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최순실이 없다. 주범들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의 국정농단은 불출석사유서, 출석요구서 수령 거부로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은 토요일마다 기록을 갱신하며 촛불을 밝혔다. 민주주의 열망이 활활 타오르고 있건만,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그들이다.

국회의 국정조사도 이렇게 무시하는데 그들에게 국민이란 어떤 존재였을까? ‘개, 돼지’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니고,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말도 그냥 나온 게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을 위반한 자들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한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위기를 만든 장본인들이 누구인지를 국민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대통령과 더불어 제도정치권ㆍ재벌ㆍ언론ㆍ검찰 중심으로 운영해온 이 나라를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로 만들어가자고 하는 것이다.

인천시민들도 주말마다 광화문에 가 촛불을 들었고, 주중에는 동네에서 촛불을 들었다.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을 했고, 청소년들은 시국 자유발언대를 진행했다. ‘세월호 7시간에 대통령은 놀아도 된다’는 막말 국회의원에게 정치후원금 ‘18원’을 보내는 등, 적극 대응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인천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새누리당 해체’라는 국민의 명령을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기득권 세력이 공모해 만들어낸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민들이 바꿔가고 있다.

국민들은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고 있다. ‘죽 쒀서 개 줄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지난 8일 밤엔 여의도에 모여 ‘새누리를 해체해야 새누리가 온다’는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들기도 했다. ‘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21세기에 가능한 직접 민주주의는 무엇인가’라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세비는 그대로 두되 국회의원을 늘리고, 버스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하게 하자’, ‘승자독식구조의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꾸자’, ‘국회만의 개헌이 아닌 시민의회와 자발성에 기초한 밑으로부터의 민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개헌을 하자’ 등의 요구는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넘어서는 문제이다.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국민들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청소년들은 지금 광장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 선거제도 아래서는 유권자가 될 수 없다. 이들이 사라지는 존재가 되지 않게 하는 것도 광장에 함께 한 어른들의 몫이다. 또한 민주주의와 여성혐오는 공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함께하고 행동해야한다.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은 ‘광장의 촛불’에 있음을 우리는 경험했다. 광장의 촛불에서 만든 평등 요구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흐름이 ‘헬조선’ ‘흙수저’ ‘여성혐오’로 얼룩진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미있다고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중심에는 정치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열린 정치토론의 장을 이어가자. 그 속에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꿀 힘이 만들어진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이 국민의 진정한 대리인이 될 수 있게 시민참여를 계속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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