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섭, “무방비 노출…유해성 검토할 수 있게 특허법 개정해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 이후 화학물질관리시스템이 강화됐다. 하지만 유독물질과 금지물질 등으로 지정된 유해화학물질 특허출원 심사 시 특허청이 유해성과 위해성에 따른 심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자유한국당, 인천부평갑)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아 1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과 금지물질을 활용한 특허출원이 지난 20년간 2만 3692건에 달했다.

특히,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원료물질이었던 PGHㆍPHMGㆍMITㆍCMIT 관련 특허출원 건은 1207건에 달했으며, 특허청 심사 후 등록이 결정된 것도 569건에 달했다. ‘옥시싹싹’을 최초 개발ㆍ판매한 SK케미칼의 CMITㆍMIT 살균제 관련 특허출원도 101건에 달했다.

유독물질과 금지물질을 활용한 특허출원 2만 3700건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생명공학과 의약ㆍ화장품, 유ㆍ무기화합물, 고분자 관련 전체 특허출원 29만 2145건 중 8.1%를 차지했다.

정유섭 의원은 “만약 유독ㆍ금지물질은 아니지만 허가ㆍ제한ㆍ사고대비 물질의 출원까지 포함한다면 화학물질 관련 특허 10건 중 1건이 유해화학물질 관련 특허로 풀이된다”며 “시민들이 유독물질과 금지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화학물질관리법’은 유해성과 위해성이 인정되는 화학물질을 유독ㆍ허가ㆍ제한ㆍ금지ㆍ사고대비 물질 등으로 구분하고 있고, 또 해당 물질별로 제조ㆍ수입ㆍ판매ㆍ보관과 저장ㆍ운반ㆍ사용 등의 단계별로 제한하고 있다.

유해성이 인정된 물질은 유독물질로 지정해 제조ㆍ판매 시 환경부로부터 허가를 받게 돼있고, 위해성이 큰 화학물질은 금지물질로 지정해 시험이나 연구ㆍ검사용 목적을 제외하고는 모든 단계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유독ㆍ금지물질의 제조기술이나 이를 활용한 제품 관련 특허출원 심사 시 특허청은 ‘특허법’ 32조에 따라 유해성ㆍ위해성 여부를 심사해 특허 등록을 거절해야하는데, 문제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암 유발 독성물질로 정부가 2006년 금지물질로 지정하고 2015년까지 없애기로 한 PCBs(폴리염화비페닐)의 경우,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스마트폰에 쓰이는 터치패널 관련 특허를 출원하면서 절연유로 PCBs를 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출처ㆍ정유섭 의원>
일례로 벤지딘은 췌장암ㆍ방광암 유발물질로 2006년 초 금지물질로 지정됐다. 하지만 특허청은 2006년 10월 (주)두산이 신청한 화장품ㆍ음료 용기용 벤지딘화합물 제조 특허출원에 대해 위해성 여부 판단 없이 특허 등록을 결정했다.

디메토에이트 또한 마찬가지다. 이 물질은 맹독성 농약성분으로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는 데다 암 유발 위험이 있어 프랑스와 유럽식품안전청(EFSA)으로부터 시장 퇴출이 추진되고 있고, 우리 환경부도 2006년 금지물질로 지정했다.

하지만 특허청은 지난 2008년 덴마크의 다국적 작물보호기업(케미노바 에이/에스)이 국내에 신청한 제조특허 출원을 그대로 인정해 등록을 결정했다.

암 유발 맹독성 물질인 PCBs(폴리염화폐비닐) 또한 지난 2007년 한전 변압기의 절연유로 사용됐다가 논란 끝에 국내에서 금지물질로 지정돼 퇴출이 결정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터치패널 전자기기에 대한 2010년 특허출원에서 절연유로 사용가능하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유섭 의원은 “발암물질로 농약ㆍ제초제에 주로 사용되는 니트로펜은 지난 2006년 금지물질로 지정됐지만 최근까지도 이를 사용한 특허출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가습기 살균제 원료 CMITㆍMIT 공급사로 유명한 다우케미칼의 자회사인 다우아그로사이엔시는 니트로펜을 활용한 살충용 제조제 특허를 최근까지도 국내에 다수 출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허청은 심사 시 공공질서와 풍속에 어긋나거나 공중위생을 해칠 우려가 확인되면 특허출원 등록을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등록을 거절한 것은 30건에 불과했으며, 이 또한 화학물질과 상관없는 식품과 생명공학 분야에 국한됐다.

정 의원은 “화학물질 관련 특허출원 시 유해물질을 확인하고 심사 시 유해성과 위해성 여부에 대해 환경부 등 관계기관 의견을 반영해야한다”며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특허 심사를 강화할 수 있게 ‘특허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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