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후원금 18원 보냈습니다. 꼭 영수증 보내주시길”

▲ 부평구민들이 중심이 돼 정유섭 의원 후원계좌로 18원을 입금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SNS에 ‘후원금 18원 입금’ 인증샷을 올리고 시민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인천시민들의 분노, ‘18원 보내기’ 운동으로 확산

새누리당 정유섭(인천부평갑) 국회의원이 지난 5일 국회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 때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7시간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노셔도 됐다”고 한데 대한 인천시민들의 분노가 ‘후원금 18원 보내기’ 운동으로 확산됐다.

주로 부평구민들이 중심이 돼 정유섭 의원 후원계좌로 18원을 입금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입금 인증샷을 올린 뒤, 후원금 18원을 보내는 방법을 공유하고 시민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후원금 18원 보내기’ 운동은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자,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표시로 욕설을 의미하는 금액을 입금한 데서 비롯했다. 주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에게 ‘후원금 18원 입금’이 쇄도했다.

이는 촛불시위와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시민들은 ‘후원금 18원 보내기’로 정치인들에게 박근혜 퇴진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후원금 보내기 운동은 해당 국회의원들을 곤욕스럽게 하고, 입금된 후원금보다 영수증 발급 등의 사후처리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데다 이일을 처리하느라 국회의원실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

정치자금법 17조 4항을 보면 ‘1회 1만원 이하의 후원금 기부에 대한 정치자금 영수증은 해당 연도 말일(후원회가 해산되는 경우에는 그 해산일을 말한다)에 일괄 발행ㆍ교부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하지만 후원자가 영수증 발급을 원할 경우 연말까지 지체하지 않고 영수증을 발행ㆍ교부해야하는데, 이때 영수증 발급과 우편발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300원이다. 18원보다 비싼 것도 문제지만, 이일을 처리하는 데 드는 인력과 시간이 의원실 입장에선 더 골치아플 수밖에 없다.

정유섭 의원 후원계좌로 18원을 입금한 부평구민 김아무개(42)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증샷을 올린 뒤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놀아도 된다고 발언한 새누리당 정유섭 국회의원한테 18원 정치후원금 보냈습니다. 꼭 정치후원금 영수증 보내주시길”이라고 올렸고, 이 아무개(49)씨는 “기가 막힌 생각은 같이 해야죠”라고 올렸으며, 김아무개씨는 “흠칫뿡”이라는 인증샷을 올렸다.

정유섭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규탄 촛불집회 개최를 준비 중인 ‘박근혜 퇴진을 위한 부평주민 비상행동’ 관계자는 “박근혜 탄핵과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7시간 진상규명을 바라는 부평구민들이 분노의 마음을 담아 정유섭후원회로 18원을 입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섭, “마녀사냥…대통령 인사 실패 반어법 표현”

한편, 정유섭 의원은 자신에 대한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해 5일 밤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놀아도 된다’고 한마디 했다고 엄청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마녀 사냥이다. 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반어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정도의 반어법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나는 대통령이 인사를 잘했다면 세월호 사고도 없었을 것이고 인명구조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문맥의 앞뒤를 거두절미하고 비난만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임진왜란 때 선조가 전장에 나가 직접 싸우는 게 아니다.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을 뽑아 임명하는 것이 왕의 역할이고 전장에 나가 싸우는 것은 장수의 역할이다. 전두환 정권 때 경제가 잘 돌아간 것도 김재익 경제수석 같은 훌륭한 인재를 뽑아 전권을 맡겼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또, “나는 오늘(=국정조사 때) 2013년 3월 세월호가 취항할 때 대통령이 국회와 여론이 반대하는 해양수산부 장관과 해경청장을 잘못 임명해 1년 동안 여객선 관리가 잘못됐고, 해경에서 1년 내내 대형 구조훈련을 안 해 구조능력이 저하돼 2014년 4월 세월호 재난이 난 것이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서 “그래서 인재를 잘 뽑아 적재적소에 임명했다면 세월호 재난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대통령보고 놀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인사를 잘하라는 것이다. 이를 곡해해서 공격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밖에 할 수 없다”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문제 삼았다.

“당신 때문에 우린 촛불을 든다. 이 반어법은 이해되나?”

하지만 정 의원의 해명 글은 되레 벌집만 쑤신 격이 되고 말았다. 정 의원이 글을 올린 지 한 시간도 안 돼, 정 의원을 비판하는 댓글 60여개가 줄을 이었다.

산곡동 주민이라고 밝힌 J씨는 “수백명이 희생된 참사에 대해 아주 부적절한 말이다. 의도이든 아니든 아래로 책임을 돌리시면 안 된다. 깨끗하게 잘못을 사과하십시오. 의원님을 선택했던 주민으로서 올리는 충정이다”라고 비판했다.

L씨는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면 국민들은 놀아도 된다. 그리고 당신이 정치를 잘하면 부평의 주민들은 놀아도 된다. 그런데 당신과 당신보다 더한 박근혜 때문에 주말에도 놀지 못하고 우리는 촛불을 든다. 이 반어법은 이해되는지?”라고 비꼬았다.

P씨는 “말씀하신 것처럼 직접 구조하라는 것이 아니다. 누가 대통령보고 직접 공기통 매고 잠수하라고 했나요? 선조처럼 앉아서 임명하고, 관리하고 전반적인 지휘를 하라는 것이지… (그런데) 임명된 사람은 허둥지둥하고 임명한 사람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문제다”라고 받아쳤다.

‘박근혜 퇴진 부평주민 비상행동’ 관계자는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정유섭 의원이 반어법 운운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박근혜 퇴진과 세월호 진상규명은 국민의 명령이다. 7일 오후 정 의원 사무실 앞에서 ‘박근혜 퇴진, 정유섭도 함께’ 촛불집회를 열어 국민 앞에 사죄를 촉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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