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피해액 6000억원 늘어 … 정부가 인정한 피해라도 보상해야

“국정농단에 중단…통일부 즉각 재개 준비해야”

2월 10일은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1년이 된 날이다. 2013년 1차 가동 중단 때보다 중단기간이 길고, 그 사이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의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부가 조사한 피해액 보상마저 외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뒤, 정부의 대북제제 의도와 달리 북핵문제는 더 복잡해졌고 남북관계는 더 악화됐다. 대북제재 국제공조 또한 중국의 미온적 태도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기업 120여개가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국내 대체 부지를 찾아 떠돌고 있다. 입주기업에 납품하던 협력업체 5000여개도 줄도산 위협에 놓여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추산해 지난 9일 발표한 피해액이 1조 5000억원을 넘어섰고, 공단에서 일했던 남쪽 노동자 1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여기다 개성공단 폐쇄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이 언론보도로 제기돼,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는 물론 국민들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한 지난해 2월 7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개성공단 체류 인원 축소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국방부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NSC에서)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진술하기 전에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형식적으로는 지난해 2월 1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NSC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미 8~9일에 대통령의 결심이 있었고, 여기에 비선실세의 개입 의혹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뒤따랐다.

이와 같은 개성공단 폐쇄 결정에 대해 개성공단기업협의회는 “헌법상 대통령의 긴급명령이나 남북교류협력법 등 법적 절차에 따라 해야 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결정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길어지면서 입주기업 등은 피해가 늘고 있고, 정부가 약속한 보상금마저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1조 5000억원이 넘는 피해액 가운데 정부로부터 ‘3분의 1’도 채 보상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입주기업들은 공단 내 재고자산과 설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야반도주하듯이 쫓겨났기 때문에 손실이 더 크다. 또, 영업망도 훼손돼 피해는 더욱 커졌다.

특히, 언제쯤 공장을 재가동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1년 넘게 지속되는 장기실업에 입주기업 임직원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버렸다.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의 진상을 특검이 철저하게 규명해야한다. 또한 법적인 요건과 절차적 정당성마저 무시하고 결정한 개성공단 폐쇄는 당장 재고해야한다”며 “통일부가 개성공단 즉각 재개를 위한 실무준비에 착수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정부가 인정한 피해액은 보상해줘야”

▲ 개성공단기업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박정(경기 파주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폐쇄에 비선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의 진상규명을 정부에 촉구했다.<사진출처ㆍ박정 국회의원 블로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입주기업 120여개의 실제 피해액이 1조 5000원 이상이라고 지난 7일 밝혔다. 지난해 3~5월에 조사한 피해액 9446억 원보다 약 6000억원 더 늘었다.

이번에 집계한 피해액은 지난해 3~5월에 진행한 피해 실태조사 결과에 그 후 입주기업이 추가로 신고한 피해액을 합한 것이다.

공단에 두고 온 토지ㆍ건물ㆍ기계설비 등의 고정자산 5936억원, 원ㆍ부자재 등 유동자산 2452억원, 가동 중단에 따른 미납품위약금 1484억원, 개성 현지 미수금 375억원, 가동 중단에 따른 영업 손실(1년) 3147억원, 거래처 단절 등 영업권 상실에 따른 피해 2010억원 등, 총1조 5404억원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또, 가동 중단 후 1년간 손실금액(순손실)이 25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업체당 평균 20억원 규모다. 2016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평균 31.4% 감소했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입주기업 123개 가운데 11개는 완전 휴업 상태다. 업체 75개가 국내외 기존 공장 또는 신규 공장에서 운영하고 있고, 업체 36개는 수주한 물량을 재하도급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재하도급은 가동 중단으로 일감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문받은 일감을 다른 업체에 맡겼다는 뜻이다.
영업이익이 없어 사실상 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지만 입주기업들은 더 이상 거래처를 놓칠 수 없기에 재하도급으로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피해액이 1조 5000억원을 넘어섰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은 총4838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조사한 피해액 7779억원에 약 3000억원 모자란 금액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정부합동대책반 6차 회의를 열고 입주기업 피해규모를 고정자산 5088억원과 유동자산 1917억원, 미수금 774억원 등, 총7779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당시 입주기업들이 자체 조사해 발표한 고정자산 5654억원과 유동자산 2317억원, 위약금 1100억원, 미수금 375억원 등, 총9446억원과 1667억원 차이가 났다. 당시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가 개성공단에 가보지도 않고 피해액을 확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는 투자(=고정)자산에 대해 3589억원, 유동자산에 대해 1249억원만 지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년간 영업 손실이나 위약금, 현지 미수금, 영업권 상실 피해 등이 빠져 있다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영업 손실이나 미수금, 위약금 등의 경우 남북경협보험이 교역보험 대상이 아니고, 또 그 피해를 추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상을 꺼려하고 있다.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보상이 정부가 실태 조사한 피해규모에도 미치지 못해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 받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금액 7779억원 중 나머지 2989억원이라도 추경 때 서둘러 반영해야한다. 그래야 최소한 입주기업들이 재가동 될 때까지 버티며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67%, 재 입주 희망 … 국민 76%, 가동 중단 잘못”

개성공단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중단 이전까지 업체 120여개에 최대 5만 6000여명이 일했고, 방문자만 115만명에 달했다.

개성공단을 조성하면서 북한은 서부전선의 핵심 군사력이 집중돼있던 개성에 주둔한 북한군을 뒤로 물려야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북한의 무력이 집중돼있던 지역에, 군대가 사라지고 남북합작으로 개성공단이 들어섰다.

그래서 개성공단은 단순히 남북경협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도 개성공단 만큼은 유지되며 남북교류의 보루 역할을 했는데,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만 두 번 중단됐고, 심지어 ‘국정농단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번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아 2013년 1차 가동 중단 때 남북대화로 재가동을 이끌어낸 류길재 전 통일부장관은 지난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문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또한 재가동 시 다시 입주할 의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폐쇄 1년을 맞아 비대위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 67%가 재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재 입주 의향을 밝힌 업체가 45개’라고 한 데 대해, 정 회장은 “통일부는 공식 설문조사를 한 적이 없다. 비대위원장인 나한테도 문서나 구두로 물어본 적이 없다”며 “45개사의 근거를 모르겠다”고 통일부 발표를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인천계양을) 국회의원은 “개성공단을 반드시 재가동해야 한다. 입주기업과 직원들의 생존권이 달려있을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은 그 자체로 전쟁위협을 줄여주는 한반도 평화엔진이기 때문이다”라며 “우선 입주기업에 대한 실질적 피해보상을 하고, 정당성 없는 조치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대북제재의 절차적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가 있어야한다. 정권교체로 잘못된 대북정책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 또한 가동 중단 1년을 맞아 성명을 내고 통일부에 즉각적인 가동 재개 준비를 촉구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최근 국회와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9%가 ‘개성공단 중단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고, ‘가동을 재개해야한다’는 의견도 54.6%를 차지했다”며, 재개를 촉구했다.

이어서 “국민들은 개성공단 재개가 한반도 평화의 길이며, 한반도를 전쟁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마중물임을 알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이제 국민들에게 응답할 때다”라며 “황교안 권한대행 정부는 지금 당장 국민의 개성공단 재개 명령을 따라야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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