전송하거나 인기 검색어를 올리기 위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 기사를 양산하는 게 우리 언론의 현실이다.

언론사들은 인터넷 시대에 광고수익을 얻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항변하지만, 공영방송(<KBS>ㆍ<MBC>)과 국가기간 뉴스 통신사(연합뉴스)가 진실을 가짜로, 가짜를 진실로 포장하는 뉴스들을 생산하고 있다. 얼마 전 <MBC> 신임 사장 선임은 더욱더 노골적인 ‘가짜 뉴스’의 확산을 예고했다. 공영ㆍ민영 할 것 없이 앞 다퉈 ‘가짜 뉴스’를 만들어야하는 찰나다. 그런데 참으로 가관인 것은 이들이 ‘가짜 뉴스’를 재단해 뉴스의 질을 거론하려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중들이 ‘가짜 뉴스’에 둔감하다는 점이다. 왜곡ㆍ조작 등, 오보를 아무리 해도 윤리적ㆍ사회적 책임을 추궁하거나 역사적 심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사와 기자 또한 ‘가짜 뉴스’에 둔감해졌다.

2012년 영국 <BBC>의 조지 엔트위슬 사장은 유명 정치인을 아동성학대범으로 잘못 보도한 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1983년 독일의 시사 잡지 <슈테른>은 히틀러의 일기장이라며 “나치의 역사는 새로 기술해야한다”고 보도했고, 그 일기장이 가짜로 판명된 후 편집장과 기자가 형사 처분을 받았다. 1989년 일본 <아사히신문>은 자사 기자가 오키나와 거대 산호초에 ‘KY’라는 낙서를 한 뒤 누군가 낙서를 했다며 거짓 기사를 내보내자, 오보 과정을 철저히 규명했고, 사장은 사임했다.

2014년 ‘세월호 전원 구조’라는 ‘가짜 뉴스’ 이후 우리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촛불집회 100만 vs 태극기집회 300만’이라는 뉴스가 난무하는 요즘, 미치광이의 말 한마디가 진실로 포장되기 쉬운 세상이 돼버렸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엔 아직 충돌의 요소들이 산재해있으며, 그래서 더 많은 ‘가짜 뉴스’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가짜 뉴스’를 최소화하는 건 민주 사회 구현과 동일한 문제다. 그 변화의 첫걸음으로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뉴스 기사가 어떤 언론사의 기사이며, 어떤 기자가 작성했는지, 뉴스의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지길 제안한다. 그리고 뉴스 기사는 포털의 검색 순위를 통한 소비가 아닌, 종이신문이나 언론사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 읽고 보는 이용행태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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