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17일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무산’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로써 검단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금융이자 비용 1000억원만 날린 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검단스마트시티는 개발 중인 검단새빛도시 일부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협상을 진행하는 1년 8개월간 검단새빛도시 개발 사업은 중단됐고, 그 기간에 이자만 불어난 것이다.

유 시장이 밝힌 사업 무산 이유는 계약 이행보증금 등, 투자조건이 서로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본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애초 4조원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경량급 펀드를 매머드 펀드로 믿고 협상을 진행했고, 이를 알았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유 시장의 체면을 위해 계속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내막은 이렇다. 지난해 3월 초 인천시는 박 대통령 중동 순방에 맞춰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두바이를 방문한 유 시장이 ‘두바이투자청(ICD)으로부터 36억 달러(=4조원)에 달하는 투자유치에 성공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실제 투자자는 두바이 왕족이 운영하는 ICD가 아니었다. 자본 규모가 훨씬 작은 펀드의 손자회사인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 당시 이 사실을 안 ICD의 우려가 전해졌지만, 안 전 수석은 ‘보도가 나가,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인천시가 이미 보도자료에 ‘박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초대형 성과물을 내놨다’고 했는데, 접을 경우 박 대통령과 유 시장이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수모를 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천시 보도자료에서 ICD가 사라지고, 스마트시티두바이(SCD)가 등장한 건 지난해 6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투자자가 ICD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시장과 대통령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투자 여력이 없는 투자자를 붙들고 1년 8개월을 허송하다 1000억원을 날려버렸고, 그 기간만큼 검단새빛도시 개발 사업은 지연됐다.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은 추진 초기에 투자유치 부서가 아닌 시장 비서실 주도로 베일에 싸여 추진됐고, 박 대통령 중동 순방에 맞춰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동행해, ‘청와대 개입’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향신문>은 “지난해(2014년)부터 ICD와 긴밀히 협의해왔고 (2015년) 2월 초 투자의향을 공식 접수하고 청와대와 지속적인 협의를 해왔다”는 인천시의 보도자료를 놓고, 안 전 수석이 차은택씨와 함께 2014년 8월 비밀리에 아랍 에미리트를 방문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 했다. 그 베일을 완전히 벗겨야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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