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동의 없는 인천시의 일방적 관광정책” 비판 목소리 나와

▲ tvN의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 동구 배다리 헌책방골목에 있는 ‘한미서점’ 앞에서 촬영했다.
절찬리에 상영된 케이블 채널 tvN의 드라마 ‘도깨비’가 지난달 21일 종영했다. 지상파 방송이 아님에도 마지막 회 시청률이 20.5%를 기록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드라마의 인기와 비례해 드라마 촬영지가 각광받고 있다. 인천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드라마 협찬을 중단했다가 4년 만에 이 드라마를 후원했다. 인천영상위원회도 촬영을 지원했다. 그래서였는지, 드라마 ‘도깨비’에는 인천시 곳곳이 배경화면으로 나왔다. 동구 송현근린공원과 배다리 헌책방골목, 중구 자유공원, 계양구 서운고등학교, 서구 청라국제도시 일원,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일원 등, 인천 전 지역에서 촬영됐다.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도깨비’ 주요 촬영지와 주변 상점을 연계한 테마코스를 바탕으로 ‘인천 도깨비 여행’ 프로모션을 온ㆍ오프라인에서 진행한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 도깨비 여행 코스는 여행 지역과 테마에 따라 ▲원조 도깨비 코스 ▲웰니스 도깨비 코스 ▲로맨틱 도깨비 코스로 구성된다.

‘원조 코스’는 배다리 헌책방골목과 송현근린공원, 자유공원, 제물포 구락부 등 원도심 촬영지와 차이나타운, 동화마을로 연결된다. ‘웰니스 코스’는 메타세콰이어길이 멋진 수도권매립지와 청라호수공원,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등이다. ‘로맨틱 코스’는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호텔, 송도센트럴파크, 동북아트레이드빌딩과 포토존이 설치된 인천종합관광안내소 등이다.

또한,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드라마 촬영지인 배다리 헌책방골목, 자유공원, 청라호수공원, 송도국제도시 등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포토존 이벤트와 할인상품 제공 등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영화 세트장과 스튜디오를 갖춘 촬영소를 인천에 조성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종합촬영소가 2020년에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에 맞춰 추진할 예정이다. 영화 제작사가 밀집한 서울과 가까운 거리라는 이점과 함께 송도ㆍ영종ㆍ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에서 촬영이 이뤄질 때 교통 통제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고 시는 기대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월 말 시 간부회의에서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활용한 인천 마케팅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남양주 촬영소 이전을 기회로 인천에 촬영소를 조성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달라”고 했다.

유 시장은 지난달에 드라마 ‘도깨비’ 촬영이 한창인 송도국제도시 한옥호텔에서 드라마 감독과 관계자들을 격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인천관광공사는 2월 초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홍보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주요국의 방한 관광 성수기인 4~5월을 대비해 벚꽃이 개화하는 자유공원과 제물포 구락부, 배다리 헌책방골목 등 원도심 중심의 촬영지를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광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지역주민의 피해를 방치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에 중ㆍ장기적 관광정책이 없다는 비판의 시각도 존재한다.

▲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인 동구 배다리 헌책방골목에는 주말에 500~600명이 몰려든다. 평일 늦은 시각에도 사진을 찍기 위해 관광객들이 서점 앞에 몰려있다.
드라마 ‘도깨비’의 많은 분량을 촬영했던 배다리 헌책방골목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일부 관광객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인천시가 10년 전 배다리마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를 건설할 계획으로 동네를 두 동강 내려했지만 지역주민들이 온몸으로 지키고 가꿔 오늘에 이르렀다. 지역주민과 문화예술인들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거기에 배다리의 건축문화유산들이 주는 매력이 더해져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만약에 행정의 의도대로 도로가 나고 배다리 공동체가 없어졌다면 지금의 배다리가 가능했을까”라고 물은 뒤 “얼마 전 시가 발표한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동인천과 배다리 지역은 문화콘텐츠가 엄청난 곳인데 자본의 논리로 모두 밀어내려한다”고 시의 일방적 행정과 정책을 문제제기했다.

드라마 촬영지였던 배다리 헌책방 ‘한미서점’의 경우도 시와 관광공사의 촬영지 관광화 계획을 마냥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미서점’ 사장은 “주말에는 하루에 500~600여명이 찾아와 줄을 서서 서점 안팎에서 사진을 찍는다. 골목이 활성화되고 매출도 늘어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영업에 지장을 줄 때도 있다”며 관광지로 지정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서점과 일부 헌책방, 인근 카페의 매상이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배다리 헌책방골목 근처에 사는 가정집에 열린 대문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거나 서점 사진을 찍기 위해 도로를 무단 횡단해 교통사고 위험도 따른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한미서점 사장은 “무엇보다 관광지 지정에 대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한미서점 사장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한 어려움을 조심스럽게 표현했다. 이것을 붙이기 위해 며칠간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배다리안내소 관계자는 “차를 타고 와서 불법 정차한 상태로 사진을 찍고 그냥 가는 관광객이 많다. 이런 식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건 잘못이다”라고 꼬집은 뒤 “일반 관광지와 다르게 먹자골목이 있는 것도 아니라 지역에 맞는 이벤트를 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상황이 고려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관광지로 지정하면 그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송월동 동화마을의 사례를 보더라도 지역주민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피해를 입고, 장사를 하는 외부인들만 잇속을 차리고 있다”며 시의 관광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담당공무원은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간다. 그러나 16부작이라는 드라마의 속성상 짧은 기간에 인천시를 알리고 관광과 접목하려다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어느 정도의 (관광) 효과가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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