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정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회장

현안이 많은 청라국제도시에서 주민단체들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갈등을 빚자, 주민들이 하나로 통합된 대표단체를 만들자고 해서 출발한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이하 총연합회)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총연합회는 지난해 11월 27일부터 3일간 회장 선거를 실시했고, 주민 3164명이 투표에 참가해 단독 출마한 이은정씨를 선출했다. 이은정 회장의 임기는 내년 12월 4일까지다.

총연합회 출범 후 지역 현안들 중 일부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일부 현안을 두고선 다른 목소리를 내는 단체도 있어, 외부에 갈등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지난 7일 총연합회 사무실에서 이은정 회장을 만나 지난 1년 활동에 대한 소회와 남은 1년의 계획을 들어봤다. 아래는 들은 것을 정리한 것이다.

흔들릴 때 주민들이 잡아줘

▲ 인터뷰 중인 이은정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 회장.
1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을 했다. 먼저, 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조금 삐걱거리긴 했지만, 후보자 토론회를 마련해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 연장 공약 ‘확약 추진 동의’를 받았다. 청라지역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투표 동참을 호소하는 현수막을 곳곳에 개시했던 일, 7호선 연장을 위한 서명을 주민 1만 8000명한테 받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던 일도 생각난다.

청라시티타워의 조속한 건립을 위해 총연합회에 전문가팀을 구성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시티타워 공모에 참가하는 업체가 없어 무산됐을 때, 이학재 국회의원 사무실을 항의 방문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불러 항의성 간담회를 진행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시티타워의 경우, 현재 사업자 후보로 보성ㆍ한양 컨소시엄이 선정되고 이달 안에 최종 사업 협약을 앞두고 있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티타워 공모가 두 번 무산되면서 주민들이 총연합회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기도 했다. 무조건 시티타워를 우선에 둔 주민들 사이에서 총연합회의 책임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는 너무 힘들었다. 사퇴하겠다고 선언도 했다.

그런데 청라국제도시 인터넷카페에 한 주민이 ‘주민투표 때 얻은 주민들의 표가 그냥 종이라고 생각하면 사퇴하고, 그 표가 주민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표였다고 생각한다면 사퇴를 철회해 달라’는 글을 남긴 것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청라지역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들로 구성된 의결기구가 사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주민들이 꿈과 희망을 담아 준 표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져야겠다는 생각에 회장으로서 다시 열심히 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었다. 다행히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환영을 표하는 주민이 많았다.

이밖에 계속 진행형의 문제이긴 하지만, 악취 등 청라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구 민관 합동 점검반에 참여하기도 했고,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초등학교 설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교육청 관계자를 만나기도 했다.

지역 현안에 대응하는 일뿐 아니라 지역 환경을 변화시키고 서로 더불어 사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총연합회에 청라가온누리봉사단을 만들었다. 학생과 학부모 50여명이 참여해 커널웨이 금연캠페인과 호수공원 자전거 바르게 타기 운동, 환경정화 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

여러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지난 6월 ‘현안 해결 촉구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매주 토요일마다 열었던 것이다. 점점 많은 주민들이 참가해 마지막 촛불문화제에는 1700명이 참가했다.

촛불문화제를 처음 열었을 때 준비가 부족했는데 그걸 주민들이 다 채워줬다. 주민들이 직접 음향과 조명을 설치해줬다. 그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한목소리 내야 더 빨리 해결

1년 전 찬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가 날리는 날씨에도 총연합회를 만들겠다며 주민들이 투표 자원 봉사와 투표 참여 등으로 뜨거운 열망을 보여줬던 게 기억난다. 그런 열기가 계속됐어야하는데 도중에 주민 간 갈등으로 그 열기를 지금까지 끌어오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쉽다.

특히 지금도 외부에는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는 ‘청라~강남’ M버스 도입 문제를 놓고 아쉬움이 많다. 애초 청라주민들이 M버스 도입 민원을 넣을 때 청라에서 인천공항고속도로 청라IC를 거쳐 서울 강남으로 직통 운행하는 것을 요구했고 그렇게 추진이 됐던 것인데, 업체가 수익성을 이유로 계양구 작전동으로 경유하겠다고 했다.

청라주민들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가 청라에서 청라IC를 거쳐 서울 강남으로 직통 운행하는 것을 찬성했다. 그래서 총연합회는 주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청라IC로 직통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주민과 시의원이 ‘빨리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며 업체의 요구안대로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에서는 청라지역 단체 간이나 주민들 간에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노선 조정안을 국토교통부부에 올리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 통합하지 못하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이 때문에 남은 임기 1년 동안 청라주민들이 ‘내편’과 ‘네 편’으로 갈라지지 않고 화합하고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만들고 싶다. 한목소리를 내야 지역 현안을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대부분의 청라주민은 동의할 것이다.

또한 주민들이 청라의 현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홍보하고 총연합회의 활동을 더 확장할 생각이다. 정치인들과 기관장들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청라의 자존감 회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주민들 간의 주도권 경쟁으로 시간을 허비한 만큼 지역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만나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함께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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