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송영길 사단 외유”↔더민주 “무능정부 대신 외교”

더민주 의원단 중국 방문 ‘사드 해법’ 모색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7명이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등을 만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 동북아정세의 핵심 외교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4일 출국했다.

중국을 방문한 의원은 송영길(인천 계양을)ㆍ신동근(인천 서구을)ㆍ유동수(인천 계양갑)ㆍ박찬대(인천 연수갑)ㆍ유은혜(경기 고양병)ㆍ박정(경기 파주을)ㆍ정재호(경기 고양을) 의원이다.

이들은 지난 4일 왕이 외교부장과 쿵쉬안유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를 만나 사드 해법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왕이 부장은 “지금 한국 당국자가 사드 배치를 가속하겠다고 하면 중국 측이 자극을 받을 수 있어 현명하지도 않고 좋지도 않다”며 “그 해결을 찾아갈 테니 일단 가속하지 말고 늦추고 해법을 찾고 공동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에 송영길 의원은 “양국 수교 25주년을 맞아 한ㆍ중 관계가 발전해야하는데 요즘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 뒤 “그러나 한ㆍ중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만큼 어떤 문제도 풀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가 더민주 의원단을 통해 ‘사드 배치를 가속화하지 말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우리 외교부는 같은 날 “사드 배치는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조치”라며 “안보 사안에 대해 원칙을 당당하게 견지해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와 관련해선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서 오게 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 또한 사드 배치는 “주권적으로 판단한 사안인 만큼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고 발표해, 사드 배치에 따른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방중 이틀째인 5일 더민주 의원단은 중국 외교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국제문제연구원의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사드 배치 갈등해법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중국 외교부 관계자들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고, 더민주 의원단은 한ㆍ중 교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 인천, “송영길 사단의 대규모 외유” 폄하
더민주 인천, “관계파탄 무능정부, 의원이 나서야”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양국 간 외교 갈등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정치공방으로 확대됐다. 여야 각 정당은 더민주 의원단의 중국 방문을 두고 정치공방을 벌이기 시작했다.

정치공방은 새누리당 인천시당과 더민주 인천시당 간 공방에서 시작해 중앙 정치권으로 확대됐다. 먼저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 정유섭)이 지난 4일 “외유” “사대외교”라며 포문을 열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더민주는 작년 8월에도 같은 명분으로 중국을 방문해 중국 정부 관계자는 못 만나고 성과 없이 돌아와 ‘외유’, ‘사대외교’ 핀잔을 받았는데, 이번에 또 나갔다”며 “그동안 인천의 야당 의원들이 사드 문제와 같은 안보분야에 이만큼이나 관심이 있었는지 놀랍다”고 비난했다.

또한 “7명 중 인천 국회의원 4명이 이번 외유에 참여했다”며 “조기 대선이 회자되는 즈음에 일명 ‘송영길 사단’이라고 불리는 분들의 대규모 외유이다 보니, 나라이름 등에 업고 오매불망 대권을 향한 그들만의 잔치나 벌이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인천시당은 또,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정략적 언행이 마치 대한민국과 인천의 의견인양 비쳐지지나 않을지, 중국에 이용만 당하는 꼴이 되지나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그동안 주중 대사의 면담 요청을 외면하고 야당 의원들을 만나겠다고 나선 중국 정부의 속셈을 잘 분석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주시기만을 바랄 뿐이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이에 더민주 인천시당(위원장 박남춘)은 5일 “(사드 배치로) 당장 인천 방문 중국관광객 4만명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인천은 대 중국, 대 북한 교류 거점도시로서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더욱이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 민족 공영을 도모하고자 하는 꿈은 온데간데없고 전쟁기운이 넘치고 있다”고 방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서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방문해 사드 배치를 논의하고, 한류 금지 중단을 요청하는 것은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라며 “특히, 한ㆍ중 관계와 남북 관계를 파탄내고 탄핵돼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정권이 아무 역할을 못할 때 국회의원이 나서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더민주 인천시당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를 풀어갈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며 “야당 의원들의 노력에 색칠하고 야유할 정신이 있다면, 먼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이로 인한 정유섭 인천시당위원장의 탈당에 대해 시민들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라고 덧붙였다.

유승민, “방중은 매국”…송영길, “뿌리가 박근혜”

새누리당 인천시당과 더민주 인천시당의 정치공방은 여의도로 확대됐고, (가칭)개혁보수신당까지 더민주 비판에 가세하며 사드 배치를 둘러싼 정치공방은 더욱 가열됐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5일 주요당직자회의 때 “더민주 의원들이 무역 보복을 풀어달라는 식으로만 부탁했다는데, 이는 사대주의 논란을 넘어 국가안보문제를 돈과 흥정한 굴욕외교다”라고 비난했다.

개혁보수신당 유승민 의원은 5일 창당준비위 회의 때 “사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고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더민주 의원들의 이번 중국 방문은 매국행위다”라고 비난한 뒤, “이런 세력에게 국가안보를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더민주도 가만있지 않았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우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도 만나고, 중국 측 고위인사도 만나며 의원외교를 다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야당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주중 대사가 할 일을 대신하는 게 잘 하는 것 아니냐”며 “외교는 정부, 의원, 민간 등 채널이 다양할수록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다.

이번 중국 방문단의 중심에 있는 송영길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매국’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5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으로서 수준 낮은,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다”라며 “결국 유승민 의원도 뿌리가 박근혜라는 한계를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받아쳤다.

이어서 “지금 한ㆍ중 관계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익은 경제와 안보에 있는데 한ㆍ중 관계의 파탄은 북핵문제 해결의 한 축을 잃는 것이자, 우리 경제를 흔들리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며 “대통령이 철학도 비전도 없이 국가를 운영한 결과, 양국 외교관계가 흔들린 것은 물론, 우리 경제가 입은 피해도 막심하다. 이렇게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편협한 이념 지향적 사고로는 절대 살릴 수 없다”고 했다.

송영길 의원은 “국익이 우선이다. 북핵문제 해결의 두 축은 한ㆍ미 동맹과 한ㆍ중 협력이다”라며, 유승민 의원을 향해 “진정한 국가안보 방안이 무엇인지, 우리 경제를 살릴 방안이 무엇인지 대안을 제시하고 토론해보자. 뒤에 숨어 비난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공개 토론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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